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살균 시험기관, 시험 방식 모두 '제 각각'... 기준 없는 검증방식에 기업들만 '골탕'
상태바
정수기 살균 시험기관, 시험 방식 모두 '제 각각'... 기준 없는 검증방식에 기업들만 '골탕'
  • 정은지 기자
  • 승인 2021.02.05 1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소·한국소비자원, 검증 기준 제각각
국내 전해수기 살균력 검증 관련 '표준 기준' 마련 시급

정수기 필수 부품인 전해수기 살균력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보다 근본적으로 살균력 테스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5일 정수기 업체에 따르면, 정수기관 살균법의 경우 국내 대표적인 테스트 기관인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소(이하 연구소)와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이 다른 방법을 사용하고 있어 결과가 나오더라도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연구소는 소비자원과 달리 정해진 테스트 기준조차 없어서 문제다.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업체가 시료를 제시하면서 어떤 부분을 테스트해 달라고 의뢰하면 그부분만 테스트해서 결과를 통보해주는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자체가 제품 전체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표준 결과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시험은 의뢰 업체가 제시하는 시료와 기준만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업체가 요청한 시험의 결과가 정수기 관의 살균력에 적합한지 판단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연구소는 또 정수기에 부여하는 'S마크'가 정수기에 들어가는 살균 모듈만 인증하는 것이고, 이는 살균효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부품을 인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SK매직·LG 퓨리케어 등 정수기 업체는 정수기의 살균 방법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소 등 공인 인증기관에 의뢰해 전해수의 살균력을 시험받고 이 검사 결과를 토대로 살균력을 발표한다. 

하지만 이같은 방법에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전해수기의 살균력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전해수기 방식이 이용되고 있는 정수기까지 살균력 관련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음)[사진=연합뉴스]
전해수기의 살균력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전해수기 방식이 이용되고 있는 정수기까지 살균력 관련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음)[사진=연합뉴스]

소비자원은 연구소와는 다른 시험방법인 '세균현탁액시험법'을 이용해 살균력을 시험한다. 앞서 소비자원은 이 시험을 통해 시판 중인 전해수기 일부에 대해 살균 효과가 미흡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소비자원은 정해진 시험 루틴이 있기는 하지만 전해수기에 최적화된 테스트 방법이 아니라는 부분은 인정했다.

이처럼 두 기관의 시험방법이 다른 이유는 국내에 전해수기 살균력을 검증하는 제도적 기준이 아직까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국제표준에 따라 전해수기의 살균력을 검사하는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돼 있어 의뢰 업체가 그 기준에 맞추면 검증이 완료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수기나 전해수기를 만드는 업체들은 기관마다 제각기 다른 검사 기준 때문에 제대로 된 검증을 받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와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원의 보도만으로 정수기 내의 전해수기 방식이 효용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음에도 명확한 기준이 없어 소비자의 오해가 쌓여간다고 토로했다.

전해수기 업체 관계자는 "시험 방식이 표준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살균력이 미비하다는) 소비자원의 발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전해수기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관계 기관은 하루빨리 제대로 된 검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수기 관을 살균할 때는 전해수기 방법이 이용된다. 전해수기 방법이란 수돗물을 전기분해해 살균력이 있는 전해수를 생성하는 방법이다. 수돗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 치아염소산, 치아염소산이온과 같은 산화종이 함께 생성되고, 이렇게 생성된 전해수를 이용해 정수기 내부의 관을 살균하는 방식이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소 외관[사진=연합뉴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소 외관[사진=연합뉴스]

 

정은지 기자  market@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