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MZ세대가 명품매장 향해 달려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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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MZ세대가 명품매장 향해 달려가는 이유
  • 김지우 기자
  • 승인 2021.04.30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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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명품구매는 현실에 대한 상실감·미래에 대한 불안감 잠시 잊으려는 탈출구
롯데백화점은 20~30대 남성이 새로운 명품 수요 고객층으로 떠오르면서 지난해 프리미엄 남성 잡화 편집숍 브랜드 ‘스말트’(SMALT)를 처음 선보였다. [사진=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은 20~30대 남성이 새로운 명품 수요 고객층으로 떠오르면서 지난해 프리미엄 남성 잡화 편집숍 브랜드 ‘스말트’(SMALT)를 선보였다. [사진=롯데백화점]

# 새벽같이 집을 나선다. 백화점이 문을 열기 전 줄을 선다. 오픈하자마자 명품매장을 향해 달린다. 드디어 만난 작고 소중한 나의 명품백. 하지만 집에 돌아와 휴지·칫솔을 살 땐 마트나 온라인 쇼핑에서 십원 단위까지 따져본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싼 최저가에 생활용품을 구매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한 MZ세대의 이야기다.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는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성이 있다.

MZ세대는 지난해 대표 명품 3사(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의 실적에도 기여했다. MZ세대에 속하는 2030대가 명품 매출에 큰손으로 성장하자, 백화점들은 이들을 위한 VIP제도와 서비스를 신설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MZ세대 명품 소비 증가에 대해 사회관계망(SNS)에 명품을 자랑하는 '플렉스(Flex) 문화'가 자리 잡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플렉스는 미국 힙합 문화에서 래퍼들이 부나 귀중품을 뽐내는 모습에서 유래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부나 귀중품을) 과시하다', '뽐내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SNS에 사진을 올림으로써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것을 가지고 있으며, 어디를 다녀왔고 무얼 먹었는지 등을 드러내는 게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 명품이 하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본인이 실제 부(富)를 축적했든, 부의 정도를 속이든 고가제품을 사용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일종의 문화이다.

학계에서는 또 SNS를 활발히 이용하는 MZ세대가 구매한 명품을 앞다퉈 자랑하는 배경에 대해 특정 상품을 구입하면 동일 상품을 사용하는 집단이나 계층과 동류가 된다고 여기는 ‘파노플리 효과’로 보고 있다. 인플루언서나 연예인들이 명품을 착용한 모습을 보고 나도 같은 급이 될 것이란 믿음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제품 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베블런 효과’가 MZ세대에게 나타난 주요인이기도 하다.

MZ세대는 ‘N포세대’이기도 하다. N포세대는 취업이나 결혼 등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세대를 말한다. N포세대가 된 MZ세대는 현재의 행복을 절약해 미래에 투자했던 부모 세대와 달리 ‘현재’의 행복과 ‘나’를 중시한다.

기성세대들은 가족이 머물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아끼고 또 아꼈다면, 이제는 부동산 값이 하루가 다르게 널뛰자 내 집을 마련할 엄두조차 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들은 취업-연애-결혼-출산-내집마련을 포기하는 대신 고가품 소비로 대리만족하는 데 아끼지 않는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명품 소비에 동참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주변인들이 가지고 있을 때’, 더 나아가 ‘나만 갖지 못했을 때’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좋아하는 이가 있을까.

개인의 소비 행보에 훈수를 두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같은 MZ세대로서 미래에 대한 확고한 계획없이 고가 명품에 집착하는 것은 N포세대의 현실에 대한 상실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잠시나마 잊으려는 탈출구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단순히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성급한 소비에 나설 때, 자신이 명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떠올리기 바라본다.

김지우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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