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칼럼] TV홈쇼핑 마스크 대란... 누구의 잘못인가?
상태바
[양현석 칼럼] TV홈쇼핑 마스크 대란... 누구의 잘못인가?
  • 양현석 기자
  • 승인 2020.02.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기정통부, 홈쇼핑방송 재승인 무기로 압박... 물량 부족해도 급하게 편성
양현석 녹색경제신문 유통부장.
양현석 녹색경제신문 유통부장.

 

장면 1. 7일 새벽 4시 현대홈쇼핑.

T커머스 채널인 ‘현대홈쇼핑 TV플러스샵’에서 긴급 편성한 '동국제약 황사방역용 마스크 KF94' 판매 방송이 시작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방송 정보를 알게 된 많은 소비자들이 밤을 새거나, 새벽에 일어나 주문을 시도했다. 

그러나 230세트만 준비된 물량은 테스트를 하기 위해 주문코드를 오픈한 사이 상품이 판매됐고, 4시부터 방송을 진행했으나 트래픽 폭주로 서버마저 다운됐다. 현대홈쇼핑 측은 "통상 새벽 시간대에 방송되는 데이터 방송은 결제와 배송 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해 방송 전 서버를 잠시 여는데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접속이 폭주해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으나 소비자들의 분노는 가시지 않았다.

결국 현대홈쇼핑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내고 "앞으로는 판매수량 사전공지 및 원활한 구매가 가능하도록 시스템 점검에 최선을 다 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장면 2. 8일 오후 3시 NS홈쇼핑.

NS홈쇼핑이 편성한 ‘KF94 엔웰스 황사 방역 마스크 4000세트(1세트 100매)’가 방송 7분 만에 매진됐다.

NS홈쇼핑은 수요가 몰릴 것에 대비해 당초 준비한 3000세트에서 1000세트를 급히 조달해 총 4000세트를 판매했고, 서버 증설과 직원이 비상시 대비해 대기했지만, 워낙 많은 소비자가 몰리며 서버가 다운되는 현상이 반복됐다. 결국 NS홈쇼핑 PC 홈페이지, 모바일 앱은 접속 불가 상태가 됐고, 자동전화 주문도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7분만에 완전 매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번에도 구매에 실패한 소비자들을 위해 NS홈쇼핑은 자사 T커머스 채널인 NS샵플러스에서 9일 오전 11시 21분부터 ‘KF94 와이엠 황사 보건용 마스크’를 1500세트(1세트 100매) 를 판매했다. 1인당 1세트만 구매할 수 있게 했고, 전화와 ARS 주문만 가능하게 했음에도 10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모두 매진됐다.

이번에도 마스크 구매에 실패한 고객들은 13일 현대홈쇼핑과 12~13일 중 KTH에서 편성할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

장면 3. 6일 오후 5시 한국TV홈쇼핑협회 회의실.

시간을 거슬러 6일로 돌아가자. 이 장면에서 왜 홈쇼핑업체들이 600~4000세트 밖에 되지 않는 물량으로 마스크 판매 방송을 긴급 편성했는지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출입 기자들은 6일 오후 3시 갑자기 한 문자를 받았다. 문자의 내용은 ‘오후 5시부터 한국TV홈쇼핑협회 회의실에서 이태희 네트워크정책실장 주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현황 점검 및 마스크 판매방송 확대 등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홈쇼핑 업계 긴급 간담회를 개최한다’는 과기정통부의 고지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홈앤쇼핑, 공영홈쇼핑, KTH, 티알엔, 신세계티비쇼핑, SK스토아, W쇼핑, 한국TV홈쇼핑협회, 한국티커머스협회가 참석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업계 현황과, 마스크상품 판매 관련 업계 애로사항 청취 및 지원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 이후 현대홈쇼핑과 NS홈쇼핑이 7일과 8일, 마스크 판매 방송을 긴급 편성했다. 결과는 소량의 물량으로 준비된 방송으로 인해 소비자의 불만은 올곧이 홈쇼핑업체로 향했다.  
과기정통부는 홈쇼핑업계가 마스크상품 판매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향후 홈쇼핑사업자 재승인 및 연간 이행점검 시 가점을 부여하는 등 유인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리고 올해 재승인 심사를 받는 홈쇼핑 업체는 현대홈쇼핑과 NS홈쇼핑이다.

재승인 권한이 있는 과기정통부의 방침을 이행하기 위해 소량의 물량이라도 방송을 편성한 홈쇼핑 기업과, 재승인을 무기로 방송을 사실상 강제한 정부, 잘못이 더 큰 곳은 어디일까?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