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한진중공업 집어삼킬 한국토지신탁은 어떤 회사?
상태바
[해설] 한진중공업 집어삼킬 한국토지신탁은 어떤 회사?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0.12.23 11: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토지신탁은 부동산 개발 기업...자회사 동부건설 앞세워 영도조선소 개발 통한 투자금 회수 목적으로 인수전 참여
한진중공업 조선사업 폐기수순 가능성 제기...부산시, 노조, 시민단체 등 극렬한 반발로 진통 예상

한진중공업 우선협상자로 동부건설컨소시엄이 확정된 가운데 참여업체 중 하나인 한국토지신탁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가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국내 채권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주주협의회가 지분매각과 관련 ‘동부건설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22일 공시했다.

또 주주협의회는 SM상선 컨소시엄을 예비협상 대상자로 정했다고 밝혔다.  동부건설컨소시엄이 가장 높은 금액을 써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후문이다. 

매각대상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한진중공업 보통주 5282만9905주(63.44%)와 태그얼롱(Tag along·동반매도청구권)을 보유한 리잘은행 등 필리핀 금융기관이 소유한 지분 166만4044주(20.01)%다.

앞서 한진중공업 본입찰을 진행한 결과 동부건설 컨소시엄과 SM상선 컨소시엄, 케이스톤파트너스 컨소시엄 등 3곳이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당초 예비입찰에서는 약 7곳이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본입찰에서는 수가 3곳으로 축소됐다. 본입찰에서 한화그룹의 참여여부도 관심사였지만 참여하지 않았다.

우선 협상자가 되면 일정 기간 우선적으로 매각 협상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대금 마련 등에 문제가 없다면 사실상 동부건설컨소시엄이 한진중공업을 인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동부건설컨소시엄이 동원 가능한 현금은 수천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추가 투자 등을 받게 되면 인수자금 마련에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한국토지신탁과 동부건설은 3분기 기준 각각 2253억원, 752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NH투자증권PE의 투자 가능액은 1000억원 선으로 전해진다. 

동부건설컨소시엄은 한국토지신탁, NH투자증권PE, 동부건설 등 3곳이 힘을 합쳤다. 원래 예비입찰에는 한국토지신탁과 NH투자증권PE가 각각 참여했었지만 본입찰에서는 손을 잡았다.

동부건설은 한국토지신탁의 자회사다. 동부건설은 PEF인 키스톤에코프라임이 지분 67% 가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토지신탁의 키스톤에코프라임 지분율은 87% 수준이다. 

이번에 컨소시엄 이름으로 동부건설을 전면에 두고 참여한 것은 투자회사가 참여했다는 이미지를 버리고 동부건설과의 시너지를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연합군 3곳 중 한국토지신탁, 동부건설이 같은 그룹이어서 한국토지신탁이 한진중공업을 차지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토지신탁은 부동산 개발 기업...자회사 동부건설 앞세워 영도조선소 개발 통한 투자금 회수 목적으로 인수전 참여

한국토지신탁은 한국토지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출자를 받아 1996년에 세운 부동산 신탁/개발관련 기업이다. 2001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함으로써 경영이 민영화되었고, 금융위원회에 의해 2009년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른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아 금융투자업도 영위하고 있다. 공기업 출신의 민간기업으로 부동산 개발업을 주업무로 한다.

2016년부터 토지신탁사가 재개발 단독 사업자로 나설 수가 있게 되었는데, 이에 한국토지신탁 등도 부동산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6년 7월부터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상장했다. 작년 기준 직원 수는 약 200명 수준이며 평균연봉은 8000만원에서 1억원이다. 한국토지신탁은 사실상 부동산 개발업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한진중공업 인수전에 참여하게 된 이유도 부동산 개발 때문이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사모펀드 대부분이 부산 영도조선소 개발 및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노리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발주가 크게 감소하며 조선업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자 결국 부동산 가치가 중소조선사 매각작업의 핵심적 이슈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영도조선소 부지는 연 면적 26만㎡ 규모에 이르는 영도 도시재생사업의 핵심지역으로 부산항 북항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상업지로 용도변경이 이뤄지게 되면 부산 영도조선소는 땅값만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맞은편 북항 재개발과 연계해 부산 영도조선소 부지에 아파트 단지를 세우면 조 단위의 막대한 개발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한국토지신탁의 상황도 한진중공업 인수에 목을 메게 만들었다. 한국토지신탁은 올해 매출 2271억원, 영업이익 998억원이 예상된다. 2018년 매출 2693억원, 영업이익 1846억원을 기록했었는데 2년 연속 매출, 영업이익이 동반 감소가 예상된다. 특히 영업이익은 2018년보다 1/2로 쪼그라드는 것이다. 한국토지신탁에 있어 한진중공업 인수는 2년 연속 실적 악화를 해소하고, 막대한 개발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한국토지신탁은 동부건설과의 시너지를 강조하고 있다. 영도부지 개발에 가장 큰 목적이 있지만 동부건설을 앞세워 마치 동종업체가 인수하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최근 M&A 기조를 보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현대중공업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등 동종업체가 인수하는 것을 정부가 가장 선호하기 때문이다. 동부건설컨소시엄은 23일 “동부건설이 한진중공업과 같은 건설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각자 독자적인 사업 영역을 보유하고 있어 서로 장단점을 보완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인수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한국토지신탁의 한진중공업 인수관련 대해 평가를 유보하는 분위기다. DB금융투자 조윤호 연구원은 "수수료수익과 이자수익이 감소세에 진입하며 실적 안정성이 낮아진 상황"이라며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겠지만 한토신 입장에서 한진중공업 인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점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한진중공업 조선사업 폐기수순 가능성 제기...부산시, 노조, 시민단체 등 극렬한 반발로 진통 예상

문제는 한국토지신탁을 주축으로 한 동부건설컨소시엄이 인수하게 되면 한진중공업 조선사업은 폐기수순을 밟게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영도조선소 부지개발에 나서게 되면 조선소의 대체부지를 찾아야 조선업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조선소 부지는 막대한 평수가 필요하고, 한국토지신탁이 조선업 유지를 위해 또 다른 부지를 찾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결국 100여개사에 달하는 한진중공업 조선 부문 협력업체의 줄도산 및 정규직과 협력업체 근로자 약 2000명이 실직 위기에 놓일 수 있다. 동부건설컨소시엄이 영도조선소에 있는 특수선사업부를 다른 조선소에 매각할 것이란 예상도 제기된다. 동부건설컨소시엄은 "부지를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만 밝힐 뿐 조선업을 계속 유지할 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동부건설은 본입찰 제안서에 조선업 고용유지 최소 3년 조항을 삽입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3년간 상업부지 용도변경 작업을 하고 추후 개발에 나설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태다. 

22일 부산시민대책위원회가 부산 중구 산업은행 부산지점 앞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22일 부산시민대책위원회가 부산 중구 산업은행 부산지점 앞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진중공업 노조와 부산시민, 금속노조 등의 극렬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부신지역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부산시민대책위원회는 22일 오전 부산 중구 산업은행 부산지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업과 관련 없는 투기자본들이 부지개발 이익을 노리고 있어 영도조선소 폐업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또 “영도조선소 매각에 앞서 최소한 조선소 유지와 발전에 대한 입장과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투기자본 졸속매각은 영도, 나아가 부산 경제를 망치고 대량해고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금속노조와 한진중공업지부는 성명을 통해 “한진중공업을 인수해 다른 생각하지 말고 조선업에만 충실할 것, 기존의 공장을 유지하고 운영하며 고용을 유지할 것, 노조를 인정하고 단체협약을 승계할 것 등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투기자본이 아니라 건실한 산업자본이어야 한다”며 "지금 산업은행이 판단해야 할 것은 누가 많은 돈을 내느냐가 아니라 누가 한진중공업과 지역경제, 한국 중형 조선산업에 보탬이 되겠느냐 여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부산상공회의소, 부산 시민사회 등도 지난 17일 한진중공업 조선업과 고용 유지를 촉구하는 공동 입장문을 만들어 산업은행에 전달하기도 했다. 한진중공업 노조 등 노동계를 비롯한 부산 각계가 “조선업 유지 없는 한진중공업 매각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어 향후 매각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