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인의 실전홍보] "홍보는 아무나 하나"...전문인으로서 대변인의 역할과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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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인의 실전홍보] "홍보는 아무나 하나"...전문인으로서 대변인의 역할과 자세
  • 장상인 칼럼리스트
  • 승인 2017.02.2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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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인 JSI파트너스 대표(전 팬택 계열 기획홍보실장/ 전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뉴스를 갈망하는 일 외에는 다른 기질이 없는데, 이것은 퍽 놀라운 일이다.”

영국의 수필가 이자 정치가인 조지프 에디슨(Joseph Addison, 1612-1719)이 1712년에 한 말이다. 300년이 지난 오늘 우리의 현실과 딱 어울리는 말인 듯싶다. 사람들의 눈과 귀가 신문이나 방송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를 갈망하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정확하고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조직이나 기업들이 많다. 그렇다고 ‘침묵’으로 일관하면 될 일이 아니다. 조직이나 기업에는 위기에 대한 상황을 정확하고 현실성 있게 대응할 수 있는 대변인이 있어야 한다.

정부 조직이나 정당 ․ 기업 등에서 수시로 TV화면에 등장해 발언을 하는 사람이 대변인이다. 대변인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은 ‘조직을 대표해서 내부의 뜻을 도마뱀 꼬리처럼 짤막하게 전달하는 인물’ 정도이다. 하지만, 대변인은 위기관리 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핵심 인물이다.

대변인의 역할과 자세...일관성과 정확성이 중요해

언론학자 티모시 쿰스(W. Timothy Coombs)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책에서 대변인의 역할을 명쾌하게 정리했다.

“대변인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조직의 목소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책임은 위기상황에서 수집된 메시지의 일관성과 정확성을 관리하는 것이다.”

티모시 쿰스는 위기 시 ‘메시지의 일관성과 정확성 관리’를 중요한 요소로 봤다. 지극히 당연한 주장이다. 필자는 그가 제시한 대변인의 여러 가지 역할 중에서 네 가지를 발췌했다.

첫째, 위기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대변인이 위기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미리 준비된 원고를 읽기만 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직이나 기업에 내재한 전문 용어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있어야 하며, 짜임새 있는 답변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말을 잘하는 웅변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실성이 있어야 한다. 가식적인 웅변은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 기자들의 질문에 효과적으로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묵묵부답이나 노코멘트가 아닌 효과적인 답변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 곤란한 질문에 답변할 수 없는 이유를 기자들이 납득하도록 설명할 수 있는 능력도 대변인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셋째, 통일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조직이나 기업이 한사람의 대변인을 통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여러 사람의 대변인을 두더라도 한 사람처럼 통일되고 일관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변인들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생기면 위기가 더욱 확대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말하는 모습이나 태도·복장 등이 깔끔하고 단정해야 한다. 또한, 사안(事案)의 본질과 동떨어진 쓸데없는 변명을 늘어놓지 말아야 한다.

이와 같은 상황들을 볼 때 대변인을 선정하는데 있어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최고 책임자들이 ‘측근을 쓴다’는 생각만으로 대변인을 임명해서는 안 된다.

최악의 사태를 가정하는 실전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어야

“부회장님이 구속될 경우 경영을 총괄하는 CEO의 순번을 정해야 합니다.”

필자가 기업에 근무할 때에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자’는 제안과 함께 오너(owner)의 구속에 대비하자는 항목을 제시했던 적이 있었다. 관계자들의 얼굴이 새파래진 것은 당연지사. ‘매뉴얼의 도가 지나쳤다’는 표정들이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부회장은 오히려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합니다. 아주 좋은 제안입니다.”

위기관리는 윗사람의 눈치를 살피면서 형식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최악의 상황을 케이스스터디 함과 동시에 위기에 대한 현실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실전 위기관리 매뉴얼이며 대변인이 주도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매뉴얼 작성에 있어서도 흐름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정립해야 한다. 그 단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위기관리 팀 편성->리스크 원인 조사->케이스 스터디와 보도 분석->현상 파악-> 문제점 추출->위기관리 기본 계획 책정->위기관리 기본 계획 작성->위기관리 매뉴얼 완성’이다.

나아가 위기관리 매뉴얼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다름 아닌 조직이나 기업의 정직성이다. 한 때 우리의 서점가와 안방을 점령했던 하버드대 마이클 샌덜(Michael J. Sandel)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의 한 대목을 떠올리며 이 글을 마감한다.

“탐욕은 악덕 즉 나쁜 태도이며, 특히 타인의 고통을 망각하게 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어려운 시기에 이웃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활개 치는 사회는 좋은 공동체가 못된다. 따라서, 지나친 탐욕은 가능한 한 억제해야하는 악덕이다. (좋은 사회를 위해서).”

 

장상인 칼럼리스트  jsi104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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