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감산 발표에도 유가는 ‘폭락’…타이밍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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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감산 발표에도 유가는 ‘폭락’…타이밍 늦었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4.1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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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970만 배럴 감산 합의 이후… 유가 18년 만에 최저
코로나19로 수요 감소 전년 대비 20~30% 수준 떨어져
미국 셰일업체 감산 불투명… 어두운 유가 상승 전망
미 루이지애나주의 전략비축유 저장고. [사진=EPA/연합뉴스]
미 루이지애나주의 전략비축유 저장고. [사진=EPA/연합뉴스]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이 멈출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인 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의 감산 합의에도 18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타이밍이 늦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1위 산유국인 미국이 감산에 참여하지 않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를 해소하기에는 규모도 역부족이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2%(0.24달러) 하락한 19.87달러에 마감했다. 감산 합의 이후에도 오히려 2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2002년 이후 1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6.5%(1.91달러) 급락한 27.69달러를 보였다. 두바이유 역시 19.6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번 유가 하락은 지난 12일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가 이뤄진 뒤에 나온 결과라 시장 충격이 더 컸다. 지난달 6일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합의 실패로 WTI는 배럴당 40달러 초반 수준에서 20달러 초반대까지 한 달도 안 돼 떨어진 바 있다. 이후 감산 합의 기대감에 등락을 반복하다 심리적 방어선인 20달러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국제유가가 기록적으로 폭락한 배경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부족 사태다. 그런 상황에서 산유국들이 감산을 연기하면서 공급도 줄지 않아 폭락을 부추겼다. 뒤늦은 산유국들의 감산 역시 수요 감소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수준이었다. 하루 970만 배럴 규모 감산은 4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일 석유 소비량 2800만 배럴을 감당하기는 부족하다. 평소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이 1억 배럴 정도인 점을 생각하면 하루 20~30%의 수요에 해당한다.

산유국 감산 합의에도 유가가 폭락하면서 미국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미국은 셰일가스 시추 기술 발달로 원유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지난해부터 전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 됐다. 미국 전체 원유 생산량 중 세일 비중이 70% 이상으로 비중이 절대적이다. 미국 셰일업체들은 시추 가격 탓에 국제유가가 40달러 선은 유지돼야 운영이 가능한 만큼 감산 논의도 시작됐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원유를 생산하는 텍사스철도위원회(TRC)는 14일 철도위원회 회의를 열어 감산을 논의했다. 지난 1972년 이후 감산을 강제한 적 없던 미국에서도 이번 유가 하락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수천 명의 노동자가 해고되는 등 셰일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 다만, 감산 결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셰일 산업 위축으로 미국 내 원유재고는 급격히 쌓이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미국 원유재고는 5억 배럴을 넘어섰다. 당초 시장 예상치인 1170만 배럴을 뛰어넘는 수치로 전주 대비 정제마진이 6.5%p 하락한 영향이다.

다른 나라들을 살펴봐도 국제유가 상승을 이끌기는 어려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사우디 에너지 장관 등은 국제에너지기구(IEA) 차원에서 전략 비축유 구매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 밝힌 바 있으나, 관련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IEA는 월간보고서에서 인도, 중국 등이 비축유 구매에 나설 수 있다고만 전했다. 사우디가 감산과 별도로 5월 인도분 공식판매가격(OSP)도 인하해 버리면서 다른 산유국들도 덩달아 가격을 낮출 움직임도 점쳐진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번 달 석유 수요가 일일 7040만 배럴로 1995년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공급을 줄이더라도 단기적 공급 과잉을 상쇄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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