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굴기 '휘청'...미국 제재에 사기, 먹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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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굴기 '휘청'...미국 제재에 사기, 먹튀까지
  • 김지우 기자
  • 승인 2020.09.30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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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화웨이 제재 후 중국 반도체 산업 추락세
중국 지방정부들 반도체 기업 유치 위해 벤처기업에 과열된 투자 양상
지방정부 반도체 프로젝트 실패 등 부작용 이어질 것이란 전망

미국이 화웨이 제재 등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자국 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자 발버둥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지방정부들이 무리한 벤처기업 투자와 부실, 파산 등의 부작용을 앓고 있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자력갱생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중국 최대의 네트워크·통신 장비 공급업체인 화웨이 제재 조치를 이달 본격 시행했다. 미국이 화웨이를 고립시키고자 공조를 구하면서 화웨이는 4월 역대 최고 글로벌 점유율인 21%를 달성한 이후 추락세였다. 지난 8월 기준 점유율 16%를 기록,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차이가 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미국이 세계적으로 화웨이에 대한 무역 제재로 인해 화웨이의 시장 점유율은 앞으로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4차 산업혁명에 핵심적인 '반도체 칩'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2018년부터 해마다 3000억 달러(352억5000억원) 이상의 반도체를 수입해왔다. 올해 상반기에도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1550억 달러(181조8925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도 마냥 손 놓고 당하는 모양새는 아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국 내 반도체 연구개발을 통해 핵심기술을 확보할 것을 강조해왔다.

사회주의 특성상 중국의 지방 관료들은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이 주장하는 방향을 따라야 한다. 그들의 승진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지방 관료들은 자신이 관리하는 지역에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늘릴수록 세금을 더 많이 거둘 수 있는 만큼 반도체 국산화에 힘쓰고 있는 형국이다.

지방정부는 우수한 기술력은 있으나 창업 자금이 부족한 벤처기업에 투자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반도체 벤처기업에 창업 재정을 투입하고 일정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을 통해 대주주가 된다.

지방마다 반도체 산업단지를 만들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자금 지원과 토지 제공, 세금 감면 등 파격적인 우대 요건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새로 지어질 반도체 산업단지까지 합쳐 무려 67개에 달한다.

올해 베이징과 상하이 등을 포함해 대부분의 지방은 '반도체칩 만들기 운동'을 시작했다. 중국 10여 개의 성과 직할시는 반도체 집적회로(IC)산업 매출 목표로 1조4200억 위안(243조7989억원)을 잡았다. 중국반도체협회 자료에 공개된 2019년 중국 IC산업 매출이 7562억3000만 위안(129조8319억원)에 비해 2배가량 많은 규모다.

또 올 상반기 21개성과 직할시의 반도체 프로젝트는 140개 이상이며, 총 투자액은 3070억 위안(52조7088억원)을 넘었다. 이는 일부 가난한 서부 지방을 제외하고 웬만한 지방들은 반도체 산업에 뛰어든 셈이다. 현재 중국에서 새로 설립된 기업은 7021개사에 달한다.

각 지방이 벤치마킹하는 '허페이 모델'이 있다. 안후이성 성도인 허페이시는 지난 2007년 LCD 제조업체인 BOE에 거액을 투자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그 결과 BOE는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허페이시는 지난 2017년 자본금 75%를 반도체 벤처기업에 지원하고 창신 메모리를 세워 D램을 중국 내 처음으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투자가 연달아 성공적인 결과를 내자 허페이시 정부는 중국에서 가장 우수한 투자기관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산업이 생사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더불어 지방정부의 자체적 문제까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후베이성 우한의 반도체 프로젝트 HSMC는 자금난으로 중단됐다. HSMC는 지난 2017년 창업 당시 지방정부로부터 1280억원(22조2600억원)의 투자금을 받아 중국 최초로 7nm(나노미터) 공정 양산을 성공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HSMC는 최첨단 7nm 광각기를 수입하고 산업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은행에 압류됐다. 일각에서는 지방정부의 보조금을 노린 사기극이었다고 말한다.

악용 사례는 또 있다. 반도체를 투자하겠다며 창업했지만 약속된 투자금 유치에 실패하면서 프로젝트를 중단한 경우다. 난징 더커마 그룹을 이끌던 리루이 회장은 난징, 화이안, 닝보 등 3개 도시에 반도체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장쑤성 화이안 시정부와 협력해 지난 2016년 화이안 더커마를 창업했다. 그러나 이내 약속대로 투자받지 못하면서 사업이 엎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리루이 회장은 저장성 닝보로 가서 반도체 회사를 창업해 창업 지원금 700억 위안(12억원)을 챙긴 뒤 소리 소문 없이 먹튀했다.

이처럼 중국 반도체 산업은 자국 내 산업 구조 등의 문제에 부딪히면서 장밋빛 그림으로만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반도체 산업이 주춤하는 것이 삼성 등 우리나라 반도체 주력 기업에 반사이익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설상가상으로 최근 미국이 중국 SMIC 제재를 가하고 있다. SMIC는 현재 14나노 수준의 공정 기술을 확보했고, 7나노 공정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로 SMIC는 7나노 이하 미세 공정으로 진입하기가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SMIC가 생산했던 퀄컴 등 미국과 유럽 기업의 물량을 삼성전자가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전문가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스마트폰 시장의 브랜드별 점유율을 크게 변동시킬 수 있는 강력한 요인이 되고 있다"며 "특히 유럽 시장에서 다양한 가격대에서 화웨이와 경쟁하던 삼성의 경우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지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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