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경조사비·기부금 감소, 장기불황 징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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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경조사비·기부금 감소, 장기불황 징표인가?
  • 조원영 기자
  • 승인 2016.09.1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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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조사비는 기업 계정과목에서 복리후생비 혹은 접대비에 들어간다. 기부금은 연간공제를 받는다. 둘 다 타인을 위해 제공하는 사적 혹은 공익적 행위로 복지사회의 건강성을 보여준다. 물론 과도하지 않는 경조사비에 한해서다. 그런데 가계의 경조사비와 기부금 지출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 경조사비·기부금이 지속적으로 줄어 들고 있어 경기침체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사진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부단체인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홈페이지 자료사진.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올해 2분기(4~6월) '가구 간 이전지출'은 19만771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7266원) 감소했다.

가구 간 이전지출에는 축의금 ·부의금 등 경조사비, 따로 사는 부모나 유학 중인 자녀에게 보내는 돈, 환자에 대한 송금 등이 포함된다. 이 중 경조사비 비중이 가장 높다.

종교단체나 시민단체 등에 대한 기부금이 주요 항목인 '비영리단체로 이전' 지출도 지난 2분기에 10만3577원에 그쳐 1년 전보다 3.1%(3261원)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4분기 연속 감소세라고 한다.

이 모두가 지속적인 경기불황 때문이다. 예로부터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자기 배가 불러야 남 생각도 한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이웃도 돌아보게 되고 마음의 여유도 생기는 법이다. 불가에서 말하는 ‘보시’란 자비의 마음으로 다른 이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베풀어 주는 것을 뜻한다. 교회나 성당에 내는 ‘십일조’같은 것들도 같은 성격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자기 주머니가 통통해야 행할 수 있다. 물론 꼭 돈으로만 이런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속의 명리(名利)를 위해서라든가 어떤 반대급부라도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근로봉사도 좋고 마음 봉사도 좋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경조사비와 기부금 지출이 감소한 것은 마음이 넉넉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불경기에 소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당장 필요한 부분에 돈을 쓰다보니 줄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경조사비나 기부금 지출을 닫는 것이다.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명목 기준)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구소득 상승률은 2014년 1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2~5%대를 보였으나 지난해 3분기 0.7%로 떨어진 뒤 4분기 연속 0%대를 기록하고 있다.

경조사비와 기부금 감소는 우리 사회의 복지안전망이 흔들리고 있다는 징표다. 아무래도 일본형 장기불황의 그림자가 어둠을 몰고 오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추석명절이 지나가고 있지만 마음이 개운치 않는 까닭이다.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정부나 기업은 물론, 국민 모두가 팔을 걷어 부치고 중장기적으로 이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지혜를 모을 때다.
 

 

조원영 기자  jwyc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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