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과학자들은 지금…‘코로나19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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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과학자들은 지금…‘코로나19와 전쟁’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3.3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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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서 나와 코로나19 현장 등 방어 전선에 나서
전자현미경으로 포착된 코로나19바이러스(노란색)가 보라색 세포표면에 달라붙어 있다. [사진=NIH]
전자현미경으로 포착된 코로나19바이러스(노란색)가 보라색 세포표면에 달라붙어 있다. [사진=NIH]

끝이 없다. 중국 우한에서 12월 말에 시작된 신종 감염병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사망자만 1만 명이 넘었다. 미국은 확진자가 20만 명에 다가서고 있다. 스페인, 프랑스, 독일, 영국도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유럽과 북미뿐 아니다. 최근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아프리카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 일본에서는 올림픽이 연기된 이후 ‘은밀한 감염자’가 속속 확인되면서 감염자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은 최근 보고서를 보면 전 지구촌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적정한 대응과 완화 프로그램(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없으면 전 세계 인구의 90%가 코로나19에 감염되고 무려 4060만 명이 사망할 것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에서 첫 코로나19 사례 확인 이후 적절한 조처를 내리지 못한 게 이번 확산의 한 배경이다. 중국 우한에서 지난해 12월 말 첫 확진자가 확인된 이후 중국에서 삽시간에 코로나19가 퍼졌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WHO 사무총장은 지난 1월 23일 긴급위원회를 열고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PHEIC)’ 선언을 논의했다.

긴급위원회에서는 PHEIC 선언을 두고 50대 50으로 의견이 맞섰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PHEIC’ 선언 유보를 택했다. 당시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아직 PHEIC를 선언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 “중국이 잘 대처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여행과 교역을 차단할 이유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중국이 잘 대처하고 있다는 그의 진단은 일주일 만에 터무니없는 판단이었음이 드러났다.

PHEIC 선언이 유보된 이후 코로나19는 중국에서 더 확산됐다. 수천 명이 감염되고 수백 명이 사망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중국 우한뿐 아니라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전 세계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을 넘기 시작했다. WHO는 1월 30일 긴급위원회를 재소집했다. 뒤늦게 ‘PHEIC’가 선언했다. 이미 코로나19는 전 세계로 퍼지고 조용히 확산된 이후였다. WHO의 ‘사후약방문’이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배경이다.

각국 정부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였다. 유럽은 코로나19에 대해 ‘아시아 감염병’으로 가볍게 치부하다가 지금 된서리를 맞고 있다. 미국은 더 심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날씨가 따뜻해지면 코로나19는 줄어들 것이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란 비과학적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WHO의 실책과 각국 정부의 안이한 대응은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퍼지는 배경이 됐다. 이 때문에 정작 ‘죽어라’ 고생하는 이들은 의료진과 시민, 과학자들 몫이 됐다. 시민들은 자가격리로 답답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언제 감염될 모르는 공포감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들은 밀려드는 환자들로 24시간이 부족하다. 감염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감염되는 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과학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전 세계 수 만 명의 과학자들이 코로나19와 전쟁에 참전하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실험실이 문을 닫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자신이 연구하던 것을 접어두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장비를 이용해 ‘실험실’ 대신 ‘코로나19 전장’을 택했다.

미국 MIT와 하버드대의 BI(Broad Institute) 과학자들은 하루에 약 2000개 코로나19 테스트를 할 수 있다. 미국에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의 노력 또한 코로나19 방어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65개 주요 미국 연구대학 컨소시엄은 트위터를 통해 회원들에게 여분의 개인 보호 장비를 병원과 의료 시설에 기증해 줄 것을 촉구했다. 밀려드는 환자로 의료진들에게 개인 보호 장비가 부족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많은 이들이 호응했다.

카린 코슐린(Karin Kosulin) 오스트리아 비엔나어린이 암연구소의 바이러스 학자는 지금까지 진행하던 모든 실험을 중단했다. 대신 면역이 떨어진 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을 치료하는 의료진 등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감염되지 않도록 반복 검사를 하고 있다.

스페인과 독일에서는 여러 과학자가 ‘Crowdfight COVID-19’를 시작했다. 자원 봉사자들과 연구원을 연결해 다양한 코로나19 임상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문헌 연구 등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3만20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모여들어 ‘코로나19 군대’를 결성했다.

미국과 유럽뿐 아니다. 남미의 콜롬비아에서도 과학자들이 코로나19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콜롬비아 국립대의 데이비드 로페즈 곤잘레스(David López González) 생화학자는 “(코로나19와 관련해) 특히 저소득과 중간 소득 국가에서 코로나19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진단 검사를 높일 방법을 찾고 자원 봉사자를 많이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곤잘레스 박사는 “지금까지 내가 준비하고 공부한 것은 모두 이때를 준비하기 위한 것(All my academic life I have been preparing and studying for a moment like this)”이라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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