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美와 갈등 속 北공연에 부담느낀 듯
북한 모란봉 악단이 내달 방중해 4년 만에 하려던 공연이 전격 중단됐다. 모란봉 악단은 북·중 갈등의 상징 중 하나로 여겨진다.
27일 베이징 소식통 등은 중국 측은 북·중 수교 70주년을 기념해 오는 12월부터 한 달여 간 모란봉 악단을 초청해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선전(深천<土+川>), 창사(長沙) 등 중국 주요 지역에서 순회공연을 하려고 했으나 갑자기 중단된 것으로 전했다.
이 공연 관계자는 "현재 공연 계획이 잠정 중단된 상태"라면서 "정치적인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내달 초 공연이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모란봉 악단이 내달 초 공연을 하려면 선발대나 관련 장비가 들어오고 공연장 예약도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감지되는 게 없다"고 밝혔다.
모란봉 악단의 방중 공연장으로 예정됐던 우커송 캐딜락센터 또한 내주 이 공연단의 일정이 잡히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최근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으로 북미간 갈등이 커지면서 중국 측이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북한 대표 공연단의 방중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또한, 중국은 최근 홍콩 사태에 대한 미국의 압박으로 수세에 몰리는데다 미·중 무역 협상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북한 공연단의 방중으로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의중도 읽힌다.
이에 따라 올해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10월 이후 유력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방중이 사실상 힘들어진 데다 모란봉 악단 방중 공연마저 무산되면서 북·중 간 전략적 밀월 관계에도 금이 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모란봉 악단의 이번 방중 공연 중단이 이목을 끄는 것은 중국과 악연이 있기 때문이다.
현송월 단장이 이끌었던 모란봉 악단은 2015년 12월 베이징을 방문해 공연 직전에 '핵·미사일' 등 공연 내용을 놓고 불협화음이 나오면서 갑자기 공연을 취소하고 귀국해 북·중 수뇌부 간 갈등을 드러낸 바 있다.
북·중 양국은 모란봉 악단 철수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등으로 관계가 멀어져 국가 차원의 예술단 교류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의 전격적인 방중을 시작으로 북·중 간 전략적 밀월 관계가 형성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지만 이번 모란봉 악단 공연 중단으로 양국 관계가 생각만큼 밀접하지는 않음을 보여준 것이다.
모란봉악단은 여성들로만 구성된 북한의 이른바 '걸 그룹'으로 김 위원장이 직접 '모란봉'이란 악단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높은 대우와 북한 내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모란봉악단은 북한의 대외 예술단 교류 주역인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사실상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모란봉 악단은 12월 3일 베이징 공연을 마친 뒤 5일 상하이를 시작으로 우한, 충칭, 청두, 광저우, 선전, 산터우, 주하이, 뤄디를 거쳐 성탄절인 25일 창사에서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었다.
김의철 전문기자 defenc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