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고사(枯死)하는 방위산업, 규제개혁 넘어 인식 바꿔야
상태바
[신년기획]고사(枯死)하는 방위산업, 규제개혁 넘어 인식 바꿔야
  • 김의철 전문기자
  • 승인 2020.01.04 2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차산업혁명 발목 잡는 대못규제 뽑아내자"
전세계 국방예산 2000조원 시대 우리나라 방산수출은 고작 1조원 남짓...시각 바꾸면 '무한한 성장 가능성'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방위산업...경쟁력 키우려면 '투명성'함께 효율성' 위주로 전환해야

'국방개혁 2.0'은 2018년 7월 27일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국방개혁안이다. 

'국방개혁 2.0'은 방위산업과 관련해 ▲투명성에서 전문성과 효율성 위주로 개혁 ▲첨단 ICT기반의 스마트 군사력 운용능력을 보장▲사이버안보 역량 강화▲비전투분야 민간인력 확대 등을 담고 있다.

군이 4차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는 개념을 포함했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4차 산업혁명 스마트 국방혁신 추진단을 지난해 1월 국방부장관 직속으로 출범시켰다. 

지난해 12월 4일 국방부 전력관리실은 "우리 군은 대내외 급격한 환경 변화에 따라 도전과 기회의 시간을 맞이했다"고 밝히고 "고가 전력 운용증가에 따른 운영유지비 동반증가, 첨단화·복잡화로 진화중인 장비 가동률 유지의 어려움, 군 구조 개혁 및 복무 기간 단축으로 인한 병력  감소는 극복해야 할 과제"로 규정했다. 

이를 위해 군수지원 분야에서 무기체계 수명주기 중 효율적 운영관리 개념을 정착시키고 선진민간기술을 적용한 군수지원 역량을 확대 하겠다는 등을 과제로 정해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편집자 주>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미래형 장갑차 '레드백'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미래형 장갑차 '레드백'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현주소

국방기술품질원(원장 이창희)에서 지난해 12월 16일 발간·배포한 '2019 세계 방산시장연감을 보면 전 세계적으로 국방예산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 국방예산은 1조8064억 달러(약 2100조 원)에서 올해 1조9953억 달러(약 2315조 원)으로 10%정도 증가하고 2023년 2조2144억달러(약2570조 원)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2014~2023년 전 세계 국방예산 전망. [그래픽=2019 세계방산 연감]
2014~2023년 전 세계 국방예산 전망. [그래픽=2019 세계방산시장 연감]

이중 무기구매 등 획득 예산은 2019년 3417억 달러에서 2023년 4225억 달러로 약 2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군비경쟁이 늘어나면서 방산시장이 확대되는데 비해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성적은 초라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2014~2018년 세계 10대 무기 수출국 비중 [자료=2019 세계방산시장 연감]
세계 10대 무기 수출국 비중 [자료=2019 세계방산시장 연감]
10대 무기 수입국 현황. [자료=2019 세계 방산시장 연감]

2018년 우리나라 무기수입액은 약 13억1700만 달러로 세계 8위를 차지했고, 수출액은 약 10억8300만 달러(약 1조2000억 원)로 12위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다. 무기 수출시장에서의 점유율은 1.8%, 수입시장에서의 점유율은 3.1%다.(2014~2018년 기준) 

한편으로는 운용유지비나 연구개발비를 제외하고도 전세계 무기획득 예산만 지난해 3417억 달러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무기수출액은 11억 달러에도 못미쳤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방위사업학 박사 1호인 최기일 건국대 방위사업학 교수는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방위산업은 위기가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함으로 급파된 해군의 통영함에 설치된 수중음파탐지기(SONA) 납품 비리를 시작으로 이른바 ‘사자방(사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이라는 오명으로 대대적인 방산비리 수사, 조사, 감사가 착수되면서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암흑기’ 또는 ‘흑역사’라 불리는 시간을 겪어야 했다"고 말했다. 

LIG가 개발 중인 한국형 순항미사일.
LIG가 개발 중인 한국형 순항미사일.

단순한 규제개혁이 아니라 인식 자체를 바꿔야 

최 교수는 "방위산업의 규제는 다른 산업의 규제와 차원이 다르다" 면서 "수사·조사·감사가 중복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방산비리’라는 오명과 과도한 감시와 규제로 인해 국가안보와 자주국방의 핵심인 방위산업이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걷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위산업은 비리산업이 아니다. 18단계의 승인과정을 거치는 수입무기에 비해 국내 무기를 납품하기 위해서는 36단계를 거쳐야 하고 원가도 모두 공개한다. 이익률은 방위사업청이 정한다. 지체상금 등 사후 비용이 발생하면 적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한국방위산업학회 채우석 회장도 "삼성그룹이 방위산업을 포기하게 된 이유도 결국 이익구조가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국내 방위산업이 레몬마켓(lemon market. 거래자간 정보 비대칭으로 불량품만 남아도는 시장)으로 도태될 우려 속에서 새로운 인식으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회복을 통해 방위산업 중흥(中興)을 위한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자료=2019 세계방산시장 연감]
[자료=2019 세계방산시장 연감]

실제로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2016년과 2017년 극심한 침체기를 겪으며 고사위기를 간신히 탈출해 필사적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최 교수는 "국내 방위산업이 고사하면 수입무기로 대체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내 방산이 건재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수입조건은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단종된 부품이나 품귀 제품을 구매할 때 심지어 몇십배에서 몇백배까지도 값을 치러야 할 때가 있다"며 "국내 방산이 수입부품을 국산화하고 독자적 경쟁력을 갖춘 무기들을 생산하고 수출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그 자체로 국방력과 국력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로템이 개발중인 무인 전투차량 모형.
현대로템이 개발중인 무인 전투차량 모형.

최기일 "4차산업혁명시대 생존위해 '밀리테크4.0' 차질 없이 수행돼야"

특히 그는 "4차산업혁명시대 국가생존을 위해서 방위산업은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며 "'밀리테크4.0'이 차질없이 수행돼야 국가안보는 물론 미래 산업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고등연구계획국(DARPA)'를 벤치마킹해 국방 R&D와 방산체계를 진취적이고 혁신적인 구조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산 생태계가 건강하면 당장 돈이 안되는 기초연구 분야도 강해지고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체질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어 기존 산업도 경쟁력이 강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주문했다. 

최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가 제조업 강국이 된 데는 과거 방위산업을 위해 철강과 기계공업 등 중화학 공업을 국가적으로 계획하고 지원한 부분이 큰 역할을 했다"며 "이제 신성장 동력으로서 방위산업을 인식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인공지능과 무인전투체계 등 신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 방산이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아닌 퍼스트 무버(1st mover)가 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규제를 개혁하고 제도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장보고급 잠수함.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장보고급 잠수함. [사진=대우조선해양

 

김의철 전문기자  defence@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