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변두리로켓' 쏘나...영등포 소공인 밀집지대 '국방' 특화 '도시재생' 카운트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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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변두리로켓' 쏘나...영등포 소공인 밀집지대 '국방' 특화 '도시재생' 카운트다운
  • 김의철 전문기자
  • 승인 2019.10.10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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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재생사업'+'국방산업', 콜라보 성공할까...최기일 방위사업학 박사, "잠재력은 충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소공인 밀집지역이 국방산업 중심의 ‘도시재생사업’으로 새롭게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 지역에는 오랜 동안 기계·금속 등 기초 산업분야 제조업을 영위해 온 1500여 소규모 업체들과 소공인들이 밀집해있다.

사실 이들은 우리나라 제조업과 방위산업의 풀뿌리 역할을 해왔다.

방위사업청이 대기업에 납품계약을 하고 대기업들은 중견, 중소기업 협력업체들에게 발주를 한다. 이들 중견, 중소기업들은 기초부품의 상당량을 이곳 문래동 소공인들에게 발주한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기계·금속제품들은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중에는 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초부품들이 상당하다.

오래전부터 이 지역은 공업지대였다. 영등포는 마포와 연결되는 문래동이라는 말이 생겨난 유래중에는 면방과 관련된 것들 것 많다. ‘문(文)익점이 목화씨를 들여왔다(來)’는 데서 유래했다고도 하고 실을 뽑는 ‘물레’를 음차했다는 설도 있다. 그만큼 경성방직(경방)을 비롯해 방림방적 등 섬유기업들을 비롯한 많은 공장들이 있었다. 그 중에는 기계·금속 공장들도 많았다.

최근 방위산업이 소재부품산업 육성과 민군협업, 수출확대, 무기체계의 유지정비 부문의 중요성확대와 같은 화두로 급변하고 있다. 특히 부품산업의 중요성은 한일무역갈등에서 불거져 나온 것 처럼 시급한 화두 중 하나다.

근래 중소제조업이 인건비 부담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커다란 위기에 놓이게 됐다. 영등포역과 신도림역사이에도 오래 된 섬유공장들은 다 사라졌다. 그리고 땅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부동산 사업 등 다른 사업을 하거나 해외로 공장을 이전했다.

서울 시내 대부분의 공장부지들이 상업이나 주거 용도로 바뀌고 있다. 지금도 76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때로 부동산 투기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아 아직 이렇다 할 성공 사례가 없다.

그런데 방위산업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다. 외국으로 쉽게 나갈 수도 없고, 외국인들을 고용하기도 어렵다.

시장기반이 아니기 때문에 세금이 투입되는 ‘도심재생사업’과 잘 맞아 떨어진다.

해마다 국회에서 국정감사를 통해 한번 더 검증할 수 있다는 점도 다른 산업에 비해 매력적인 요소다. 쉽게 부동산 투기로 변질되는 것을 막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문래동 ‘도시재생사업’은 ‘예술분야’쪽으로 가닥이 잡혀 있었다. 하지만 한국생산성본부 남주혁 도시재생 전략기획팀장에 따르면 “’예술분야’는 산업적인 측면이 상대적으로 약해 ‘공적지원’의존도가 높다는 문제가 있다. 재정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 팀장은 “세금으로 시작되고 세금으로 유지돼도 안된고 부동산 투기로 변질돼도 안 된다. 그 지역 분들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려 새로운 미래를 자생적으로 유지하고 개척할 수 있도록 해야 ‘도심재생사업’의 취지에 맞는다"고 강조하면서 "공공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도하고 공공은 돕는다는 것이 중요한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오래전부터 이 지역에서 뿌리를 내린 공장들을 되살려야 ‘재생’이라는 말과 맞아 떨어지는데 외부에서 예술분야 사람들이 들어오고 기존 소공인들이 쫓겨나야 하는 상황이 되면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소공인지원센터(센터장 윤정호)에서 국내 방위사업학박사 1호 최기일(39) 건국대 방위사업학 겸임교수가 이 지역 터줏대감들을 모아 놓고 강연을 시작했다. 강연은 밤늦도록 이어졌다. 퇴근시간에 모여 시작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이날 경남 창원의 방산업체를 들렀다 서둘러 왔다고 귀뜸했다. 

방위산업은 진입장벽이 높다. 방위산업의 유일한 고객은 방위사업청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상거래와 다른 점도 많다. 방위산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것들이 많고 누군가 그들에게 그것들을 알려줘야 한다.

최 교수가 늦은 시간까지 이지역 소공인들 상대로 강의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오랜 세월 기계·금속업에 종사해온 소공인들이 협동조합(김의찬 조합장)을 만들었다. 현재는 15개 조합원들이 모여 국방산업에 대한 공부를 하며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5부터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개최되는 ‘ADEX 2019’는 방위산업과 관련한 국제전시행사다. 이들 소공인들은 이 전시회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겠다는 각오다.

최 박사는 한국생산성본부와 손잡고 서울시와 영등포구의 지원을 받는 국방산업 중심의 ‘도시재생사업’을 돕고 있다.

신용대 중소중견방위산업기업협회 사무국장

또한, 금번 발족될 예정인 중소중견방산기업협회 신용대 사무총장이 장차 협회의 회원이 될 수도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여태껏 이렇다 할 성공사례가 없고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질되거나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많았던 ‘도시재생사업’이다.

주변지역에 비해 지나치게 낙후된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성공사례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공공주도사업의 허점과 부동산투기자본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는 사창가와 '쪽방촌'도 있다. 극복해야 하는 문제들이 많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성공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가까운 일본에서 그 성공사례를 찾을 수 있다.

2015년 일본 최고시청률 22.3%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던 ‘변두리 로켓’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다.

로켓사업을 하는 대기업 ‘테이코쿠(帝國)중공업(미쓰비시중공업)과 츠쿠다제작소가 로켓발사에 실패하고 성공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테이코쿠중공업은 로켓생산공정을 자사에서 생산하지만 밸브장치만큼은 직원 200명에 불과한 중소기업 츠쿠다제작소의 ‘가우디’가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외주생산을 한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츠쿠다제작소 사옥으로 드라마에 나오는 카츠라가와세이라제작소 본사건물[위키백과 캡처]
츠쿠다제작소 사옥으로 드라마에 나오는 카츠라가와세이라제작소 본사건물[위키백과 캡처]

츠쿠다제작소는 변두리 지역인 도쿄도 오타구에 소재하고 있는 카츠라가와세이라제작소를 모델로 하고 있다. 

"이 지역이 가진 잠재력은 헤아리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최 박사는 강조하면서 "1500여개 소공인들이  보통 수십년씩 한 분야에서 기술을 축적해 온 장인들이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소재·부품산업이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중요하다. 도시재생사업과 국방산업간 협업은 국내방산업계에도 커다란 자극과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생산성 본부에서 강의를 하기도 하는 그는 남 팀장과 함께 “이 지역을 국방산업과 상생할 수 있는 ‘도심재생사업’의 성공모델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의철 전문기자  def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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