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총수 연쇄회동은 전기車 ‘동맹’ 아닌 ‘경쟁’ 신호탄… 'K-배터리' 앞에 놓인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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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그룹 총수 연쇄회동은 전기車 ‘동맹’ 아닌 ‘경쟁’ 신호탄… 'K-배터리' 앞에 놓인 현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8.0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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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산업으로 주목받는 전기차와 배터리… 국내 기업 경쟁력 우수
총수 회동으로 'K-배터리 동맹' 기대감 높아… 현실적으론 '어렵다'

전기차 전환이 시대적 과제가 되면서 현대·기아차와 국내 배터리 3사 간의 관계 설정이 주목받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차례로 만나면서 ‘K-배터리 동맹’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나온 말인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7월 14일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발표 중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지난 7월 14일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발표 중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잘나가는 전기차와 배터리… 세계가 주목한다

8일 국내 주가 동향을 살펴보면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산업 중 하나가 전기차와 배터리 관련 업종이다. 국내 1위 전기차 생산업체인 현대차는 이날 오전 중 14만95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정부가 지난달 그린뉴딜 계획을 발표한 뒤로 시작된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배터리 업계들도 돌아가면서 주가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31일 영업실적 발표 이후부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날 오전 중에는 장중 한때 75만8000원까지 올랐다. 올해 2분기 전지 부문 사상 최대인 155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사실상 20년 만에 비로소 흑자 기조로 돌아서 그동안의 투자가 결실을 봤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SDI 역시 이날 장중 한때 50만9000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 주가를 경신했다. SK인노베이션은 역시 이날 15% 이상 주가가 오르면서 19만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뛰어넘었다.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은 앞으로의 성장이 더 기대되는 산업이다. 기후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높이고, 내연기관차 종료 시기를 이르면 2025년까지로 잡고 있어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대책으로 EU와 국내에서 앞다퉈 그린뉴딜 정책을 내놓는 등 성장 기반이 제대로 갖춰졌다.

국내 시장은 배터리 분야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국내 3사 가운데는 LG화학이 가장 앞서있는데, 글로벌 전기차 사용량 순위로만 보면 사실상 압도적이다. 올해 1~6월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이 24.6%(SNE리서치 조사)로 1위다. 각각 4위와 6위인 삼성SDI(6.0%)와 SK이노베이션(3.9%)의 점유율을 합친 점유율의 두 배 이상 차이나는 수치다.

◆‘K- 배터리 동맹’ 현실성 없어… 건전한 ‘경쟁’이 중요

지난 1월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대기업 사이의 경쟁 구도에서 ‘동맹’이라는 표현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배터리 업계 간 집중하는 기술력이 미세하게 다르고, 경쟁력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발 더 앞서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공동 기술개발’이나 ‘협력’이 가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유독 2차전지 분야에서만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게 의아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잘하는 회사들이 모여 힘을 합쳐 기술력이 뛰어난 배터리를 만들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보라는 대의는 알겠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겠나”라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합쳐 스마트폰을 만들라거나 카카오와 네이버가 힘을 합치란 말처럼 가능하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동맹이라는 말이 불편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실 동맹이라는 말은 조금 불편하다”며 “K-배터리 동맹에 기대지 않고 정정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심지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영업비밀 침해 소송까지 진행하고 있다. 신산업인 만큼 국내 업계 내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경쟁 구도는 국내 배터리 3사를 모두 글로벌 탑10에 올린 배경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견해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정말 좋은 전기차를 3개 만들어서 각사에 하나씩 납품하도록 할 수는 있을 것 같다”면서도 “물론 가능한 선에서 협력한다면 좋겠지만, 배터리 업체가 현대차하고만 거래하고 있는 게 아닌 만큼 국가 대항전 느낌으로 힘을 합쳐 외국 기업과 싸운다는 개념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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