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문 대통령 '기업인과의 대화' 2년, 재계와 규제개혁 약속 지켰나...이재용·정의선 엇갈린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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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문 대통령 '기업인과의 대화' 2년, 재계와 규제개혁 약속 지켰나...이재용·정의선 엇갈린 운명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1.08 0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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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2019 기업인과 대화'에 대기업 총수 및 중견기업 대표 130명 초청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80조 투자 등 약속 지켜...현 정권과의 '사법 리스크' 지속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문 대통령과 17번 만남 등 지속...수소차 등 미래차 협력 관계
- 정부여당의 기업 규제 폭주...경제 3법, 중대재해법 등 기업 규제 지속

2년 전, 1월 문재인 대통령은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규제 혁파를 약속했다. '기업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대규모 투자 협약식 등을 통해 자주 만났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기업하지 힘든 나라를 만들고 있다. 재계는 정부여당이 기업규제 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에 이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까지 일방 통과시킨 데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폭주하자 분노하고 있다.

◆ 그날

문 대통령 '기업인과의 대화' 2시간 자유토론...기업인들 규제 완화 요구에 화답

2019년 1월 15일 오후 2시.

문재인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및 중견기업 대표 130명이 청와대 영빈관에 모였다. 신년을 맞아 기획한 ‘2019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였다.

문 대통령과 주요 기업 대표들 간 대화는 2시간여 동안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함께 입장했다. 문 대통령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여민수 카카오 대표 이사, 방준혁 넷마블 의장 등 앞줄에 앉은 기업 대표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이어 뒷줄 앉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당시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과도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의 좌우 자리는 김택진 대표이사와 김재희 이화다이아몬드공업 사장이 앉았다. 청와대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게임과 IT기업의 대표주자 김택진 대표와 중견 여성기업가 김재희 사장이 대통령의 좌우 자리에 위치하게 됐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이야기하는 모습

문 대통령의 모두 발언이 끝난 후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됐다. 사회를 맡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토론 직전 "미팅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상의를 탈의하고 진행하면 어떤가"라고 건의했고, 문 대통령은 미소를 지으며 "좋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참석자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상의를 탈의한 후 다소 자유로워진 분위기 속에서 토론을 진행했다.

기업 대표들은 주로 규제에 대해 건의했다.

당시 황창규 KT 회장이 첫 포문을 열었다. 황 회장은 개인정보 보호 규제 부분에 대해 거론하며 "한국의 국기도 올릴 수 있고 전 세계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AI나 빅데이터가 활성화되도록 좀 더 규제를 풀어주셨으면 한다"며 "개인 정보를 활성화하면 나라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태 상공회의소 중견기업위원장은 "기업이 규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호소하고 입증하는 현재의 방식보다는 공무원이 규제를 왜 유지해야 하는지 입증케 하고, 입증에 실패하면 자동 폐지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기업 자율, 시장 감시, 정부 감독에 맡겨도 될 사전 규제의 일괄 정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도 높은 제안을 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혁신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며 "이것을 사회가 용납을 못하면 이것을 용납하는 법을 적용하거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혁신성장을 위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환경 조성과 최고의 인력이 접근할 수 있는 환경도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작년(2018년) 하반기부터 수출실적이 부진하면서 국민에게 걱정을 드린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 국제 정치 불확실성 높아지고 시장이 축소되었다 하는 것은 핑계일 수 있다"며 "기업은 그럴 때일수록 하강 사이클에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 게 임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자만하지 않았나 성찰도 필요할 것 같다. 설비와 기술, 투자 등 노력하여 내년 이런 자리가 마련되면 당당하게 성과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대한민국 1등 대기업으로서, 작년 숙제라고 말씀드린 ‘일자리 3년간 4만 명’은 꼭 지키겠다"고 약속햇다.

또 이 부회장은 "이것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기업의 의무"라며 "두 아이 아버지로서 아이들 커가는 것 보며 젊은이들 고민이 새롭게 다가온다. 소중한 아들딸들에게 기회, 꿈과 희망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수출이다. 현대자동차는 내년 5% 늘려 202만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것은 무역확장법 232조 등 관세·통상 관련 문제가 잘 해결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대기문제·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를 위해서 전기·수소차 등에 향후 4년간 5조원을 투자하고, 몽골 2,700만평의 부지에 나무를 심는 식재사업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수소 자동차·버스 등은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기능까지 있으니 효과적이고, 조림협력사업 등도 좋은 대책"이라고 답했다.

이날 17명의 기업인들이 대통령과 정부에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 얘기에 경청하며 직접 답변을 했다. 부족한 부분은 관련 장관의 답변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투자와 혁신이 중요하다"며 "기업은 경제적 과제와 아울러 사회적 과제 해결도 중요하다.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기업인들에게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으로 "문재인 정부는 지속적으로 규제혁신 의지를 피력하고 여당과 노력해왔다. 기업 입장에서 속도에 아쉬움 있을 수 있다. 규제혁신 부분은 대한상의와 정부가 TF를 구성해 머리를 맞대고 하나하나 검토하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기업인들과 문 대통령의 사진 촬영을 마지막으로 행사는 종료됐다.

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등의 청와대 산책 모습

커피 보온병 들고 소탈한 청와대 산책...기업인들, '문재인 손목시계' 선물로 받아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소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그룹 총수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과 방준혁 넷마블 의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과 청와대 경내 산책에 나섰다.

청와대 경내 산책에 나선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한 손에 커피가 든 보온병을 든 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소통했다.

산책에 나선 기업인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그룹 총수를 비롯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9명이었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이날 약 25분간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산책 중 당시 위기설이 나온 삼성의 반도체, 셀트리온의 바이오산업, 미세먼지, 대북산업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이재용 부회장의 공장이나 연구소 방문요청에 대해 문 대통령은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반도체 경기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은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 화답했다.

최태원 회장은 "반도체 시장 자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가격이 내려가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면 된다"며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가격이 좋았던 시절이 이제 조정을 받는 것"이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반도체 비메모리 쪽으로 진출”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은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라며 기업이 성장을 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진 회장은 "세계 바이오시장이 1,500조"라며 "이 가운데 한국이 10조 정도밖에 못한다. 저희와 삼성 등이 같이하면 몇 백 조는 가져올 수 있다. 외국 기업들은 한국을 바이오산업의 전진기지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경내 산책을 마친 후 박용만 회장은 자신의 승용차를, 나머지 기업인들은 단체버스를 타고 청와대를 빠져나갔다. 문 대통령의 기업인들과의 소통 일정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청와대를 찾은 기업인들은 이른바 '이니시계'로 불리는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손목시계를 받았다. 청와대는 행사 후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문 대통령의 손목시계를 전달했다.

◆ 그후

문 대통령, 이재용 대규모 투자 행사 잇단 참석...정의선과 밀월 관계, 총 17번 만나

문재인 대통령은 '2019 기업인과의 대화' 이후 후속조치에 들어갔다. 대기업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 등을 통해 “민생경제 분야에서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내겠다”고 선언한 만큼 고용과 투자 ‘열쇠’를 쥔 대기업 등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청와대는 대규모 투자프로젝트 전담반을 가동하는 동시에 수소 경제, 미래차, 에너지 신산업, 비메모리 반도체 등 신산업 분야별 육성 방안을 수립하고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후속조치의 핵심은 규제개혁. 기업인들이 한목소리를 냈기 때문.

문 대통령 '2019 기업인과의 대화'

청와대는 “규제 샌드박스 사례를 대대적으로 발굴해 조기에 성과를 창출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간담회 당시 “기획재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규제개선추진단을 통해 규제개선 추진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간담회에 만족감을 표시한 데 이어 즉각적인 정책 반영을 지시하면서 ‘기업인과의 대화’가 정례화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이후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청와대 대화 이후 문 대통령은 대기업 공장 등을 방문하며 ‘기업 프렌들리’를 이어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4월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부품연구동(DSR)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원대한 목표 설정에 박수를 보내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앞서 2018년 7월 인도 국빈방문 도중 삼성전자의 인도 현지 휴대전화 공장인 노이다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데 이어 문 대통령이 국내 삼성전자 사업장을 찾은 것은 취임 후 처음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로 도약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을 발표했다. 또 팹리스 및 장비소재 업체들과의 상생협력 계획도 소개했다.

2019년 10월, 문 대통령은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캠퍼스를 방문해 이 부회장과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을 가졌다.

'반도체 비전 2030' 행사에 참석한 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삼성디스플레이는 2025년까지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에 총 13조1000억원을 신규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수익성이 떨어진 LCD(액정표시장치)에서 첨단 ‘퀀텀닷(QD·양자점)’ 공정으로 대형 디스플레이 중심을 전환, 초격차 전략을 통해 대형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새로운 전성기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도 ‘디스플레이 강국’ 유지를 위해 7년간 4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전방위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디스플레이 제조강국을 만들자는 (대통령)말씀은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됐다”면서 “외부의 추격이 빨라질수록, 그 도전이 거세질수록 끊임없이 혁신하고 더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정의선 수석부회장과의 만남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과 정 수석부회장은 간담회 이틀 만인 2019년 1월 17일, 울산에서 다시 만나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의지를 모았다.

두 사람은 2일 신년회에서 만난 데 이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수소전기차의 가치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며 또 만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새해 첫 지역경제투어를 정 수석부회장과 함께 한 셈이다.

정부는 이날 ‘수소경제 전략보고대회’를 열고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로드맵은 2040년까지 ▲수소차 누적 620만대 생산(내수 290만대, 수출 330만대) ▲수소충전소 1200개 확충 ▲수소택시 8만대, 수소버스 4만대, 수소트럭 3만대 보급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15GW(수출 7GW 포함)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2.1GW(약 94만가구) 보급 ▲연간 526만톤의 수소 생산·공급시스템 조성 ▲수소 가격 kg당 3000원 이하로 하락 유도 등을 골자로 한다.

현대차는 울산시청 행사장에 수소전기차 밸류체인-수소 활용 모빌리티-수소 활용 연료전지 순으로 3개 부스를 설치했다.

문 대통령은 "(웃으며) 요즘 현대차, 특히 수소차 부분은 내가 아주 홍보모델이에요"라고 말해 현장에선 일동 웃음이 터졌다.

문 대통령 “우리는 수소 활용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했고, 핵심부품 99%의 국산화를 이루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또 이날 문 대통령은 지역경제인과의 간담회에서도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만났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12월, “수소경제라는 신사업 분야의 ‘퍼스트 무버’로서 수소가 주요 에너지인 수소사회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FCEV 비전 2030’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연간 50만대 규모 수소차 생산,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70만기 생산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정 수석부회장은 ‘한국판 뉴딜’에서도 함께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2020년 7월,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한국판 뉴딜 국민 보고대회에 경기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화상으로 참여, 현대차그룹의 그린 뉴딜 계획을 발표했다.

정 부회장은 "내년은 현대차그룹에게 전기차 도약을 위한 원년이 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저탄소, 나아가 '제로' 탄소시대를 위해, 전기차와 그리고 수소전기차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기술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 친환경 미래차 관련 설명을 들은 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미래차 생산 현장 방문은 일곱 번째 한국판 뉴딜 현장 행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30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 친환경 미래차 관련 설명을 들은 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2020년 10월 14일, 현대차그룹 회장에 등극하자 문 대통령은 직접 챙겼다.

문 대통령은 10월 30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해 정 회장을 격려하고 친환경 미래차 생산현장을 둘러봤다.

문 대통령은 10월 28일 시정연설에서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대비, 경제활성화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후 첫 방문지로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을 선택한 것.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 사업의 한 축인 ‘그린 뉴딜’ 현장 방문이기도 했다.

정 회장은 문 대통령과 부처 장관들에게 미래교통수단인 도심항공교통(UAM), 제네시스 컨셉카, 차세대 수소트럭 '넵튠' 등이 전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플랫폼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정 회장의 공식 만남은 총 17차례에 달했다. 정 회장이 현대차 그룹 수장에 오른 이후의 만남은 이날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정 회장에 각별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회장을 만남을 통해 ‘기업 프렌들리’에 나섰지만 586 운동권 출신 청와대 참모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재계 총수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여전했다. 운동권 특유의 ‘반 재벌’ 의식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청와대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 대통령이 약속한 규제혁신은 큰 성과가 없었다. 대신 기업을 옥죄는 규제가 늘었다. 지난해 민주당은 경제 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에 이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까지 단독으로 처리했다. 재계와 야당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공정경제 3법‘이라 했지만 재계는 ‘기업규제 3법’이라고 불렀다.

◆ 그리고, 앞으로

"기업들이 신바람나게" 약속 안지킨 문 대통령...중대재해법 등 민주당 폭주에 재계 '분노'

문 대통령은 2년 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기업들의 과제는 우선 '기업이 성공하는 것'이다. 그것이 나라가 부강하게 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신바람나게 할 수 있도록, 글로벌 경쟁력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정부가 기업 활력을 제고하고 장애가 되는 규제를 혁파하는 데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자리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며 "올해 세계경기가 둔화되면서 우리 경제 어려움 있지 않을까 우려도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돌파해왔다. 그런 저력을 올해도 발휘하여, 기업과 정부가 함께 노력해 어려움을 돌파해 나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나라’가 됐을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이 왜 안 중요하겠습니까.”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월 6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를 마친 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한 말이다.

재계가 중대재해법 제정을 우려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 회장은 “산업재해를 예방하려면 우리 모두가 전력을 다해야 하고, 시스템과 교육에 대한 투자, 시설, 인식, 모든 게 다 일치가 돼야 한다”며 “처벌만 자꾸 얘기하면 (기업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재계는 지난해 경제 3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까지 통과된 데 이어 중대재해법마저 입법될 가능성이 커지자 “충격적”이라며 분노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영계가 요청한 핵심사항이 대부분 반영되지 않은 채 의결한 데 대해 유감스럽고 참담함과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경총은 전날까지 중소기업중앙회 등과 함께 10개 경제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 막판까지 호소에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강력한 기업 처벌로 국내 기업은 더 이상 국내 투자를 늘리기 어렵고, 외국 기업들 역시 한국에 대한 투자를 주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기업은 하청업체의 사고마저 대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CEO)의 처벌 사유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소기업계에선 대기업의 하도급 일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경총과 중기중앙회 등은 향후 입법 절차에서 최소한 ▲중대산업재해 정의를 ‘다수의 사망자가 반복해서 발생한 경우’로 수정하고 ▲경영 책임자에 대한 하한 설정의 징역형(1년 이상) 규정을 삭제하고 ▲경영 책임자가 의무를 다하거나 의무 위반의 고의가 없는 경우 면책규정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대한상의 박 회장은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너무 급격하게 엄격해져서 상공인들의 걱정이 굉장히 많은 게 사실”이라며 “대·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모두 그런 상황이니 입법부에서 경제와 기업에 가는 영향을 생각해 속도 조절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촉구했다.

그리고 박 회장은 임기를 마친다. 서울상공회의소는 2월 초 열릴 회장단 회의에서 최태원 SK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대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당초 고사했다가 마음을 돌렸다. 박 회장의 강력 천거와 재계의 요청을 두루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문재인 정권에 미운 털이 박힌 이후 대한상의는 재계 맏형 역할을 해왔다. 최 회장이 현 정권과 소통 창구로서 제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기업인과의 대화’ 이후 해빙 무드가 예상됐으나 현재 청와대와 여당은 민주노총 등에 끌려다니면 기업을 예비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2020년 신년인사회에서 만난 이재용-정의선-최태원

최 회장은 SK그룹을 20여년간 이끌며 이재용 부회장, 정의선 회장, 구광모 회장 등 재계 뉴리더들과 호형호제하면서 ‘맏형’ 역할을 한다. 재계 맏형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어울린다는 것.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약속과 달리 정부 여당은 재계를 적대시했다는 결과만 남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문재인 정부와의 133조원 투자 약속 등을 지켰다. 경영권을 물려주기 않겠다고도 했다. ‘무노조 삼성’도 파기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등 ‘사법 리스크’에 갇혀 삼성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반면 정의선 회장은 수소차 등 미래차를 매개로 문재인 정권과 밀월 관계를 지속했다.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정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것일까, 청와대 586 참모들이 이렇게 만들 것일까 궁금증이 커져 간다. 어쨌든 문 대통령은 2년 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기업들이 신바람나게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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