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칼럼] '사면초가' 처한 롯데, '디테일'이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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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칼럼] '사면초가' 처한 롯데, '디테일'이 필요한 시점
  • 양현석 기자
  • 승인 2020.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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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사업 분야에 모두 악재 닥쳐... 불매운동의 불씨도 아직 남아
신동빈 회장 일본 신문 인터뷰... 기업 정체성 불필요한 논란 불러
양현석 녹색경제신문 유통부장.
양현석 녹색경제신문 유통부장.

 

롯데그룹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심상치 않다.

요즘 어렵지 않은 기업 찾기가 더 힘들겠지만, 여타 대기업에 비해 롯데는 그룹의 모든 사업 영역에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 사면초가에 몰린 분위기다.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롯데 경영진도 올해 경영환경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예측하고 있었다. 신 회장의 덕담으로 시작하곤 하던 롯데 VCM(구 사장단회의)도 지난 1월 15일 열린 상반기 회의에서는 “오늘은 듣기 좋은 이야기를 드리지는 못할 것 같다”며 최근 롯데의 경영성과에 대한 뼈아픈 성찰과 함께 변화에 대한 의지를 촉구했다.

이는 지난해 롯데그룹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유통 부문과 화학부문의 실적이 부진할 뿐 아니라 다른 부문의 성장도 둔화됨에 따른 우려를 표명한 것이고, 이런 경향성이 올해도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의 사업부문은 크게 4개로 나뉜다. ▲식품 ▲유통 ▲화학/건설 ▲호텔이 그것이다. 먼저 그룹의 모태격인 식품은 제과와 음료, 주류, 식품 소재와 가공식품, 외식을 아우르는 국내 최대의 식품기업군으로 성장했으나, 인구 증가폭의 하락 등으로 더 이상의 폭발적 성공은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더해 주류와 외식 쪽은 코로나19의 확산의 직격탄을 맞고 있기도 하다.

유통분야는 현재 롯데의 최고 주력 사업부문이지만, 가장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 부문이기도 하다. 성장 채널인 모바일 사업을 확대하고 유통 채널 혁신과 점포 포맷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그 성과가 아직 가시화되고 있지 못해 올해 초 가장 큰 임원 변화를 겪은 곳이기도 하다. 또 현재까지 주력인 오프라인 유통은 코로나19로 인해 1분기 실적을 기대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화학/건설 역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해 미국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관심을 모았으나, 일본 히타치케미칼 인수 실패가 아쉬웠다. 또 최근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폭발사고로 인해 생산량 차질은 물론 2000여 건(8일 정오 접수 기준)에 달하는 피해 보상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호텔 분야는 면세점 등의 양적 호황으로 인해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거뒀으나, 올해 코로나19라는 거대 돌발 악재에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호텔롯데는 상장을 통한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완성이라는 그룹 차원의 이슈가 있는 곳이라 해당 분야의 실적은 매우 중요하다. 신 회장은 해외 사업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올해 롯데 최고의 과제는 디지털화(DT)로 압축된다. 구호로서가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실천해야 할 당면 과제로 그룹 상층부는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대표적 아날로그 기업이었던 롯데가 디지털 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디테일’ 면에서 여러 삐걱거림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신 회장도 이런 점을 인정하고, 지난 연말 대폭 인사의 배경으로 “말로는 디지털화를 외치지만, 결국은 종전처럼 오프라인 매장 위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롯데는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기업의 국가 정체성이 늘 논란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서 롯데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 역시 롯데의 정체성이 의심받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신동빈 회장의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는 아쉬움이 든다. 굳이 이 시점에서 올해 첫 언론 인터뷰를 일본 신문과 했어야 했냐는 의문점은 필자만이 갖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 역시 롯데의 특수성을 감안한 ‘디테일’이 필요했던 부분이다.

이에 더해 마트와 슈퍼 중심으로 3년간 200개 매장을 정리하겠다는 발표 역시 곱씹어보면 좀 더 신중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현 정부는 일자리 정부가 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던 만큼 일자리 축소에 예민한 상태다. 그 상황에서 대놓고 대규모 희망·명예퇴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이는 매장 축소를 공언한 롯데에 대해 정부당국이 어떤 생각을 할까?

기업의 방향성은 선포한다고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것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는 올해의 롯데는 더욱 정교한 ‘디테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10대기업 중 국민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롯데의 위기는 롯데만의 위기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롯데 경영진들의 세심함을 기대한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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