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삼성은 '탈중국'하는데 LG는 '미적미적'...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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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은 '탈중국'하는데 LG는 '미적미적'...이유는?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0.09.1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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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년간 네개 중국 공장 가동중단...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도 탈중국 가세
LG그룹 핵심 계열사들 중국 매출 비중 높아...중국 및 한국 정부 압박도 우려사항
LG그룹 실리외교 이어질 것...중국과 미국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삼성전자가 2년간 중국의 네개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는 등 '탈(脫)중국'을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탈중국에 속속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LG그룹은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여 대조된다. 

특히 LG유플러스는 화웨이 5G 통신장비를 계속 사용하면서 미국의 권고까지 받았는데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그 배경은 무엇이고 향후 전망은 어떨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삼성전자 탈중국 움직임 지난해부터 본격화 반면 LG는 중국 투자 활발

삼성전자의 '탈(脫)중국'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년 간 무려 네개의 중국 생산법인 가동을 중단시켰다. 삼성전자는 오는 11월 말께 중국 톈진에 있는 TV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 톈진 TV공장은 중국 내 유일한 삼성전자 TV 생산기지다. 

삼성전자는 중국 이외에 베트남, 러시아, 멕시코 등에 TV공장이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8년 말 톈진 스마트폰 공장, 지난해 광둥(廣東)성 후이저우(惠州) 스마트폰 공장도 가동을 멈췄다. 지난 7월에는 마지막 PC 공장인 쑤저우(蘇州) 생산라인도 중단하는 등 제품 생산의 탈중국을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중국 생산기지로는 쑤저우 가전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 공장, 시안(西安) 반도체 공장만 남게 됐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작년부터 탈중국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도 인도나 베트남 멕시코로 이전하고 있고, 여러 기업들이 탈중국을 하고 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자동차, 전기·전자 기업들을 중심으로 중국 생산라인을 아세안과 중남미 등지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뚜렷한 상황이다. 미·중 통상 분쟁으로 인한 중국산 제품의 대미 수출 관세부담 증가가 주된 원인이라지만 미·중 패권경쟁에서 미국 쪽에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 역력하다. 

삼성전자는 중국 공장 가동중단 이유에 대해 "글로벌 생산거점의 운영 효율화를 위한 결정"이라고만 밝혔다. 가파르게 치솟은 중국 인건비와 삼성전자의 TV 등 낮은 중국 내수시장 점유율 등이 가동중단 이유로 꼽히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반도체, IT 산업 견제와 전세계 공급망 재구축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친미 경제블록과 산업지도를 구상하고 있으며, 유럽과 일본, 동남아 국가들이 급격하게 친미로 쏠리고 있는 중이다. 각국 지도자가 움직이고, 코로나19로 글로벌 반중 정세가 강해지면서 기업들도 따라 움직이는 모양새다. 

실제 삼성전자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인해 장미빛 미래가 열린 상태다. 최근 비국 버라이즌으로부터 8조원 대의 5G 통신장비 계약을 따내는가 하면, 미국 제재로 반도체 수급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빼앗아 올 수 있게 됐다.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성장세도 예고돼 있다. 

11월 가동중단되는 삼성전자 중국 텐진공장.
11월 가동중단되는 삼성전자 중국 텐진공장.

반면, LG는 이와는 영 다른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LG그룹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LG화학은 2018년 10월 2조1000억원을 들여 중국 빈장 경제개발구에 전기차배터리 2공장을 신설한다고 발표했고, 2019년 1월 LG화학은 중국 난징 배터리공장 증설에 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LG화학은 지난해 6월 중국 자동차 업체인 '지리자동차'와 배터리 합작 법인 설립을 발표했다. 2021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10기가와트시(GWh)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미국 중국 무역전쟁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일어난 발표여서 한동안 논란이 됐다. 또 중국 화유코발트와 전구체(프리커서) 및 양극재 공장을 최근 준공했다.

LG전자는 중국 BOE와 함께 차세대 스마트폰 폼팩터(외형)을 개발 중이며,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중국 광저우 공장 양산에 돌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미국 정부에 중국 화웨이에 대한 디스플레이 부품 수출을 허가해 줄 것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3일 중국 광저우에서 OLED 패널 공장 양산 출하식을 열었다. 정호영 사장(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경영진이 첫 출하 차량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3일 중국 광저우에서 OLED 패널 공장 양산 출하식을 열었다. 정호영 사장(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경영진이 첫 출하 차량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미국으로부터 화웨이 5G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는 권고까지 받고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 문제가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에서 비롯된 문제인 만큼, 공식 대응은 하지 않은 채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에 'LG는 친중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LG그룹의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실제 LG그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세먼지 악화로 반중 여론이 불거질 때마다 홍역을 치러왔다. 

LG그룹 핵심 계열사 중국 매출 비중 높아...놓칠 수 없는 中 시장

LG그룹이 탈중국을 쉽게 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 사유들이 지목되는데 그 중 하나가 각 계열사들의 높은 중국 비중에 있다. LG그룹 입장에서 중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LG그룹사 전체 매출비중을 놓고 보면 가장 큰 시장이 바로 중국이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이 전체 매출 비중에서 가장 많이 차지한다. LG디스플레이 중국 법인 매출은 약 18조원 수준으로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한다. 2018년 하반기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광저우 OLED 합작법인을 통해 OLED도 대량생산하면서 중국과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LG전자는 중국에서 매출이 2조5000억원 정도로 LG전자 내에서 높은 비중은 아니지만 중요도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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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에서도 중요한 사업분야 중 하나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인데 LG화학은 올해 10월 양산을 목표로 중국 난징에 배터리 공장을 지었고, 중국 테슬라와의 계약을 따내는 등 중국 매출비중이 높다.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 속에서도 중국 현지 상반기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인 '618 쇼핑축제'에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188% 신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 속에서도 중국 현지 상반기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인 '618 쇼핑축제'에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188% 신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LG생활건강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장품 사업의 경우 중국 비중이 매우 높다. 동종업계인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매출이 감소하는 것과 달리 LG생활건강의 매출은 계속 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온 LG그룹은 중국을 주요 중심축으로 발전해왔다. 중장기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LG그룹은 전략적으로 중국에 투자를 지속해왔고, 이제 발을 빼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 외에 친중성향이 강한 현 정부와 중국 정부의 압박도 LG가 탈중국을 할 수 없는 배경이 되고 있다.

LG는 오랫동안 중국 지도자들과 직간접적인 인연을 맺어왔고, 중국 매출 비중이 워낙 높은 LG그룹 입장에서는 당장의 보복이 두려워 중국과의 연을 끊을 수 없는 처지다. 연일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현 정부도 친중 성격이 강해 탈중국 시 발생할 어려움을 간과할 수 없는게 LG의 상황이다. 

LG그룹, 실리외교는 이어진다...중국과 미국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LG그룹의 각 수장들은 실리를 취하기 위해 중국과의 오랜 투자와 사업을 이어왔다. 현재 미국보다 중국 사업 매출과 비중이 더 높은 상황에서 전세게 기업 트랜드가 '탈중국'이라해서 떠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현 정권의 친중 성향도 LG입장에서는 눈치를 봐야하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또는 미국 중 한 곳을 선택하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며 그때 그때 상황에 맞는 현명한 입장을 취해 회사 이익을 도모하자는 게 LG의 입장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은 오랫동안 중국과의 거래를 늘려가며 전체 매출을 높여왔다"며 "미국의 중국 제재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고 이미 기투자해 놓은 것들이 많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세계 기업들의 탈중이 가속화되고 있고,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되고 있는 이상 LG그룹이 과거의 스탠스를 계속 유지할 경우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미국은 중국은 아예 전세계 산업 지도에서 배제시키려 하고 있고, 중국의 편에서서 함께 몰락할 것이냐는 질문을 글로벌 기업들에게 던지고 있다"며 "LG는 중국과 사업연관성이 깊기 때문에 자칫 미국의 중국 IT, 전자관련 제재 불통이 튈수도 있음을 염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r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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