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추모식에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참석하지 않아 조원태 회장과의 갈등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8일 오후 1시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고인의 1주기 추모식을 열었지만 추모식이 진행된 30여분 동안 조현아 전 부사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추모식에는 고인의 부인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장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차녀 조현민 한진칼 전무를 비롯해 그룹 고위 임원들이 참석했다.
당초 조현아 전 부사장은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어 불참할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렸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열린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탄생 100주년 행사에도 불참했다.
결국 부친의 1주기 추모식 행사에서도 이른바 '남매의 난' 불화가 그대로 노출된 셈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하는 KCGI(강성부펀드)와 손을 잡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주주연합은 지난달 열린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 측에 완패했다.
하지만 3자 연합은 지분율을 높이며 계속 조원태 회장을 위협하고 있다. 그 만큼 조현아 전 부사장과 가족 간의 관계도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해 부친이 남긴 유언을 저버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양호 회장은 유언으로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나가라”고 당부했다. 생전에 KCGI의 공격이 시작된 상황이었던 만큼 남매들이 협력해 경영권을 지켜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조현아 전 부사장은 유언과 반대로 KCGI와 연합해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주총 이후에도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가속화되고 있다. 3자 연합은 지난 1일 한진칼 지분을 42.74%까지 늘렸다고 공시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3자 연합이 지분율을 50%까지 늘린 뒤 임시주주총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3자 연합이 임시주총을 요구하더라도 조원태 회장은 올해 3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선임된 만큼 2023년 3월까지는 한진그룹 경영권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사내이사 해임이나 정관변경 등의 안건은 특별결의 요건으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3자 연합은 석태수 사장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주총에서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수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