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⑤] 각광받는 '그린에너지' 영속성 확보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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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⑤] 각광받는 '그린에너지' 영속성 확보하려면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01.1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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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화석연료→그린에너지 흐름 가속화… 장밋빛 환상 안 되려면
‘탄소중립’ 가치에 방점 찍고, 주민수용성 확보 등 촘촘한 전략 필요
- 계획 제시 뛰어넘는 재정·제도·기술 기반 갖춰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인류를 공격할 즈음 많은 이들은 앞으로 ‘코로나 이전’(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fter corona) 시대로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인류는 일개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새로운 삶을 강요받고 있다. 그것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인간 생태계 전반에 ‘역경’(逆境)을 넘어 ‘생(生)과 사(死)’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생(生)의 길’, 즉 활로(活路)를 찾아야 한다. 그 활로는 인간의 일상적인 삶에 영속성과 지속성을 주는 길이어야 한다. 백신이 코로나를 잠재울지라도 이미 달라진 우리의 삶 전반을 그 이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녹색경제신문>은 2021년 새해를 맞아 우리 경제의 영속성과 지속가능성의 길을 찾고자 한다. 우리가 제안하는 활로는 ‘그린’(green)이다. 그린에서 일상의 삶을 영위케 하는 경제구조와 산업 생태계의 영속성과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산업계는 지금 ‘그린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T 바이오의 첨단산업은 물론 자동차 제철 조선 등 전통 제조업계와 유통업계, 금융업계도 ‘그린’에서 영속성과 지속성을 찾는 아직 한번도 가보지 않을 길을 찾고 있다. 그 앞날의 길을 살펴보자. <편집자註>

 

- 글 싣는 순서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①] 주요 기업들이 뛰어든 '그린뉴딜', 신기루되지 않으려면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②] '그린경영'이 아니면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없는 시대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③] '그린모빌리티'의 핵심, 전기차·수소차의 미래는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④] '그린수소' 꿈꾸는 대기업들, 사업기반 구축 '한계'도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⑤] 각광받는 '그린에너지' 영속성 확보하려면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⑥] 유통업계에 불어오는 '그린테일' 바람
[신년특집-그린이 미래다⑦] '녹색금융' 꿈꾸는 금융업계, 탄소제로에 몸을 싣다

 

그린에너지는 그린뉴딜, 그린경영의 기반이자 기초다. 에너지는 사회와 기업 활동의 근본이라서다. 에너지 생산 방식을 놓고, 갈등이 첨예한 분야이기도 하다. 산업혁명의 시초가 된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생산 방식은 싸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조금씩 변해왔다. 탄소 배출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봉착하면서다. 코로나19 이후 ‘지속가능한 경제와 환경’이라는 가치가 중요하다는 걸 세계가 피부로 느끼게 되면서 이 속도가 빨라졌다. 국내에서 지난해 7월 그린뉴딜 정책이 발표된 데 이어 9월 중국, 10월 일본 등 관련 정책이 터져나왔다. 미국도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는 올해부터는 정책 방향이 ‘그린’이 될 전망이다.

전세계적으로 석탄, 석유, 원자력 등 공고한 기존 에너지 기반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에너지 생산을 늘리는 일은 그린뉴딜 시대를 이끌기 위한 기초 체력을 키우는 일이 됐다.

◆그린뉴딜에 투자하는 정부·기업, 돈이 몰렸다

지난해는 그린뉴딜이 급부상한 한해였다. 오랫동안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대부분의 태양광·풍력 업체들이 주가 상승을 맛봤다. 국내 재생에너지 기업들은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어 왔다. 태양광 분야는 중국 업체와의 원가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이었고, 풍력 터빈 시장은 트랙레코드 조차 마련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내수 시장이 무너졌다. 증권 시장에서도 이들 기업은 외면받아 왔다.

이런 분위기가 급변한 건 정부가 지난 7월 16일 탄소중립 사회를 위한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25년까지 73조4000억원을 투자해 65만9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코로나19를 불러온 기후·환경 위기와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다.

영광 태양광 ESS 발전단지 전경. [사진=중부발전]
영광 태양광 ESS 발전단지 전경. [사진=중부발전]

증권시장에서 외면받아 온 기업들에 돈이 몰렸다. 태양광 중심 기업에서 그린수소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준비를 하는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3월 20일 9370원로 최저치를 기록한 뒤 지난 7일 기준 5만5300원으로 6배 가까이 올라 두각을 나타냈다. 현대에너지솔루션 역시 지난 2019년 11월 상장 이후 1만원대였던 주식이 1년 만에 4만원대로 뛰었다.

풍력 기업들의 주가 상승도 두드러졌다. 국내에서 두산중공업과 함께 몇 안 되는 풍력 터빈 생산 기업인 유니슨은 지난해 3월 27일 570원이던 주가가 9월 한때 7910원까지 치솟았다. 현재는 5000원대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세계 1위 풍력 타워 전문업체인 씨에스윈드는 지난해 3월 19일 1만5000원대이던 주가가 현재 17만7000원대를 기록 중이다.

다만, 자칫 현재의 그린뉴딜 정책이 장밋빛 환상에 그쳐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의 그린뉴딜 정책이 10년 전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전략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한화솔루션과 유니슨 등 기업 주가는 10년 전쯤 수준까지는 아직 미치지 못했다. 2010년대 초반 풍력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며 조선·중공업 회사들이 사업을 시작했지만, 대부분이 3~4년 내에 사라졌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그린뉴딜 정책을 살펴보면 기존 부처 사업계획에 ‘그린’이라는 이름만 붙여 나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녹색성장 사업 계획의 재판 아니냐는 우려하는 마음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린뉴딜 정책이 ‘탄소중립’ 가치보다는 대기업 위주 산업 촉진 차원에 치중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큰 틀에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긴 했지만, 중단기 점검 목표가 없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산업의 급격한 변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기존 산업의 일자리 감소 등 충격파를 막아줄 장치도 미흡하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그린뉴딜 정책 계획이 추진됐을 때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 얼마만큼 온실가스 감축될 수 있느냐는 목표치가 없는 점이 아쉽다”며 “또한 그린뉴딜로 가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기존 산업에 닥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계획도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영속성 확보하려면… 촘촘하고 치밀한 전략 있어야

그린에너지 정책이 영속성을 확보하려면 좀 더 촘촘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속도는 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촘촘한 정부 정책이 필요했던 대표적 사례는 지난 2017~2019년 잇따라 터진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태를 꼽을 수 있다. 3년 동안 29차례나 화재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두 차례 화재조사단을 꾸리는 등 진통을 겪었다. 화재 원인을 두고 1차 조사단이 ‘복합 원인’, 2차 조사단이 ‘배터리 이상’이란 결론을 내세우면서 신뢰성 자체도 의심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후 안전대책 등을 내놓은 끝에 올해부터는 태양광·풍력 연계 ESS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각각 5.0과 4.0에서 0으로 축소했다. 사실상 ESS 보급을 민간에서 공공 중심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업계 반발이 커졌다. 2017~2019년 새롭게 설치된 사업장만 1347곳으로 이는 이전 4년 동안 설치된 275곳의 5배에 가까운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ESS 관련 REC 가중치가 0이 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부터 BMS·EMS 관련 회사와 EPC(설계·조달·시공) 업체 등 민간 산업이 한순간에 경쟁력을 잃게 됐다”며 단계적 변화 대신 산업을 고사시키는 방향을 택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지난 2019년 10월 21일 오후 4시 14분께 경남 하동군 진교면 관곡리 한 태양광발전소 내 ESS 설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경남소방본부]
지난 2019년 10월 21일 오후 4시 14분께 경남 하동군 진교면 관곡리 한 태양광발전소 내 ESS 설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경남소방본부]

ESS는 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장치인 만큼 민간 부문이 배제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재생에너지 특성상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가진 중소기업이 확대와 정착을 위해 해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언급이다. 전력 수요에 따라 충·방전 시간을 조절하고 이를 잘 지키면 혜택을 주는 등 정책을 세워 민간 참여도 독려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당장 현장에서는 재생에너지 시장을 키우려면 다양한 참여자가 시장에 들어와 기여할 수 있는 분산형 시장이 필수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의견과는 반대로 최근에는 한국전력(한전)이 재생에너지 발전 시장까지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관련 산업 종사자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9월 ‘해상풍력사업단’을 출범, 사실상 풍력발전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발전 겸업 근거는 지난해 7월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개정안으로 이 안이 통과되면 한전은 발전과 송·배전, 판매를 독점하게 될 전망이다.

당장 풍력·태양광 등 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재생에너지 인허가와 주민수용성 확보 문제를 해결하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분산 전원의 시대가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소규모로 다양한 위치에 발전원 설치되는 게 시대 흐름이고, 이를 위한 다양한 사업자가 참여하는 게 국가적으로 바람직하지, 예전처럼 대규모 발전사업을 하는 건 시대 흐름과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지속가능한 연구개발이나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고 언급했다.

◆계획 넘어 재정·제도·기술 기반 갖춰야

계획 이행 과정에서 나오는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정부가 그린뉴딜 계획을 세우는 걸 뛰어넘어 탄소 중립사회를 위한 기반을 갖추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린뉴딜이 각 정부부처 계획들을 ‘그린’이란 포장지로 덮었다는 오명을 쓰지 않으려면 이런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그린뉴딜이 탄소 중립사회로 이어지려면 ‘재정, 제도, 기술’ 3가지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중 핵심은 탄소중립 재정 구축으로 기후대응기금, 탄소가격시그널 강화, 탄소예산제도, 녹색금융공사 설립 등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온실가스 관련 통계기반 확충, 2040년 이전 석탄발전 폐쇄, 환경비용과 연료비 연동 등 현 정부에서 시작된 논의가 또 다시 미뤄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린에너지 확대를 위해 정부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민간에서도 좀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유진 연구원은 “입지가 중요한 재생에너지 특성상 기업들도 갈등 관리 기법이나 주민 소통 기법을 적극적으로 배울 필요가 있다”며 “생산도 하고, 설치도 해야 하는 발전사업자의 경우 프로세스를 갖추고,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창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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