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리얼돌’에 묻힌 산자위 국감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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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리얼돌’에 묻힌 산자위 국감 뒷이야기
  • 서창완 기자
  • 승인 2019.10.23 1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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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만 남았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국정감사 이야기다. 산업통상자원부 종합감사가 진행된 지난 18일 이용주 무소속 의원 옆에 앉은 한 여성의 얼굴을 모니터로 얼핏 보고 어쩐지 창백하다 싶었다.

이 의원 질의는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다음 순서였다. 화력발전소 미세먼지 문제와 2017년 발생한 포항지진 원인으로 꼽힌 이전 정부의 석연찮은 컨소시엄 선정 과정 등이 다뤄졌다. 그다음 등장한 게 리얼돌이다.

이용주 무소속 의원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성윤모 산업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이용주 무소속 의원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성윤모 산업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이 의원 질의 내내 국감장은 ‘말릴 수 없는’ 이상한 분위기가 돼 갔다. 그러다 실소가 터져 버렸다. 옆자리 남자 보좌진도 국감 기간 한시도 흐트러짐 없이 타자기를 두드리던 여자 속기사도 ‘피식’ 함께 웃었다. 리얼돌과 인공지능(AI), 산업이 이 의원 질의 속에 연결되는 그 순간이었다. 모두 참지 못했다.

20여 일 남짓한 산자위 국정감사는 지난 21일 중소벤처기업부 종합감사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조국 정국’의 집중 조명을 받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국감장과 비교하면 평온했다. 사실 어떤 위원회도 법사위만큼 이목을 끌기는 어려웠다.

그래서일까. 산자위에서는 ‘리얼돌’만 남은 느낌이다. 묵묵히 하는 의원일수록 스타가 되기 힘든 현실을 반영하듯 이 의원의 ‘리얼돌 육성론’이 언론을 메웠다. 지난 2일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여수산단 기업인들을 꾸짖던 이 의원 본인이 민망했을 것 같다.

‘리얼돌’이 지운 산자위 장면들을 끄집어내 본다. 바로 뒤이은 질의에서 “왜 하필 앞에 리얼돌이 나와서…”란 푸념을 늘어놓은 박범계 민주당 의원의 질의부터 새길만 하다. 박 의원은 지난해 국감 때처럼 한수원의 격납건물여과배기설비(CFVS) 설치 백지화 문제를 짚었다. (관련기사 : 박범계 “모든 원전 사고는 중대”)

에너지 정책을 보는 입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여야 의원들의 논쟁도 소모적이지만은 않았다. ‘에너지 전환 옹호’와 ‘탈원전 비판’은 과도기 상황에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의원들도 있었으나 그들 의견마저 궤변이라 치부하고 싶지 않았다. 산업 생태계의 아픔도 에너지 전환의 숙명도 기후변화를 막는 일도 하나하나 더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체로 평온한 산자위에서 이종구 위원장의 ‘실언’과 정은혜 민주당 의원의 국회 ‘데뷔’도 화제였다. 나에게도 기억나는 모습이 있다. 묵묵히 할 일 다 했던 의원들이다.

김규환 한국당 의원과 이훈 민주당 의원은 국감 전까지 얼굴 생김새를 몰랐다. 두 의원 모두 국감이 끝난 뒤에는 가장 큰 인상을 남겼다. 박범계 의원의 일어선 모습을 처음 보고서는 ‘작은 거인’이란 말이 떠올랐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8일 종합국감에서 이용주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8일 종합국감에서 이용주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피감기관장들도 새삼 고생스런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원 27명 질의를 하나하나 받아내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테다. 내년 국감장에서는 같은 문제로 지적받지 않기를 바라본다.

또 한가지, 국감장에서는 마이크가 꺼져도 의원들의 목소리가 생생히 들린다. 의사중계시스템으로 보면서 ‘들리지도 않는데 어떻게 대화를 하지’ 싶었던 궁금증이 해소됐다. 어쩐지 ‘현장이 답’이라는 말은 자주 맞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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