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 칼럼] 일본 코로나19 통계의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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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 칼럼] 일본 코로나19 통계의 수수께끼
  • 김의철 전문기자
  • 승인 2020.05.05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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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코로나19 관련 통계 부실해...정부의 전담기구 안 보여
- 확진자·사망자 지나치게 적어...검사 부족이 원인
- 오랜 발병기간·많은 인구·최고령 국가 감안하면 너무 낮은 치명률...통계청 나서야
4일 아베 총리가 총리 관저에서 긴급사태선언을 연장하는 발표를 하는 모습. [사진=교도/연합뉴스] 

일본의 코로나19(COVID-19) 관련 통계는 수수께기 투성이다. 

발병기간이나 인구, 그 동안의 대응과정을 살펴보면 현재의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를 믿기 힘들다. 게다가 치명률도 너무 낮다. 정부의 전담기구도 보이지 않고 다른 나라들에서는 매일 이뤄지는 브리핑도 하지 않는다.

 

◇정부의 코로나19 공식브리핑·전담조직 없는 유일한 OECD국가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4일까지 일본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5965명이고, 사망자는 569명이 나왔다. 

정확히 말하면, 이 수치는 정부의 공식 집계가 아니라, NHK가 자체 집계해서 발표하는 잠정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부분의 해외 언론은 이 수치를 인용하거나 참조한다. 

대다수 언론이 참조하는 실시간 국제통계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이날 현재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4877명이고, 사망자는 487명이다.

하루20명 안팎의 신규 사망자가 나오는 일본에서 무려 80명이 넘는 오차가 발생하고 있다. 확진자는 자그마치 1000명 이상의 차이가 난다. 대다수 국가들의 통계에 비해 일본의 통계가 갖는 폐쇄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매일 실시하는 정부의 공식브리핑이 일본에는 없다. OECD국가중에서는 일본이 유일하다. 그러니 우리나라 언론들이 일본의 코로나19 관련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는 NHK 등 현지 언론 보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감염증 세계적 유행)'을 선언하고 자체적으로도 비상사태를 선언한 나라에서 정부의 공식 브리핑이나 집계현황이 없다는 것은 수수께끼다. 더구나 세계3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이어서 더 그렇다.

일본정부의 공식적인 담당부서라고 할 수 있는 후생노동성 사이트에는 참조하거나 인용할만한 정보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가 너무 적다.

 

확진자

사망자

치명률

중증환자

확진/100만명

사망/100만명

총 검사

검사/100만명

일본

14,877

487

3.3%

321

118

4

183,251

1,449

한국

10,801

252

2.3%

55

211

5

633,921

12,365

독일

165,914

6,935

4.2%

1,949

1,980

83

2,547,052

30,400

영국

190,584

28,734

15.1%

1,559

2,807

423

1,291,591

19,026

브라질

105,222

7,288

6.9%

8,318

495

34

339,552

1,597

러시아

145,268

1,356

0.9%

2,300

995

9

4,300,000

29,465

주요국별 코로나 통계 현황. [자료=월도미터 참조]

 

일본의 코로나19 통계는 수수께기 투성이다.

우선, 일본의 인구나 발병시기, 진행상황을 감안하면 일본의 확진자와 사망자는 지나치게 적다.

인구100만명당 사망자는 4명으로 한국보다 적고, 확진자는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발병 초기인 지난 2월15일 한국에서는 28명의 누적 확진자가 나왔고, 일본에서는 같은 날 53명이 집계됐다. 거의 2배였다.

이후 두달이 넘는 4일까지 한국에서는 전쟁을 치르듯이 검사가 이뤄지고 중앙재해대책본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방역에 모든 국민이 매달리다시피했다. 그리고 오는 6일부터 생활방역으로 전환한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왔다.

반면, 일본 정부는 올 7월 24일로 예정됐던 도쿄올림픽 개최 유지를 위해 코로나19에 관해서는 거의 방관하다시피했다. 그러다가 지난 3월 24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가 올림픽개최를 전격 연기하고 2주후 전국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중 7개 도도부현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후 지난 16일 비상사태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다. 2개월 이상 공백이 있었다는 의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팬데믹'선언이 지난 3월 12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정부의 대응이 얼마나 늦은 것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방역의 골든 타임을 놓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보여주는 수치들에 비하면 일본의 확진자와 사망자 수치는 정말 놀랍다.

미국은 팬데믹을 선언한 날로부터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했음에도 불구하고 4일까지 120여만명 가까운 확진자와 7만여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나왔다. 그날 이후 무려 700만건이 넘는 코로나19 검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후발국인 브라질의 검사건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검사가 이뤄졌다. 

지난 1월15일부터 4월15일까지 일본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은 8만1825명으로 한국(53만8775명)의 15% 수준이다. 이날까지 일본 코로나19 검사의 70% 가까이는 보건소에서 이뤄졌다.

그런데, 코로나19 대응의 핵심인 보건소가 1992년 852곳에 달했지만, 2019년 기준 472곳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공적 의료기관을 통폐합한 결과다.

게다가 일본의 코로나19 검사기준은 매우 까다롭다. 기본적으로 '37.5℃ 이상 발열 나흘 이상 계속돼야'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일본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도쿄도(東京都) 의사회가 3월 26일 일선 의사들에게 배포한 문건에는 '37.5℃ 이상 발열'은 물론 '동맥혈 산소포화도(SPO2) 93% 이하', '폐렴 증상' 등 3가지가 검사 기준으로 더 까다롭게 돼있다. 이 문건을 아사히에 제보한 의사는 "산소포화도 93%는 (숨쉴 때) '쌕쌕', '하하' 소리를 내면서 죽을 만큼 괴로운 상태"라고 말했다. 

일본의 확진자 숫자가 적은 것은 검사 건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코로나19 사망자 숫자는 이들 확진자 안에서만 파악되기 때문에 확진판정을 받지 않으면 코로나19로 사망해도 코로나19 사망자로 집계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가 적은 것은 설명이 된다. 하지만 사망 자체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평상시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나왔을 것이라고 추론해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의 사인을 어떻게 통계청에서 집계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코로나19 치명률은 너무 낮다.

일본의 4일 현재 치명률은 NHK집계 기준 3.6%로 상당히 낮다. 

이른 바 '면역전략'을 택했던 유럽 국가들의 치명률은 벨기에(15.8%)를 비롯해, 영국(15.1%), 네덜란드(12.5%), 네덜란드(12.5%), 스웨덴(12.2%) 등 거의 예외없이 10%를 넘는다. 게다가 이들 국가들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일본보다는 빨리, 그리고 강도높게 실시되고 있다.

심지어 한국식 방역전략을 택해 많은 검진 건수를 자랑하는 독일(4.2%)이나 스위스(6.0%)도 일본보다는 높다. 

더구나 이들국가들의 검진률은 모두 일본보다 월등히 많다. 심지어 대부분 한국보다도 많다. 대표적인 면역전략 국가인 스웨덴은 인구100만명당 1만1800여명으로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하면 아주 적은 편이지만, 일본의 1447건에 비해서는 무려 8배 이상 많다. 

검진이 많으면 확진자가 늘고 이는 모수를 키워 치명률을 낮춘다. 검진이 적고 치명률이 낮으려면 발병이 최근에 시작된 지역이라야 한다. 병들었지만 아직 사망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남아있다면 설명이 된다.

일본의 낮은 치명률은 풀기 힘든 수수께끼다. 다 죽어갈 정도가 돼야 겨우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치명률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턱없이 낮다. 발병 기간도 가장 오래된 국가 중 하나다. 

일본의 사망자 통계가 진실이라면, 일본의 치명률이 낮은 이유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치료제가 있거나, 일본 국민들만 특별히 면역력이 높아야 한다. 

일본보다 치명률이 낮은 러시아는 최근 하루 평균 1만여명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모수가 크니 치명률이 낮게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검사건수가 400만건을 넘었고, 2월15일 확진자는 2명에 불과했다. 당시 일본의 확진자 53명에 비하면 현저히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당 사망자는 일본의 2배를 넘는다. 

일본보다 훨씬 늦게 발병이 시작된 브라질(6.9%)도 이미 치명률이 일본을 두배 가까이 앞질렀다. 브라질의 인구당 검사수는 1500명을 조금 넘어 일본과 거의 같다.

심지어,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고령자비율(28%)이 높은나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코로나19 사망자 숫자와 치명률은 수수께끼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일본 통계청이 나서야 한다.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통계당국이 나서야 한다.

영국 통계청(ONS)은 지난달 21일 병원 밖에서 사망한 사람들 중 병원 밖에서 사망한 사람들 중 코로나19로 숨진 것으로 의심되거나 파악된 사람들이 실제 발표치보다 15% 정도 많다고 밝혔다. 그리고 29일 이를 보건부의 코로나19 통계에 반영시켜 하루사이에 사망자가 4419명이 늘어나게 됐다.

벨기에의 경우도 병원밖에서 사망하는 경우에는 통계청이 사인을 파악하고 코로나19 사망자를 분류해 집계에 포함한다. 

일본 정부가 고의로 코로나19 사망자 통계를 누락시키거나 축소시켜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통계청에서 통상적인 사망자 통계와 올해 들어 코로나19로 의심되는 사망자 통계에 대해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이날 현재까지 일본 사망자 통계 정보에는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유용한 정보를 찾기 어렵다.

전염병 정보는 국가적 역량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국제사회일원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현재의 치명률이나 인구당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는 부분적으로나마 봉쇄조치를 검토하거나 시행하는 유럽 국가들에 비해 아주 양호한 일본 정부가 4일 '비상사태선언' 연장을 결정한 것을 보면 뭔가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을 가능하게 한다.

 

 

김의철 전문기자  def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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