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美,등에 칼 꽂아"... '美배신' 성토, 탈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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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美,등에 칼 꽂아"... '美배신' 성토, 탈출 시작
  • 김의철 전문기자
  • 승인 2019.10.08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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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르드 '미,시리아 북동부 철수'결정에 분노...탈출 시작 "국경 거리 거의 텅 비어"
- SDF, 공군 없어 터키군에 저항 불가 ...전투 시작되면 단기간에 장악 예상
- 국제사회는 우려와 비판 쏟아 내...유엔 "인도주의 유지돼야" 촉구
2017년 시리아 북부 국경지역 미군 장갑차와 쿠르드 민병대원[EPA=연합]

시리아 쿠르드가 미국의 '배신'을 성토했다.

미군의 시리아 북동부 철수 시작에 국경 인근에서는 벌써 '대탈출'이 시작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주축으로 구성된 '시리아민주군'(SDF)은 7일(현지시간) "미국은 이 지역에서 터키의 군사작전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여러 번 약속했다"면서 "백악관 발표는 SDF의 등에 비수를 꽂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SDF 정치 조직인 '시리아민주평의회'(MSD 또는 SDC)는 "우리의 용맹스러운 남녀가 SDF로서 ISIS(수니파 테러조직 '이슬람국가'의 옛 약칭)의 '칼리프국(國)'을 상대로 역사적 승리를 거뒀다"면서 "지금 우리를 버리는 건 비극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SDF는 수니파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약 5년간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의 지상군 역할을 하며 피를 흘렸다.

시리아 북동부 SDF는 미군의 '전우'가 되면서 터키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터키는 쿠르드 민병대를 자국의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분파 테러조직이자 자국 내 분리주의를 자극할 수 있는 안보 위협으로 여긴다

지난해 터키군은 시리아 북서부 쿠르드 도시 아프린을 미국 등 서방의 방조 속에 점령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담에서 만났다.[AFP=연합]

시리아 쿠르드는 미국의 이번 결정이 자신들을 배신한 것이며 정당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지역을 '카오스'(대혼란) 상태로 되돌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MSD의 암제드 오스만 대변인은 "미국의 태도는 지역 전체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이곳에 구축한 평화와 안보가 모두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오스만 대변인은 "저항이 살길"이라면서 "우리는 터키인들이 오는 걸 그저 기다리지 않고 저항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미 정예 부대원들이 터키 인접 국경 지역에 배치됐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익명의 SDF 인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WP는 SDF의 재배치 동향을 전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북동부 철수 결정으로 시리아 주둔 미군과 SDF의 협력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터키군 공격에 반대하는 쿠르드 주민 시위[AFP=연합]

백악관의 발표와 동시에 터키는 시리아 북동부에서 군사작전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터키 국방부는 군사작전 준비를 완료했다고 이날 밤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의 관영 매체는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공격이 시작됐다고 7일 밤 보도했다.

전투가 시작되면 작년 아프린에서 전개한 군사작전처럼 터키군이 단기간에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하리라 예상된다.

SDF가 IS 격퇴전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았다고 하더라도 공군력 없이 터키군을 대적하기란 사시다.

쿠르드 고위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변심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에도 시리아 전면 철군을 선언했다가 미국 안팎의 강한 반발에 물러선 적이 있다.

바드란 지아 쿠르드는 "상황이 아직은 유동적일 것"이라면서 "결정을 바꾸기에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본다"고 기대를 표현했다. 

지난 5일 미군을 환영하는 쿠르드 주민들[AFP=연합]

국경 지역에서는 주민 탈출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동부 탈아브야드 주민 아부 마즈드는 "피란이 벌써 시작됐고, 특히 주변 지역에 친지가 있는 사람들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전했다.

마즈드는 "거리가 거의 텅 비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동맹과 국제사회는 터키의 군사작전 계획과 미군의 시리아 북동부 철수에 우려와 비판을 쏟아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민간인과 민간 시설이 보호돼야 하고 인도주의 구호가 유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유엔 대변인이 밝혔다.

지난 달 시리아 북동부에서 터키군과 미군이 공동순찰을 수행하고 있다.[AFP=연합]

프랑스 외무부는 "어느 일방의 독단적 행동은 심각한 인도주의 사태를 초래할 수 있고 안전하고 자발적으로 난민이 귀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할 것"이라고 터키에 경고했다.

독일의회의 노르베르트 뢰트겐 외교위원장은 "미군의 시리아 북부 철수는 미국의 돌발적이며 불안정을 초래하는 대외 정책이 재현된 것"이라며 비판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마야 코챤치치 대변인은 "시리아 북동부에서 새로운 무력 분쟁은 주민의 고통을 가중하고 대규모 난민 사태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정치적 노력을 심각하게 방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지원하는 이란도 터키의 군사작전에 반대했다.
모하마드 자리프 외무장관은 이날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터키의 군사작전에 반대하며 시리아의 영토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이란 국영방송이 전했다. 

김의철 전문기자  def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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