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 제재, 우리의 선택은③] 경제적·정치적 이해관계 상존...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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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화웨이 제재, 우리의 선택은③] 경제적·정치적 이해관계 상존...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0.09.14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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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제재 하루 앞...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 미국에 특별 거래 허가신청했지만 가능성 희박
- 경제적 이해관계 뿐만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 상존
- 국내 IT, 전자 업체들 중요한 선택 시점... 전문가 "안미경중(安美經中) 전혀 유효하지 않아"

미국의 제재로 '중국의 자존심' 화웨이가 몰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화웨이 뿐만 아니라 중국 IT 산업 전체를 정조준하고 있으며, 반중 기조가 크게 바뀔 일은 없어 보인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과 미국의 틈바구니에 끼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국내 IT, 전자업체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美 화웨이 제재, 우리의 선택은①] 화웨이를 중국 업체가 대체할 가능성 희박...중국 IT산업 전체를 노린다
[美 화웨이 제재, 우리의 선택은②] 삼성·SK하이닉스·LG전자·디스플레이 업계 등 국내 업체 영향은? 
[美 화웨이 제재, 우리의 선택은③] 경제적·정치적 이해관계 상존...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이 화웨이를 필두로 중국 IT, 반도체, 전자 산업을 말살하기 위한 명확한 의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IT, 전자 업체들은 입장이 매우 난처해진 상황이다. 

화웨이는 작년 5월 시작된 미국 정부의 제재 초기 미국의 제재가 자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식으로 자신만만한 태도로 일관했다. 화웨이의 이런 태도는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해 더 높은 제재로 연결되는 결과를 자초했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 문제가 풀릴 때까지 최대한 비축한 재고 부품으로 버틴다는 계획이다. 재고 부품을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 최근 협력 업체들에 15일까지 최대한 많은 반도체 부품을 공급해달라고 요청했고, 실제로 공급받았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 미국에 특별 거래 허가신청...통과 가능성 희박

국내 업체들 입장에서 화웨이는 매우 중요한 거래처였다. 화웨이는 올해 2분기 출하량 기준으로 삼성전자를 꺾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였다.

화웨이는 삼성전자로부터 지난해 7조3000억원 어치(전체 매출의 3.2%)의 반도체를 사준 대형 고객사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매출의 11.4%에 달하는 3조원을 구매해 준 최대 고객사다.

양사 모두 대형 고객사를 잃게 되면서 단기적으로 상당한 매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에도 스마트폰용 패널을 화웨이에 공급해 왔으나 공급이 불가능해지면서 매출이 줄어들 전망이다. 

LG의 경우 LG전자가 화웨이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자 관계이지만 타 계열사별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LG디스플레이는 화웨이에 공급해 온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패널을 공급해왔다. LG디스플레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화웨이 비중은 1% 미만으로 2400억 원 수준으로 크진 않지만 당장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LG유플러스는 그동안 화웨이가 공급한 5G 통신장비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미국정부로부터 장비 교체를 강요당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미 연관성이 깊은 업체들은 미국에 특별 거래 허가신청을 마친 상태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은 미국 정부에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하기 위한 승인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허가를 받으면 예외적으로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지만, 현재 미 정부의 화웨이에 대한 강한 제재 의지를 감안하면 허가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 수출규제 및 경제제재 분야 전문가인 이수미(미국 Arnold & Porter) 변호사는 최근 한국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특별 거래가 승인되려면 공급하려는 업체가 미 상무국에 전자로 허가서를 제출하면 되는데, 어떤 사용자에게 얼마만큼의 수량을 어느 기간 동안 보내고 싶은지, 또 어떤 미국의 기술이 적용되는지를 자세하게 적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규에는 90일 이내로 판단이 나올 것이라고 돼 있지만, 화웨이와 관련된 경우는 미 국방부와 국무부, 심지어 백악관 등 여러 기관에서 심사에 들어오기 때문에 굉장히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면서 "경험상 8개월은 족히 걸리고, 1년이 넘을 수도 있다. 검토도 하지 않고 6개월 내로 라이선스를 안 주겠다며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법규엔 5G 이하의 레벨을 개발하거나, 이를 제조하는데 필요한 제품이라면 검토할 의향은 있다고 하지만, 화웨이 관련 '풋노트1 룰'이 적용된 제품이라면 잠정적으로 (허가를) 거절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라며 "웬만한 제품은 라이선스를 넣어도 희망이 커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풋노트1 룰이란 국산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써서 만들어진 장비를 토대로 만들어진 제품이 화웨이로 공급되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 미국의 수출 라이선스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화웨이 제재를 위해 만든 미국의 정책이다.

결국 특별 허가 신청을 하더라도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다.

국내 기업들 정치적 이해관계 엮여...언제까지 안미경중?

업계에는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 화웨이 특별거래 승인을 요청한 것은 단순한 매출 감소를 우려해서가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막대한 과징금을 피하기 위한 중국 눈치보기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8년 전세계 D램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 업체가 D램 가격을 담합했다며 불공정 거래 의혹을 제기하고 혐의를 조사했다. 아직 중국의 처분이 나오진 않았지만 만약 중국이 제재를 가한다면 세 업체는 과징금 9조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어차피 승인이 안될테지만 중국 눈치를 보는 태도를 취한 것이다. 거래처 중국에는 수출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미국이 거절하면 미국 얘기를 잘 듣는 모습을 보이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단순한 경제적 이해관계 뿐만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친중 성향을 여러차례 드러냈다.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국내 전선업체의 중국 진출이 막혔는데도 한전, 완도~제주 해저케이블에 중국 입찰을 허용했다가 비난에 직면하자 이를 취소한 해프닝을 벌인 것이 대표적 일화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전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이수혁 주미대사는 한 행사에서 “안보 관점에서 한미동맹에 기대고 있고, 경제협력의 관점에서 중국에 기대고 있다”며 “안보만으로 한 국가를 존속시킬 수는 없다. 경제활동이 안보만큼 중요하다”고 발언해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 이론을 꺼낸 것이다.  

최근 정부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압박을 가속화하고 있다. 검찰은 삼성 경영권 부정승계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9월 1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행위 등 혐의로 이 부회장과 전·현직 삼성 임원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를 두고 재계 일부에서는 "정부가 삼성을 공기업인 한국전력처럼 만들려고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을 옥죄는 여러 수단을 가진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개별 기업의 활동을 제한하는 조치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우려는 화웨이 이슈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정부가 선택을 강요받을 경우 기업의 입장과 판단을 넘어선 조치들이 정부에 의해 일어날 수 있다는 기업의 노심초사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슈는 계속 이어진다. 최근 이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방한의 대가로 삼성전자 등 국내 IT, 전자,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전선에 서라고 요구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코너에 몰린 화웨이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대체해 스마트폰에 독자 개발한 운영체계(OS)인 '훙멍'(鴻蒙·영어명 Harmony)을 적용하겠다며 더 많은 회사와 개발자가 자사 생태계에 들어오라고 권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 다수의 IT, 전자, 반도체 기업들도 포함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이 미 상무부에 부품 수출 허가를 공식 요청한 것도 이러한 중국의 압박이 있었다고 분석한다. 

이제 국내 IT, 전자 업체들은 중요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쉽게 정리하면 '미국 편을 드느냐', '중국 편을 드느냐'다. 이번 한번의 선택으로 향후 미중 패권 전쟁 이후 일어날 상황에서 심각한 피해 또는 정반대의 혜택이 주어질 수 있다. 

업계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선택의 기로에 놓였으며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립을 지키고 있다가 국내 기업들까지 정부의 친중 성향에 묶여 추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안보와 경제가 얽혀 하나의 전략으로 추진되고 있고, 이러한 시점에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 도식은 전혀 유효하지 않다"며 "안보와 경제가 분리되기 어려운 미·중 경쟁 속에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받게 되는 국내 산업에 기회가 무엇인지, 그리고 위기가 무엇인지 냉철히 분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것은 이미 예정된 것"이라며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미중 분리 목적으로 보이고, 그런 면에서 우리 기업들이 의사결정을 해야 될 시점이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r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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