[김의철의 탄약고] 낡은 규제가 젊은 국방인재 옥죈다...국방보안업무 훈령 개정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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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의 탄약고] 낡은 규제가 젊은 국방인재 옥죈다...국방보안업무 훈령 개정 검토해야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05.18 17: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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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분야에는 수많은 법규가 있다.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다루는 분야인 만큼 어쩔 수 없다고 인정되는 폭도 넓다. 그런데 방위산업은 다른 국방분야와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국방전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방산 육성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한다. 미국의 연간 국방예산은 800조~900조원에 이른다. 특히 인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방산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인재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의 명문대학들에는 미국 고등연구계획국(DARPA, 한국의 방위사업청에 해당하는 정부기관)이 투자한 연구소(LAB)가 거의 대부분 있다. 대표적인 곳이 MIT대학의 링컨랩이다. DARPA는 물론, 세계유수의 방산기업들이 막대한 연구비와 기자재 등을 제공한다. 

이들은 3년안에 성공하는 과제는 실패로 간주한다는 것이 방산업계의 통설이다. 그만큼 실패확률이 높고 아무나 쉽게 도전할 수 없는 과제에 도전한다. 무모해 보이기도 하는 과제에 최고의 인재들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우리나라 방위사업청(청장 강은호)이 벤치마킹한 프랑스 방사청(DGA)은 물론, 영국 등 선진국의 방산분야 연구·개발·생산은 지극히 수평적이고 활발한 소통이 가능한 구조다. 예를 들면, 방사청 직원이 방산기업에 가서 컴퓨터로 업무를 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탈레스 직원이 DGA에 방문해 방사청 컴퓨터로 일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해서 우리가 염려하는 보안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클라우드 기반의 논리적 망분리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과학연구소 [사진=ADD 홍보영상 캡처]

▲ADD의 이상한 보안 규정...기밀을 지켜야 하나, 규정을 지켜야 하나

최근, 방산 블라인드에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 박종승) 출입 관계자가 올린 글은 우리나라 국방과학의 메카라는 이곳이 얼마나 엉뚱한 규정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짐작케 한다. 

ADD에 들어갈 때 흔히 MP3라고 불리우는 미디어 플레이어는 휴대할 수 없지만, 스마트폰은 카메라에 스티커만 붙이면 휴대할 수 있다. 이유는 MP3가 저장장치라는 이유에서다. 정작 통신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은 휴대반입이 허용되는 것은 이상하다는 것이 글쓴이의 주장이다.

또한, 그는 "인쇄물을 책상에 놔두면 안된다는 규정때문에 매일 서류를 들고 다녀야 했다. 서류를 연구소안에 놔두는 것과 들고 다니도록 하는 것 중에 무엇이 보안에 유리한지 헤깔린다"고 말했다. 

이 글에 댓글을 올린 국방기술품질원(원장 허건영) 관계자는 "국과연만의 문제라기보다는 국방보안훈령에 묶인 기관들이 다 그럴 것"이라며 "통신발전보다 100배는 느린 규정의 발전"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댓글에서는 "훨씬 더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면서 "내장형 외장 하드(메모리)인 차량용 음악 CD(콤팩트 디스크)도 저장매체라 반입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대댓글에 "그런데 휴대폰 내장 마이크로 SD 카드는 그냥 넘어간다. 진짜 막자는 건지, 막는 척 하는 건지"라는 글이 올라왔다. 

특히, 노트북과 컴퓨터 사용과 관련해 많은 불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DD 관계자는 "회의시간에 (노트북 대신) 타자기 들고가서 타이핑 할까 생각했다"며 "도대체 어느 시대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건지"라고 자조했다. 

또 다른 ADD 관계자는 "민간이랑 회의가면 우리만 노트꺼내고 다른 사람들은 다 노트북...충격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글에는 "문서반출도 어려우니 앞으로는 외우거나 잠금장치 서랍장을 요청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일 안해요. 내머리가 128GB USB도 아닌데"라는 댓글들이 올라왔다. 

 

▲국방보안업무훈령, 방위산업 보안업무훈령, 국방사이버기강통합관리 훈령... 도대체 어느 명을 따르리까

내막은 더욱 고달프다. 이들이 지켜야하는 훈령만 하더라도 3가지 이상이 중첩된다. 국방보안훈령외에도 방위산업 보안업무훈령, 국방사이버기강통합관리 훈령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지난 2018년 개정된 국방 정보화업무훈령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많은 훈령을 하나로 통합하고 간소화하자는 주장도 찾아보기 어렵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실효성이 없는 규정이 이들의 의욕을 꺽는다는 사실이다. 젊은 인재들이 국방분야에 들어오기도 어렵고, 버티기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논리적 망분리로 물리적 망분리 보완해야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방산보안을 위해서는 현행 물리적 망분리 체계를 논리적 망분리로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영후(예비역 육군 중장, 전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상근 부회장, 전 병무청장) 한국방위산업학회 수석부회장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논리적 망분리를 통해 물리적 망분리를 보완해야,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보 보안도 강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영후 부회장은 "특히, 재택근무 환경에 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클라우드 기반 업무 시스템은 필수적"이라며 "디지털 국방이  강화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는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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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확인 2023-02-27 20:48:59
기자양반 오타가 난무하군요 '헤깔린다' 가 뭡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