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허태수 회장 취임 2년, 코로나19 넘을 GS그룹 비전 나올까
상태바
[그날 그후] 허태수 회장 취임 2년, 코로나19 넘을 GS그룹 비전 나올까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12.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임 1주년 앞둔 허태수 회장, 코로나19로 호된 신고식 치러
위기서 더욱 강조된 체질 개선, 친환경·디지털 등 방향 적절
더 거세진 코로나19, 신년사에 담길 GS그룹 비전과 목표 주목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올해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임기 첫해 만난 게 하필 코로나19다. 유례없는 글로벌 펜데믹 여파로 올해 GS그룹 실적이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했다. GS그룹을 지탱해 온 정유 사업이 이번 위기에 유독 취약한 영향을 받았다.

허태수 GS회장이 지난 1월에 열린 제1회 GS임원포럼에서 임원들에게 그룹의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GS]
허태수 GS회장이 지난 1월에 열린 제1회 GS임원포럼에서 임원들에게 그룹의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GS]

허 회장은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할 새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야 하는 과업을 안고 GS그룹 회장직을 맡았다. 교체 타이밍이 시의적절했다. GS그룹의 주력 사업인 정유와 에너지사업은 침체 기로에서 코로나19라는 더 큰 변화의 바람을 맞았다.

GS홈쇼핑을 10년 넘게 이끌며 변화를 주도한 허 회장은 순탄치 않은 앞길에도 체질 개선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날

2019년 12월 3일, 허태수 GS 회장 선임

'혁신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 발굴'

허창수 전 GS그룹 회장이 취임 15년 만에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밝힌 퇴진 이유다. 허 명예회장은 임기를 2년 남겨 놓고 동생인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추대했다.

허 명예회장은 "지금은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리더와 함께 빠르게 변하는 사업 환경에 대응해서 세계적 기업을 향해 도전하는 데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중요한 시기"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허태수 회장은 2007년 GS홈쇼핑 대표이사에 부임한 뒤 해외 진출과 모바일쇼핑 사업 확장 등의 성과를 거뒀다. 임기 동안 안정적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전략적 투자로 GS홈쇼핑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컸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사진=GS]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사진=GS]

GS홈쇼핑에서는 전략적 투자 방식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그룹 회장이 되기 직전인 지난해 10월 24일 한진의 지분 6.87%를 취득해 온라인 쇼핑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노렸다. 한진이 보유한 물류 관련 광범위한 사업영역과 인프라를 활용해 배송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방안이었다.

이밖에 2018년 9월 반려동물 사물인터넷(loT)용품을 생산 판매하는 바램시스템에 30억원, 2017년 9월 NHN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NHN페이코에 5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시대 변화에 기민하게 움직였다. 사업 중심을 TV에서 모바일로 이전하고, 해외 스타트업에 꾸준히 투자하는 등 체질 개선도 이뤘다.

변화를 주도한다는 평가를 받은 그가 그룹 회장에 오른 뒤 처음 던진 메시지는 디지털 중심의 사업 투자다. 허 회장은 지난 1월 2일 계열사 경영진 150여명과 함께 신년모임을 열어 GS가 나아갈 방향으로 '디지털'을 제시했다.

허 회장은 이날 '스탠딩 토크'로 진행된 모임 자리에서 ▲디지털·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 확보와 육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강화 ▲애자일(Agile)한 조직문화 구축 ▲‘오픈 이노베이션’의 생태계 조성 등을 당부했다.

그는 "디지털 역량과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를 많이 확보하고 육성해달라"며 "중장기적으로 우리가 보유한 핵심 기술에 ‘디지털 역량’을 접목하고, 우리의 코어 사업과 연관된 사업으로 신사업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겨우 1년, 느긋하게 올 줄 알았던 변화의 바람이 거칠게 불었다. 혁신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일이 필연적 과제가 됐다. 시대가 크게 바뀌었고, 허 회장의 뗀 한 걸음의 방향은 적절해 보인다.

그후

디지털과 신기술 무장… 코로나19로 더 간절해져

GS그룹은 코로나19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코로나19 펜데믹의 시작 국면이던 올해 1분기 경영 타격을 크게 입었다. 피해가 가장 컸던 자회사는 정유계열사인 GS칼텍스로 영업손실 1032억원을 기록했다.

안정적 실적을 기록하던 GS칼텍스의 빈자리는 컸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올해 GS그룹의 실적은 매출 15조9333억원, 영업이익 8778억원으로 최근 5년 사이 유일하게 1조원을 넘지 못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2017~2019년 GS그룹의 영업이익은 2조를 넘겼다.

다만 올해 GS그룹의 실적 하락을 허태수 회장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올해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정유업계 전체가 겪은 경영 악화 정도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올해 정유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석유 제품 수요 감소와 큰 폭의 유가 하락을 경험하며 유례없이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배럴당 60달러 수준이던 유가는 40달러대로 떨어진 뒤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오히려 GS칼텍스는 정유업계가 어려운 상황에도 올해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빠른 회복을 보여줬다. 올해 3분기 GS칼텍스는 매출 5조458억원, 영업이익 2970억원을 거뒀다. GS칼텍스와 함께 정유 4사로 분류되는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S-OIL)은 1~3분기 내내 적자를 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만 유일하게 2분기 연속 흑자를 거뒀을 정도다.

허태수 회장의 부임 첫해, 실적 등락을 놓고 경영 성적을 평가하는 일은 가혹해 보인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 발전 부문 자회사인 GS EPS 등의 실적이 대부분 코로나19와 연계해 움직였기 때문이다.

취임 1주년을 앞둔 허 회장의 행보만 놓고 보면 GS그룹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해외법인과 사모펀드를 통한 투자처 물색이나 신사업 강화를 위한 외부인사 영입 등이 1년 동안 이뤄졌다. 특히 부사장급 인재 영입은 2005년 GS그룹이 LG그룹 계열에서 분리돼 창립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허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인수·합병(M&A)와 투자를 위한 시도들을 선보였다. 지난 7월 19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할 목적으로 벤처 투자 회사 GS퓨처스를 설립한 게 대표적이다.

GS퓨처스는 투자 첫 단계로 1억5500만달러(약 17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인 'GS콜렉티브 펀드1'도 조성했다. 여기에는 GS를 비롯해 GS리테일, GS EPS 등 계열사 10곳이 출자 형식으로 참여했다.

GS그룹은 지난 8월에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코넬캐피탈이 조성하는 펀드 투자 계획 안건을 이사회에 보고했다. 코넬 캐피털은 미국계 사모펀드로 골드만삭스 출신 헨리 코넬이 2013년 설립한 회사다. 약 15억달러 규모로 조성될 '코넬 캐피탈 파트너스 2호' 펀드에 GS는 수백억원 정도를 투자할 것으로 전해졌다.

허 회장은 GS홈쇼핑 부회장이던 2017년 코넬 캐피탈과 함께 식기 브랜드 '코렐'로 유명한 월드키친을 인수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한 적이 있다. 이를 통해 지분 9.1%를 확보했다.

그리고, 앞으로

한발 빠른 인사, 신성장 동력이 될까

허태수 회장 체제 1년, 무엇보다 큰 주목을 받은 건 올해 임원 인사다. GS그룹은 지난 11월 12일 임원 30명에 대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코로나19 등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미래 신산업 청사진 실행을 위해 예년보다 한 달 정도 앞당겨 이뤄졌다.

이번 인사는 허 회장이 지난 6월 취임 이후 두 번째로 행한 임원 포럼과 궤를 같이한다. 코로나19 이후 주력인 정유와 에너지 산업에 변화 움직임이 일어나고, 친환경과 디지털 등이 강조되는 시대 변화를 이끌 인물들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허태수 GS회장이 6월 17일 GS남촌리더십센터에서 열린 제2회 GS임원포럼에 참석해 코로나19 위기대응을 위해 일하는 방식을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GS]
허태수 GS회장이 6월 17일 GS남촌리더십센터에서 열린 제2회 GS임원포럼에 참석해 코로나19 위기대응을 위해 일하는 방식을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GS]

허 회장은 지난 6월 임원 포럼에서 "코로나19는 에너지 산업에 큰 폭의 수요 감소를 초래하며, 유통 분야에서는 모바일과 온라인 의존도가 급격히 커지는 변화를 야기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환경·클린에너지 등 우리가 아직 가보지 않은 '비욘드(Beyond) 영역'을 포함해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GS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급 3명을 외부에서 영입했다. 이를 통해 김성원 GS에너지 에너지자원사업본부장 부사장, 신상철 GS건설 신사업지원그룹장 부사장, 박솔잎 GS홈쇼핑 경영전략본부장 전무 등 3명의 인재가 중용됐다. GS 측은 인사와 관련해 신사업 경험과 벤처 투자, M&A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이 검증된 외부 인재를 과감히 중용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거친 신고식을 치른 허 회장 앞에는 더 거세진 코로나19가 기다리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 허 회장은 다양한 시도를 뿌리고 있다. 그의 발언이나 행보를 보면 그 시도가 가닿는 자리가 틀려보이진 않는다.

GS그룹 관계자는 "내년까지 코로나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이를 돌파할 수 있는 조직이나 인력 변화를 한 발 빨리 단행했다"며 "현재는 올해 진행된 일을 잘 마무리하고 내년 한 해를 위한 새로운 준비를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 내년 실적 계획에 대해 말하는 건 시기상조인 측면이 있다. 그룹 목표와 비전 등이 앞으로 있을 신년사에서 제시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창완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