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6년간의 변화…꽉 막힌 게임업계를 뚫을 해법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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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6년간의 변화…꽉 막힌 게임업계를 뚫을 해법 4가지
  •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20.05.07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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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년을 돌이켜 보면 꽤 많은 일이 있었다. 수십 년간 게임업계를 봐 왔지만 이렇게 힘든 시기는 많지 않았다. 사드 여파로 중국 문이 꽉 닫혔고, 게임을 '병'으로 보는 시선은 업계를 더욱 힘들게 했다. 거기다 최근에는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게임 업계는 큰 진통을 겪고 있다. 사방팔방으로 꽉 막힌 게임업계. 방법은 없는 걸까. 지난 6년간의 이슈를 살펴보고 이를 타개할 방법을 제시한다.

 

◆ 지난 6년간의 키워드

6년 전인 2014년, 가장 핫한 키워드는 정부의 '규제'였다. 헌법재판소가 셧다운제 합헌 판결을 내렸고, 웹보드게임 규제로 NHN엔터와 네오위즈의 매출이 급락했다. 또 일각에서는 게임을 마약과 비교하는 발언이 이어지면서 게임에 대한 인식은 바닥이었다.

중국산 모바일게임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습격한 것은 2015년이다. 중국에서 개발한 뮤 오리진이 매출 1위를 차지했고, 백발백중과 킹오브파이터즈 등의 게임이 매출 상위권을 점령했으며, 6년이 지난 지금도 AFK 아레나, 라이즈오브 킹덤즈, 기적의 검과 같은 중국산 게임이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TV광고 등 업계가 규모의 경제로 돌입하면서 부익부 빈익빈 시장이 만들어진 것도 이때부터다. 중견 개발사들은 갈 곳을 잃었고, 게임의 개성은 사라졌으며,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2016년,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이 강화됐다. 당시 얼마나 뽑기 게임이 성행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개발자들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닌, 돈 잘 벌어다 주는 뽑기 게임, 수집형 RPG만 만들어야 했다. 사람이 아닌 기계였다. '갈아 넣는다'는 표현이 나왔고, 게임사 직원이 돌연사하거나 자살하는 일도 발생하면서 개발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자율규제를 위한 노력
자율규제를 위한 노력

2017년에는 20년 만에 리니지의 시대가 다시 열린다. 리니지2레볼루션에 이어 리니지M이 사행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매출 돌풍을 일으켰고, 이 돌풍은 리니지2M으로 이어졌다. 한중 사드 갈등으로 중국 문이 닫힌 것도 이 해다. 가장 큰 시장이었던 중국길이 막히면서 국내 개발사가 고사하는 상황까지 갔지만, 중국의 무서운 미소녀들은 한국 시장을 점령했고, 3N의 게임만 잘 나가는 기형적인 시장이 형성됐다.

2018년에는 게임 질병화 이슈가 부각된 해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게임을 즉극 권유하는 형태로 WHO의 입장이 바뀌긴 했지만, 이 해는 게임을 하면 '환자'가 될 수도 있는, 게임산업 '위기'의 해였다. 위기가 절정에 달한 것은 2019년에 벌어진 넥슨 매각 사태다.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맏형이 회사를 판다는 소식에 업계는 극도의 불안을 느껴야 했다. 또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경영자와 노동자의 갈등이 심화되기도 했다.

게임중독은 질병
게임중독은 질병

 

◆ 희망은 밖으로부터…….'글로벌'

희망은 항상 국내가 아닌 해외로부터였다. 국내 게임 산업이 이만큼 커진 것도 중국이라는 거대한 판매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문이 닫힌 중국 대신 글로벌 PC게임 플랫폼인 '스팀'에서 대박이 터졌다. 국산 배틀로얄게임 '배틀그라운드'가 300만 동접을 기록하며 글로벌 화제작이 됐고, 모바일 플랫폼 진출에 이어 e스포츠 시장까지 활성화시키면서 국산 게임 발전의 양분이 되고 있다.

기네스에 오른 배틀그라운드의 신기록
기네스에 오른 배틀그라운드의 신기록

2020년 6주년을 맞이한 컴투스의 '서머너즈워'도 해외에서 대박이 터진 경우다. 지금까지 글로벌 누적 매출 2조를 달성했다. 다운로드도 1억 회를 돌파했다. 흔해 빠진 수집형 RPG였지만 게임빌 컴투스가 잘 닦아둔 해외에서의 기반이 역사를 만들어 낸 것이다.

넷마블 방 의장은 회사의 비전을 얘기하면서 현지화를 강조했다. 해외에 진출하려면 해외에 직접 가서, 현지인들을 참여시키고, 그 시장에 맞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의 강한 의지는 결과로 드러났다. 지난 4분기 넷마블 매출 중 해외 매출 비중은 70%가 넘는다.

작은 게임사도 마찬가지다. 네트워크도 되지 않는 국산 레이싱 게임은 스마트폰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인도에서 애니팡처럼 대박이 터져 3억 다운로드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 회사 말고도 글로벌에서 대박이 난 케이스를 말하자면 입이 아플 정도.

인도 MAU 2위 국산 게임
인도 MAU 2위 국산 게임

 

◆ 흐르는 대로 몸을 맡겨라…….트렌드

게임에는 개발자의 개성이 드러나야 하지만 거대한 흐름과 맞서서는 안 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기본적인 흐름은 타야 한다. 배틀그라운드로 발발된 '배틀로얄'이라는 트렌드를 잘 활용한 게임은 인기가 높다. 넷마블의 A3가 특히 그렇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그대로 베낀 게임은 오래가지 못했다. 오리지널이 있었기 때문이다. A3는 MMORPG와 배틀로얄이라는 짬짜면을 완성시켰고, 결국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내며 스테디셀러 반열에 들었다.

스테디 셀러 반열에 든 A3: 스틸얼라이브
스테디 셀러 반열에 든 A3: 스틸얼라이브

새로운 플랫폼에서 앞서 간다는 것은 가시밭길을 걷는 것이다. VR게임, AR게임, 블록체인게임은 모두 대박날 것처럼 덤벼들었지만 제대로 된 대박을 터트린 곳은 드물다. 규제가 심하거나 시장이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 새로운 시장, 새로운 플랫폼에서는 미니게임-캐주얼-RPG-MMORPG로 이어지는 핵심 장르의 흐름도 잘 살펴야 한다.

최근 모바일게임의 최신 트렌드는 하이퍼캐주얼게임이다. '미소녀'나 '방치형'은 이미 한참 치나 레드오션인 장르고, 하이퍼캐주얼은 인기순위 기준 세계 1-2위를 다투는, 여전히 핫한 장르다. 매출 면에서는 리니지 코드가 들어간 MMORPG를 따라 잡을 수가 없다. 아덴이라는 MMORPG를 개발한 김병수 대표는 이츠게임즈 지분 59%를 200억에 넘겼고, 아덴 개발자였던 박장수 엑스엔게임즈 대표는 라인게임즈를 통해 320억에 엑시트를 했다. 에오스모바일이나 로한M에도 리니지류 대박 코드가 들어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제로게임즈 박장수 대표
제로게임즈 박장수 대표

 

◆ 스테디셀러의 비결=전문성?

리니지 IP를 이용하지 않고도 이들 게임이 대박을 내는 이유는 단순하다. 리니지에서 수십억을 쓰고도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던 린저씨들이 고작 수천만 원만 쓰고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이 게임들을 차선책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꿩 대신 닭이다. 그렇다고 '국산 MMORPG'라는 타이틀만 달았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리니지류 게임에 들어 있는 '호승심'을 위한 '쟁'이 있어야 하고, 게임내 아이템은 거래소에서 거래가 되어야 하는 등 게임 내 다양한 과금 코드를 읽어야 한다. 그것이 전문성이고, 그것이 대박의 비결이다. 김병수 대표도 모바일 MMORPG가 태동한 2016년 아덴을 선보였고, 카오스 모바일의 박장수 대표도 함께 리니지류 MMORPG의 가능성을 보며 준비를 해 왔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스테디셀러는 이들이 보여준 전문성과는 또 다른 이야기다. 운영과 관련된 분야다. 전문성 위에 운영까지 잘해야 한다는 얘기다. 운영을 잘 못해서 무너진 경우가 한 두 게임이 아니다. 스테디셀러는 장수 게임을 의미한다. 스마트폰게임 시장이 2010년경 열렸고, 초반에는 미니게임만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6주년만 해도 대단한 기록이다. 에브리타운, 서머너즈워, 세븐나이츠, 별이되어라, 좀비고, 애니팡, 피싱마스터, 컴투스프로야구 등이 6주년을 넘긴 타이틀이다. 자잘한 운영 이슈는 있었지만 잘 이겨냈고, 현재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것은 '재미'가 있다는 얘기다. 콘텐츠를 소비하고 나면 재미 없어져버리는 게임이 아닌, 다시해도 재미있는, 콘텐츠가 계속 이어지는 게임이 장수(스테디셀러) 게임의 비결인 셈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닌,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9주년을 맞이한 컴투스 '아이모'
9주년을 맞이한 컴투스 '아이모'

국내 50여 개 사의 2019년 실적을 보면 여전히 빈익빈 부익부, 허리는 두 동강 난 상태지만, 중견 기업들에게서 조금씩 호복의 조짐이 보인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것인데, 단기적으로는 이들의 실적이 좋아질 수 있으나, 사태가 계속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체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꽉 막힌 체증을 풀기 위한 소통이 이루어져야 할 때다. 그와는 별도로, ▲흐름에 맞는 ▲재미있는 게임 만들어 ▲해외에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콘텐츠를 계속 생산해 내야 한다는 게임 개발사의 4가지 원칙은 기억해야 한다.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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