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50년 TV전쟁', 흑백·컬러TV에서 'OLED·QLED 8K TV'까지...신기술 경쟁 '글로벌 전자회사 성장 순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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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50년 TV전쟁', 흑백·컬러TV에서 'OLED·QLED 8K TV'까지...신기술 경쟁 '글로벌 전자회사 성장 순기능'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9.23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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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과 LG 선대회장은 같은 지역 학교 동문 절친...양가 사돈관계
- 1959년 금성사(LG전자) 설립에 이어 1969년 삼성전자 창업하면서 'TV 전쟁' 시작
- 70~80년대 '기술의 상징 금성' 광고에 삼성전자 '첨단 기술의 상징'으로 맞대응
- OLED 대 QLED 전쟁은 내년 8K TV 시장을 겨냥한 '패권 경쟁'

삼성전자와 LG전자가 50년에 이르는 'TV 전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삼성과 LG의 그간 'TV 전쟁사'는 과도한 비방전이라는 부정적 측면도 있지만 기술 경쟁을 통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원동력이라는 순기능도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삼성 QLED TV'가 LED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 TV임에도 'QLED'라는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광고를 해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허위과장 표시광고'라는 이유로 지난 1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전자의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했다. 

LG전자는 "기술 고도화에 따라 제조사가 별도로 설명해 주지 않는 이상 소비자는 정보의 비대칭 속에서 합리적인 제품 선택을 저해 받을 수밖에 없다"라며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삼성전자의 허위과장 표시광고에 대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제재가 따라야 한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화질 선명도는 1927년 발표된 아날로그 TV 시절 해상도 평가를 위해 사용되었던 개념으로 초고해상도 컬러 디스플레이의 평가에는 적합하지 않다”라며 "ICDM(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도 지난 2016년 이를 최신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에는 불완전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라고 반박했다.

IFA에서 LG전자 부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8K 논쟁에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8K 인증 기준' 자료를 내고 "디스플레이는 1x1 그릴 패턴 기준 최소 50%의 화질 선명도를 갖춰야 한다”라고 제시하며 LG전자의 입장에 손을 들어줬다. 삼성전자는 화질 선명도가 8K 기술을 판단하는 결정적인 평가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LG전자는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9'에 이어 지난 17일 '8K TV 기술 설명회'를 갖고 삼성전자 8K TV의 화질 선명도 문제를 정식으로 거론하며 공세를 폈다. 

그러자 삼성전자도 이날 즉각 반박하며 'TV 전쟁'은 공정위 판단까지 이어진 상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의 TV전쟁은 삼성전자 탄생부터 50년간 계속된 것"이라며 "향후 8K TV 시장 패권을 놓고 양사가 피할 수 없는 '자존심' 승부가 다시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IFA에서 삼성전자 부스

그렇다면 삼성과 LG의 TV 전쟁사는 어떻게 이어졌는지 살펴보자. 

창업자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삼성과 LG는 죽마교우(竹馬交友)다. 삼성 이병철, LG 구인회 선대회장은 경남 진주 '지수보통학교' 같은 반 인연으로 우정이 돈독했다. LG가 3남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삼성가 차녀 이숙희씨가 1957년 결혼해 사돈관계도 맺을 정도였다. 

LG전자의 전신 금성사는 1959년 설립 이래 국내최초 라디오, 흑백TV 등을 개발하면서 우리나라 전자산업을 이끌었다.  

그런데 삼성전자공업이 1969년 설립되자 양사는 경쟁관계가 되면서 관계가 냉각됐다. 당시로서는 정부 허가에 의해 업종별로 1개 회사만 존재하던 시기였다. 삼성전자 설립은 같은 영역에서 경쟁을 금기시했던 암묵적인 룰이 깨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당시 수출을 목적으로 정부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수출에 어려움을 겪던 시기라서 삼성과 LG는 국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삼성은 일본 산요의 하청업체로 TV 생산을 시작했지만 한동안 경영난에 시달렸다. 삼성전자는 1972년 독자적인 흑백 TV 개발에 이어 정부가 내수용 흑백TV 생산을 허가하면서 1974년 흑자전환에 성공한다. 

LG전자(금성사) 테크노피아 광고

LG전자(당시 금성사)에 밀려 만년 2등에 머물렀던 삼성전자는 1975년 '이코노 TV'라는 히트 상품을 내놓으면서 'TV 전쟁'은 본격화됐다.

이어 삼성전자는 1977년 국내 최초로 컬러 TV(컬러 이코노 TV) 개발하고 수출에 나섰다. 1980년 8월 국내에서도 컬러 TV 시판이 허용되면서 삼성과 LG는 기술 경쟁에 돌입했다. 

삼성과 LG의 '기술 광고 전쟁'은 흥미롭다. 

LG전자는1966년 국내 처음 생산하기 시작한 흑백TV ‘샛별 텔레비전’가 인기를 끌자 ‘기술의 상징, 금성’ 광고를 내놨다. 

삼성전자 휴먼테크 광고

그러자 삼성전자는 ‘첨단’ 두 글자를 더해 ‘첨단 기술의 상징’ 카피로 자극했다. 
LG CF가 "아무리 돌려도 선명한 화면. 고장을 모르는 긴 수명의 순금튜우너~ "라고 하자 삼성은 이코노TV CF에서 "예열 없는 순간 켬. 절전 20%. 수명연장. 화면안정."이라고 했다.

이어 LG전자는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기술의 상징 금성’이라는 카피의 광고로 히트를 쳤다. LG전자의 당시 자부심과 같았다. 지금도 이 광고는 회자될 정도다. 

1986년 LG는 ‘기술이 생활을 편리하게 즐겁게 한다’며 ‘테크노피아’ 광고 시리즈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인간과 호흡하는 기술, 휴먼테크’로 곧장 맞대응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기술의 상징 금성' 광고는 히트작으로 꼽힌다

그야말로 양사는 1990년대에 기술력 경쟁이었다. 그리고 이후 삼성전자의 ‘또 하나의 가족’과 LG전자의 ‘사랑해요 LG’가 기업 이미지 광고로 맞붙었다.

그간 소송전도 이어졌다.

1992년 LG전자와 삼성전관(현 삼성SDI)이 브라운관 TV 시장에서 특허권을 둘러쌓고 소송전을 벌였다. 이 사건은 결국 양사가 특허를 공유하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그 후 2012년 9월 LG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내면서 2라운드에 접어들기도 했다. 삼성의 갤럭시 노트, 갤럭시 시리즈 가 LG전자의 핵심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특허)을 침해했다는 것. 

이 사건은 삼성디스플레이로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LG디스플레이 임직원 11명이 기소되고, 삼성디스플레이가 손해배상 청구 등 맞소송을 내며 격화되다가 결국 양측이 소를 물리면서 일단락됐다.

2017년 10월에는 삼성전자가 유튜브에 ‘QLED 대 OLED, 12시간 화면 잔상 테스트’라는 제목의 광고 영상으로 LG전자의 OLED TV를 공격했다. 올레드 디스플레이의 화면을 꺼도 잔상(얼룩)이 남는 이른바 ‘번인 현상’을 지적한 광고로 LG전자를 공개 저격한 것. 

삼성전자가 2017년 10월 자사의 QLED와 비교해 LG전자 OLED의 번인현상을 저격한 광고

그리고 2년 후인 2019년 9월 LG전자의 반격이 시작됐다. 내년 일본 도쿄올림픽 등 빅이벤트를 앞두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8K TV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삼성과 LG는 50년 기술 전쟁을 통해 세계 TV시장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하며 성장했다. 앞으로 8K TV 시장을 놓고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되는 이유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TV 기술은 자존심"이라며 "이번 8K TV 전쟁도 결국 기술력 경쟁의 연장선상이며 향후 세계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최고경영자의 전략적 선택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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