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고차 시장에선 소비자가 을(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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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고차 시장에선 소비자가 을(乙)이다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1.05.14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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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일이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중고차 거래 시장에서 소비자 권익이 철저히 침해되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중고차 매매 사기단에 속아 자동차를 강매당했다." 지난 2월 목숨을 끊은 60대 A씨가 남긴 유서다. 폐쇄적인 중고차 시장의 문제가 단적으로 드러난 이 사망사고는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중고차시장에 대한 분노는 최근 시민단체가 주도한 '중고차시장 전면 개방 촉구' 서명운동에 가열찬 호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허위매물과 성능불량 등 각종 중고차 사기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소비자들은 중고차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대기업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침수차 피하는 법', '중고차 구매 시 주의할 점'

장마철이나 중고차 성수기에 단골로 쏟아지는 기사 내용이다. 일생에 한 두번 거금을 들여 재화를 구매하는 일에 가슴 졸이며 '사기를 피해가는 노력'은 늘 소비자의 몫이야 한다. '정부의 방관'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국내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진출이 제한됐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문제를 담당하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2019년 2월 지정 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도 오랜 기간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방관하고 있다. 

중기부는 독단적인 결정을 할 수 없고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중고차업계와 완성차 상생안 마련을 위해 '중재'에 나선 만큼, 관련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최근 대화의 물꼬를 틀기 위한 노력이 이뤄진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진성준 의원실 관계자는 "새로 선출된 중고차매매 조합장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주요 완성차 임직원,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등이 지난 7일 함께 자리해 간담회를 진행했다"며 "이 자리에서 여러 쟁점들을 놓고 같이 대화해나가는 '협의회 채널'을 양측에 다시 제안했고, 조만간 답변을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성준 의원은 을지로위원회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민생현장 속에서 길어올린 생생한 정책으로 '을'들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겠다"고 강조했다. 

심각한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중고차 시장에서는 소비자야말로 철저하게 '을'이었다. 중고차 거래에 목숨까지 포기할 정도로 억울한 피해는 더이상 없어야 한다.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한 정부여당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대해 본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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