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군부가 미국의 군사행동에 맞서 완벽한 준비태세를 갖췄다며 강경일변도의 대미 메시지를 쏟아 내고 있다.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24일(현지시간) 미국을 겨냥해 "오늘날 적들은 이란과 전쟁을 두려워한 나머지 경제 테러리즘(제재)의 길을 택했다"라며 "우리 조국을 침략하면 그 결과는 미군 무인기나 영국 유조선처럼 패배와 포로 신세가 되리라는 점을 다시 한번 경고한다"라고 말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도 지난 21일 "적들의 위협으로 왜 우리가 무인기와 미사일의 사거리와 파괴력을 높여야 하는지 알 수 있다"며 "이란 영토를 침범하는 자는 누구든 한 방 맞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를 침략하는 나라가 곧 전쟁터가 될 것"이라며 "적이 제한된 범위로 침략해도 그들이 완전히 붕괴할 때까지 반격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들 군부 수뇌부 외에도 고위 장성이 앞다퉈 미국과 '전쟁 불사'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군부가 이렇게 미국에 강경한 목소리를 높이는 직접적인 원인은 일단 시기적인 이유 때문이다.

이란에서는 21일부터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 발발을 기념하는 '성전 주간'이 시작됐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듬해부터 8년간 이어진 이 전쟁을 단순히 이라크와 영토 분쟁으로 보지 않고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을 앞세운 미국 등 서방에 대한 성스러운 종교 항전으로 여긴다.

이 때문에 해마다 이 기간이 되면 군부 핵심층이 완전 준비태세를 언급하면서 강경한 발언을 내놓는다.

최근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거세진 점도 이란 군부의 강경 발언을 부추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군부의 이같은 태도는 대내결속을 위한 대외적인 선언이면서, 실용주의 외교를 모색하려는 하산 로하니 정부에 대해서도 일종의 경고를 보내는 의미도 있다는 해석이다.

공교롭게 올해 성전 주간은 유엔총회 기간과 겹쳤다.

유엔총회를 국제무대에서 이란의 입장을 선전하는 기회로 보는 이란 정부는 올해도 대통령과 외무장관이 함께 참석했다.

이들 정부 수뇌부는 유엔총회를 이용 서방 언론과 인터뷰를 집중적으로 한다.

이 과정에서 핵문제,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 등 최대 현안에 대해 이란의 기존 입장과 다소 다르게 해석되는 말을 했다가 나중에 해명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대다수 서방 언론이 이란이 경직된 태도를 변경해 미국과 대화를 원한다는 식으로 이란 정부의 입장을 해석하면서 발생하는 '오역 논란'이다.

익명을 요구한 테헤란의 시사평론가는 "이란 군부는 대통령과 외무장관이 방미 기간 서방 언론과 접촉해 즉흥적으로 오해를 사는 언행을 하지 못하도록 더욱 강경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유엔총회는 프랑스의 활발한 중재로 美·이란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어느 때보다 기대가 높아 이란 군부는 반미 노선을 재확인함으로써 대화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2013년 유엔총회에 참석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전화로 통화한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면서 이란內 보수진영의 따가운 비판을 받아야 했다. 1980년 양국이 단교한 이래 대통령끼리의 직접 통화는 처음이었다.

이란 혁명헌법에 따르면 이란군의 통수권자는 대통령이 아니라 최고지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