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재미는 있지만 제작사에 대한 기대감은 충족시키지 못한 ‘블리딩 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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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재미는 있지만 제작사에 대한 기대감은 충족시키지 못한 ‘블리딩 엣지’
  • 김형근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20.04.0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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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와 엑스박스 원 용으로 최근 새롭게 출시된 ‘블리딩 엣지’는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스튜디오에 합류한 닌자 시어리의 신작이다. 

닌자 시어리라 한다면 ‘쿵푸 카오스’를 비롯해 ‘헤븐리 소드’, ‘인슬레이브드’ ‘DmC: 데빌 메이 크라이’와 같은 화려한 액션이 강조된 게임들 또는 ‘헬블레이드: 세누아의 희생’과 같이 독특한 주제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 게임을 선보여온 게임 스튜디오로 유명한 곳이다. 그런 곳에서 마이크로스프트 게임 스튜디오에 합류하며 선보인 첫 게임인 만큼 ‘블리딩 엣지’ 역시 최초 공개 시점부터 유저들의 관심을 받았다.

영상을 통해 선보여진 캐릭터들은 미형이거나 호감가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픽 장인으로 손꼽히는 닌자 시어리가 창조해낸 자극적인 외모와 저마다 개성을 갖춘 전투 방식 등을 통해 물리 공격 기반의 다인 대결을 맛깔나게 그려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약 9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 드디어 출시된 ‘블리딩 엣지’는 ‘독특함’을 전투의 매력으로 이끌어낸 게임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4:4의 대결로 진행되는 이 게임은 특정 시간에 출현하는 전지를 획득해 반납 포인트에 제출해 포인트를 획득하는 ‘파워 콜렉션’ 모드와 최대 3개 지점까지 시간에 따라 변경되는 거점을 점령하고 버텨 지정된 포인트를 먼저 획득하는 ‘목표 점령’의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로 진행된다.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는 총 11명으로 탱커와 딜러, 서포터 계열로 구분되어 있으며, 같은 팀에서 다른 사람이 선택한 캐릭터는 선택할 수 없다. 그리고 한 팀은 4명이기 때문에 성공적인 전투 진행을 위해서는 너무 한쪽 분야로 쏠려도 좋지 않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해 캐릭터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추천된다.

대결 방식은 접근전을 기본으로 하며 기본적으로 상대의 공격을 피하거나 막고, 나의 스킬 공격으로 반격해 틈을 만들어 아군과 함께 공격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자동 조준 시스템 기반의 원거리 공격은 공격력이 낮고 일정 거리를 벗어나면 대미지를 주지 못하도록 되어있어 메인 공격보다는 비중이 낮게 설정되어 있다. 

대결이 펼쳐지는 맵의 경우 복잡하게 구성하거나 크게 만들기 보다는 일정 시간마다 목표 장소를 랜덤하게 변경하거나, 지속적으로 맵 안을 이동하도록 하는 등 가변형으로 구성한 점이 눈에 띈다. 이러한 구조는 비슷한 방식의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 한 쪽이 일방적으로 우세하더라도 불리한 팀이 반격의 찬스를 노려 진입한다면 역전을 꾀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어 매우 영리한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경험한 대결들 중 일방적으로 끝난 경기는 거의 없었으며, 불리한 팀도 맵의 구조를 익힌 뒤 재정비를 거쳐 반격을 시도해 최소한 경합 구도로 이끄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즉 캐릭터의 특성과 연계, 맵의 구조, 적의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협력을 통한 전략적인 게임 플레이로 경쟁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메인 콘텐츠의 구성과는 반대로 ‘블리딩 엣지’를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쉬운 부분을 적잖이 발견할 수 있다.

우선 게임의 설정이나 캐릭터 요소에서 몰입도를 높여줄 콘텐츠가 매우 부족하다. 일반적으로 멀티 플레이 전용 게임들의 경우 게임의 설정이나 스토리, 캐릭터 간의 관계 등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에 게임의 보조 콘텐츠나 홈페이지, 또는 별도의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과 같은 요소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게임에 관련된 정보를 최대한 제공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그러한 것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물론 이 게임도 배경이나 캐릭터의 소개 등은 존재하지만 그 양도 정보라고 이야기하기 어려울 만큼 미미하며 캐릭터의 외모나 장비의 특징을 보고 어떤 특성을 가진 캐릭터인지에 대해 유추할 수 있는 수준이다. 후반에 가면 중요해질 스킬의 성장 및 구성 역시 설명이 부족해 정확한 효과는 유저가 획득 후 하나하나 직접 실험을 거쳐야만 한다.

여기에 특정 지점에서는 보통 B버튼에 부여된 뒤로 가기 기능으로 상위 메뉴로 넘어가는 대신 메뉴 버튼을 누른 뒤 메인 메뉴로 가기 항목을 선택해야만 가장 상위인 메인 메뉴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둔 점 역시 이해가 어렵다. 마치 어떤 분야를 전문가 수준으로 많이 아는 사람이 해당 분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 정도는 설명 안해도 알지?”라고 대충 종이 한 장 던져주고 넘어가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 든다.

한국 유저를 위한 현지화에 대한 부분 역시 부족한 부분이 많다. 기본적으로 대사나 메뉴, 안내 문구 등은 한국어로 나오지만 번역기 수준으로 나오거나 번역이 되지 않아 그대로 영어로 나오는 경우, 한국어가 깨져 이상한 그림문자가 나열되는 경우 등이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경우인 ‘용어사전’의 설명이 깨져 보이는 현상은 3월 31일 진행된 10기가 상당의 대규모 업데이트에 반영되어 수정됐지만 게임 곳곳에 숨어있는 깨진 문자들은 아직도 발견되고 있으며 영어로 나오는 부분 역시 여전하다.

이처럼 ‘블리딩 엣지’는 높은 수준의 그래픽과 흥미로운 공방전을 펼칠 수 있는 전투 요소들을 갖춰두고도 부족한 설정과 이야기, 인터페이스의 불편함, 그리고  완성도 등을 통해 스스로를 한계 안에 가둬둔 듯 해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물론 앞으로도 꾸준히 콘텐츠가 추가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려서라도 완성도가 높아진다면 유저들이 원했던 게임으로 발전해 갈 수도 있겠지만, 당장은 ‘전투만 재미있고 그 외에는 모두 아쉬운 게임’이라는 평가를 안고 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김형근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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