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방위산업 발전법 시행..."취지 살리려면 지속적인 소통하면서 보완해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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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방위산업 발전법 시행..."취지 살리려면 지속적인 소통하면서 보완해 가야"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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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2월 방산발전법 국회통과...오는 5일 시행 앞둬
- 코로나19로 검증 미비...채우석 "좋은 취지 살리려면 소통하면서 보완해야"
- 강은호 방사청장 취임에 따른 기대감 크지만... '외풍' 우려도 적지 않아

1년전인 지난해 2월4일 방산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공포됐다. 이로써 방위산업 발전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지난 1970년 방위산업 불모지에서 시작한 국내 방위산업은 50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면서 국내 중화학공업 발전의 기초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른 바 이명박 정부 시절 '사자방'이라고 불리우는 '방산비리'의 오명과 함께 심대한 타격을 입은 이후 지금까지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방위산업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며, 특히 4차산업혁명의 대변화의 시기를 맞이해 특단의 발전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인식이다. 그같은 염원을 담아 방위산업발전법과 후속법인 국방과학기술혁신법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고 이제 시행된다. 

코로나19의 혼란 속에 1년이 보내고 시행을 맞은 시점에서 미흡한 점은 없는지 보완할 점은 무엇인지 당초 취지를 되새기며 녹색경제가 짚어봤다...<<편집자 주(註)>>

2017년 9월 방산발전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백승주 의원
 2017년 9월 방산발전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백승주 의원 [사진=연합뉴스]

 

[그날] 지난해 2월 4일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명 방위산업 발전법 공포

지난해 2월 4일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해 공포됐다.

이 법 본문에는 "방위산업의 발전 및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방위산업의 발전기반을 조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하여 자주국방의 기반을 마련하며 나아가 국가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입법 취지를 명시했다.

앞서 지난 2017년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소속 백승주 의원이 발의한 방위산업 발전법과 2018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철희 의원이 발의한 방위산업 진흥법을 합쳐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방위산업 발전법)'이라는 이름으로 국회를 통과하게 됐던 것이다. 

이철희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철희 의원 [사진=연합뉴스]

당시 여러차례의 세미나와 포럼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 수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산업계에서 이 법률안의 완성도는 높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백 의원의 법안은 방산업계의 입장을 많이 반영했고, 진흥법은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등 정부 기관의 입장을 따랐다는 평가속에 두개의 법을 섞다보니 업계의 입장과 정부기관의 입장이 제대로 조율되지 못했다는 것이 아직은 중론이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피할 수 없는 전세계적인 변화 속에서 국내 방위산업이 생존하기 위해, 그리고 국가의 안보와 자주 국방을 위해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최소한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서둘러 입법이 이뤄졌고, 공포된 상황이었다. 

이와 함께 방산발전법을 보완하는 법으로 지난해 3월 31일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국방과학기술혁신법)이 공포됐고, 이 법안 역시 오는 4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은 "국방과학기술혁신을 위한 기반을 조성해 국방과학기술을 혁신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강한 국방을 도모하며 나아가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들 법안의 취지를 잘 살리지 않으면 산업, 일자리는 물론 국가안보까지 잃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우려다.

 

[그후] 방사청·업계·기관 각자 코로나19를 견디며 준비하고 기다린 1년

지난 1년 코로나19로 방산기업들과 방위사업관련 기관들 모두 상당히 힘든 한해를 보냈다. 방산 중흥을 위해 매우 중요했던 준비기간을 큰 성과없이 보낼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수적인 몇몇 사안들은 다행히 진전을 봤다. 

 방사청은 방위산업발전법에 따라 지난달 국방기술품질원(원장 이창희, 기품원) 산하에 방산진흥연구소를 신설하고 소장을 공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는 국내 방산 육성 지원과 국방기술기획·관리·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연구소는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및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 제정에 따라 신설됐다.

연구소는 ▲방산지원본부 ▲기술기획본부 ▲기술평가센터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 등으로 구성되며, 전체 인원은 383명이다. 인사·예산의 독립성을 보장해 기품원과 독립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지난달 "연구소 신설을 통해 기술 생애주기 전체에 대한 국방 R&D 체계를 정립하고, 부품 국산화·수출지원 업무 등을 한 기관에서 수행함으로써 국방 분야 중소·벤처기업을 중점 육성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해 6월 방사청 인가를 받아 다음달인 7월 방산중소벤처기업협회(회장 김용수 연합정밀 대표)가 설립됐다.

방위산업발전법 제10조는 국방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과 관련한 조항으로 1항에는 '방사청장은 국방중소ㆍ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여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방산기업들이 밀집한 경남과 창원을 중심으로 방산혁신클러스터가 조성되기도 했다. 이 지역에 군산학연을 연계한 방위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부품국산화와 스마트 국방을 달성하겠다는 취지다. 이 또한 방산발전법 시행을 위한 준비의 일환이다. 

가장 반가운 소식은 방사청 개청 14년만에 처음으로 청 내부에서 청장이 나왔다는 것이다. 강은호 청장은 지난 2006년 개청 때부터 줄곧 방사청에서 잔뼈가 굵었다. 누구보다 방위사업에 대한 전문성이 높고 방산업계의 실상에 대해 밝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에게 거는 업계의 기대도 크다.

한편으로는 우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감사원을 비롯한 외풍에 시달리기 쉽다는 것이다. 방위사업법에서는 투명성, 전문성, 효율성을 강조하지만, 현실에서는 전문성과 효율성은 온데 간데 없과, 투명성만 압도적으로 강조되는 것이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약한 고리라는 점에서 기우라고 보기 어렵다. 전임자가 감사원 출신이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방산기업들은 방사청 담당자나 군 관계자를 만나 소통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 식사는 커녕 차 한잔 마시기도 어렵다. 이는 대다수 선진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군, 관료, 대학, 연구소, 정치권이 방산기업과 강력한 파트너쉽을 갖고 소통한다. 방산기업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군이 전투에서 생존성을 보장받고, 전투와 전쟁에서 승리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청장은 “방위산업 발전법 및 하위법령 시행으로 방위산업이 내수 중심에서 수출형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확고한 기반이 마련되었다”며 “이제는 국내 개발 원칙, 방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출산업화 등 똑똑한 1등을 위한 새로운 방위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하여 세계 시장이 인정하는 K-방산이 될 수 있도록 방산업계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4일 밝혔다.

강 청장이 가진 바 역량을 발휘하려면, 그가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강은호 신임 청장이 취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모습 [사진=방사청]
강은호 방사청장이 취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모습 [사진=방사청]

[앞으로] 2021년 2월 5일 방산발전법 시행...그 이후

국내 방산업계에는 이미 난제가 많다. 코로나19는 여전히 끝을 보이지 않고 있고, 미·중 갈등 속에 한반도와 주변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팽창되고 있다. 그에 따른 군사력 증강속도도 어마어마하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비롯한 무력강화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무엇보다도 미비한 방위산업발전법을 보완해야 한다. 법률안의 취지에는 방산관계자라면 누구나 공감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는 말처럼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점투성이라는 것이 방산업계의 조용하면서도 한결같은 우려의 목소리다. 

그럴 수 밖에 없기도 한 것이 지난 50년간 커다란 변화없이 지속해왔던 방사청 업무를 혁신적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인데, 충분한 소통과 시범운영, 검증과 보완 등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기대와 함께 우려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방사청은 올해부터 '성실성추정원칙'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는 방산발전법에 따른 후속조치다. 취지는 방사청이 기업이 제출한 원가자료가 진실한 것으로 추정해 원가검증을 생략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원가 인정을 두고 시간을 끌거나 계약이 늦어져 사업이 지연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된다. 

환영할만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해  기업은 내부통제제도, 외부감사, 방산원가 관리체계 인증 유지 등의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이 중 내부통제제도 조건을 살펴보면 그 수준이 외부감사법에 따른 재무보고를 위해 일반상장기업에서 운영 중인 내부회계관리제도와 맞먹는다. 대다수 방산기업에 과도한 업무부담이 될 수 있다.  87개 '방산지정업체' 중 3분의 2는 비상장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같은 요건을 만족시키려면 별도의 전산시스템을 도입하고, 전담인력을 운영해야 한다. 

방산회계에 경험이 많은 국내 회계법인 대표인 Y씨는 "내부통제제도는 통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라며 "전체적인 회계의 결과에 대해 신뢰도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인가를 따지는데, 방산 계약과, 사후 감사는 개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혹 떼려다 혹 붙이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외에도 취지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우려가 높은 조항이 수두룩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각 조항이 기업에 따라 유불리가 다르고 정도차이가 있다보니 목소리를 모으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각 기업의 목소리를 차분히 듣고 반영하면서 충분한 시범기간을 갖고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서로 모여 소통할 기회가 그만큼 적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50년 동안 방위산업은 독특한 영역에서 독특하게 성장해왔다. 다른 나라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각국이 처한 여건에 최적화된 형태로 발전해왔다. 방위산업은 국가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각자의 해법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처한 여건이다. 지정학적으로 우리 주변국들은 세계적인 군사강국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일본은 지난해 GFP(Global Fire Power) 기준 세계 1위부터 5위까지 차지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우리나라는 6위다. 

그리고 여기에 핵무기는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추진잠수함 등 전략무기를 거침없이 개발하는 북한이 있다.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SLBM(북극성-5형으로 추정)이 등장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화면/연합뉴스]
지난달 북한 노동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탄두가 커진 신형 SLBM(북극성-5형으로 추정)이 등장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화면/연합뉴스]

지난달 북한은 제8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핵잠수함,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다탄두 대륙간핵탄도미사일, 극초음미사일 등 최첨단 전략무기들을 개발했거나 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당 창건 기념 열병식에서는 새로운 재래식 무기도 대거 선보였다. 

북한은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nbsp;열병식에서 지난해 개발한 발사관 6개를 탑재한(6연발) '초대형 방사포'를 공개했다. [사진=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북한은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지난해 개발한 발사관 6개를 탑재한(6연발) '초대형 방사포'를 공개했다. [사진=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지난 50년간의 눈부신 발전을 잊히기라도 한 것 처럼, 방위산업은 '비리산업'으로 매도되기도 한다. 몇몇 개인의 비리는 모든 산업에 존재한다. 

방산발전법과 국방과기혁신법을 제정한 이유는 두번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이 법의 취지에 맞는 운용이 뒤따르지 않으면 만들지 않은 것보다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KF-X 시제기를 조립하는 과정 [사진=방사청]
KF-X 시제기를 조립하는 모습 [사진=방사청]

당면한 현안들도 만만치 않다. 단군이래 최대 방위사업으로 꼽히는 한국형차세대전투기(KF-X) 개발과 수조원대의 육군의 노후 수송헬기 교체사업, 해병대 상륙용 공격헬기, 7조원이 넘는 해군의 한국형 미니이지스함(KDDX)사업, 수조원대의 경항공모함과 수조원대의 핵잠수함 건조 등 해외무기도입이 아니더라도 엄청난 규모의 사업들이 시급하게 결정되거나, 보완되어야 하고, 속도를 붙여 진행돼야하는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미래전장에 대비한 연구개발과 전력확보도 더 이상 늦추기 어렵다. 국방부는 2일 발표한 '2020국방백서'에서 북한에 비해 병력면에서 2.3배 열세인데다 전차, 잠수함, 전투기 등도 양적으로는 열세지만, 첨단무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확보하는 등 질적으로는 압도적으로 우세하다고 강조했다.

저출산으로 인해 남북한의 병력차이는 앞으로도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더욱 국방과학기술역량과 방산기업들의 성장이 요구된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은 "처음 시행하는 법안인 만큼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처음의 취지를 잘 살려 국내 방위산업이 다시 한번 도약을 시작하는 한해가 되도록 함께 힘써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그렇게 하자면, 소통의 기회가 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리=녹색경제]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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