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LGU+·KT·SKT 등 통신사가 만든 'AI 선생님', 새로운 형태의 '학습 스트레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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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LGU+·KT·SKT 등 통신사가 만든 'AI 선생님', 새로운 형태의 '학습 스트레스' 우려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0.12.22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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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코로나19 사태 속 AI 기술 활용한 비대면 교육 콘텐츠 개발 박차
LGU+ 시선 추적 시스템, SK브로드밴드·KT의 영유아 평가 시스템 아이들 옥죈다는 비판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각 이통사들이 AI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교육 콘텐츠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그래도 부모의 지나친 교육열로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인 학생들이 AI(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밀착(?) 감시할 수 있게되면서  아이들을 과도하게 억압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학생들의 사생활을 침해한다"거나 "아이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감옥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LG유플러스는 시선 추적 솔루션 업체와 협업해 초등생 대상의 가정학습 서비스인 'U+초등나라'에 'AI학습태도매니저' 기능을 추가했다.

AI학습태도매니저의 핵심 기능은 사용자의 '시선 추적'이다. 태블릿PC의 기본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의 움직임과 시선의 위치를 파악한 뒤 이를 토대로 사용자가 화면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집중했는지 분석해 보여준다.

또한 사용자가 집중해서 화면을 보는 경우와 멍하니 화면만 보는 경우를 구분한다. 일정 시간 동안 시선이나 얼굴이 인식되지 않을 시에는 알림이 작동한다. 이 같은 기술을 통해 아이들의 올바른 학습 태도를 기르고 부모는 효율적인 학습 지도가 가능해진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시각에서는 AI학습태도매니저가 친절한 도우미가 아닌 무서운 '감시자'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다. 학습할 때마다 집중도가 측정돼 한시도 화면에서 눈을 떼기 힘들고, 분석 결과가 학부모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집중도는 분 단위로 비교적 자세하게 표현된다. 아이들은 집중도가 잘 나와야 한다는 부담감과 결과에 따라 부모에게 혼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KT는 '키즈랜드'에서 영유아를 대상으로 AI 기반의 영어 교육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먼저 AI 스피커인 '기가지니'를 통해 영유아의 알파벳, 단어, 말하기 영역을 최대 35문항으로 테스트한다. 이후 영유아의 영어 수준을 미국 국공립학교 기준에 따른 등급(A~F)으로 알려준다.

학부모가 아이들의 영어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정밀한 학습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 역시 아이들을 등급으로 나눠 스트레스를 주는 등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SK브로드밴드는 AI를 통해 영유아부터 초등생까지 나이별 맞춤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B tv ZEM 키즈'를 서비스 중이다. B tv ZEM 역시 영어 수준 진단 기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사용자의 영어 수준을 또래 아이들의 평균 수준과 비교해 보여줘 KT의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부담감을 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AI가 아이들을 옥죄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논란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AI와 얼굴 인식, 열 감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스마트 교실 행동 분석 시스템' 구축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이 시스템은 학생들의 앉은 자세에서부터 인사하는 모습, 쓰레기를 줍는 모습까지 모두 수집해 평가할 수 있다.

그러자 전 세계의 시민들은 해당 학교를 향해 "학생들의 사생활을 침해한다", "아이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이 감옥으로 만들 셈이냐"라는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시옹 빙치 상하이 21세기 교육연구소 부장도 당시 한 외신을 통해 "AI 기술로 학생들의 태도 등을 평가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교사와 학생의 관계도 왜곡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AI 학습 지원 서비스들은 출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아이들이나 학부모의 만족도 등을 파악할 자료는 없다"고 답했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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