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칼럼] 정지선은 왜 신동빈·정용진과 다른 길을 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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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칼럼] 정지선은 왜 신동빈·정용진과 다른 길을 택했나?
  • 양현석 기자
  • 승인 2020.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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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축소·브랜드 정리 들어간 롯데·신세계와 달리 현대百그룹은 확장 정책
‘안정 중시’ 기존 평가 뒤집는 공격 경영 태세... 다른 패러다임 선택 결과는?
양현석 녹색경제신문 유통부장.
양현석 녹색경제신문 유통부장.

 

침체 일로를 겪는 유통업계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의 존재감이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기존 ‘빅3’ 중 롯데와 신세계가 매장 축소와 부진 브랜드 정리에 들어간 상황에서 유독 현대백화점그룹이 공격적 경영으로 나서며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경영 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이어진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롯데그룹, 신세계그룹과 함께 ‘유통 빅3’로 불리지만, 재계 서열이나 업종의 다양성 면 등에서 빅3의 막내 위상이었으나 최근 적극적 행보로 이 서열에 변동 가능성이 점쳐진다.

2007년 35살의 젊은 나이에 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 정지선 회장은 2012년 한섬을, 2017년에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차례로 인수하며 패션부문에서 입지를 단단히 했고, 인테리어에서도 리바트(2011년 현대리바트)와 한화L&C(2018년 현대L&C) 등 굴지의 기업을 인수하면서 해당 업종의 강자의 역할을 다졌다.

롯데와 신세계와 달리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에 진출하지 않아 유통 분야에서는 ‘안전 지향’이라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그룹 전체로 봤을 때 정지선 회장은 충분히 공격적인 성향을 비쳐왔다. 또 지난 2018년 면세점에 진출한 이후에는 유통에서도 적극적으로 확장 전략을 전개 중이다.

대표적인 성과가 무역센터점 1개 매장으로 시작한 면세점 매장을, 올해 강북 동대문에 이어 인천공항(예정)까지 확대한 것을 들 수 있다. 수익성 면에서 의문점이 많이 들고 있는 면세점 업종에서 역으로 확대 전략을 택하고, 과감히 매장 인수 및 입찰 성공으로 면세점 업계의 구도를 흔들고 있다.

정 회장의 적극적 행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유통업이 최대 위기를 맞이한 지금, 협력사 돕기에도 적용됐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5일 매출 감소로 수익이 줄어든 매장 관리 매니저들에게 직접 지원금(월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매장 관리 매니저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은 유통업계에서 처음 있는 일로, 매출 일부를 수수료로 지급 받아 생계를 이어가는 중소기업 매장 매니저들에게는 매출이 줄어든 현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지원책을 생각해낸 것.

놀라운 것은 이 조치가 정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근 ‘코로나19’ 관련 임원회의 자리에서 “우리도 코로나19 여파로 단기간의 적자가 우려되지만, 동반자인 협력사와 매장 매니저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면서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오너가 매장 입점 브랜드 매니저들의 상황까지 파악하고, 자사가 아닌 협력회사의 어려움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 오일쇼크와 IMF사태, 근래의 금융위기까지 위기는 늘 있어왔다. 또 그 위기는 매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무장한 기업들의 탄생과 성장의 발판이 됐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유통업의 위기도 그런 차원에서 어떤 유통기업이 이 위기를 발판으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정지선 회장이 택한 롯데의 신동빈 회장과 이마트의 정용진 부회장과의 다른 길을 가는 선택이 추후에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 기대되는 이유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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