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필수 교수 “이미 친환경차 시대, 20~30년 후 내연기관차 종말 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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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필수 교수 “이미 친환경차 시대, 20~30년 후 내연기관차 종말 고할 것”
  • 서창완 기자
  • 승인 2019.08.2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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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친환경차 대세는 전기차, 수소차는 아직 멀어”
“일본 무역 규제,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 클 것”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5월, 내연기관차와 종말을 선언했다. 20년 뒤에는 내연기관차를 생산하지 않겠다고 했다. 디젤 게이트로 유명한 폭스바겐도 앞으로 10년 동안 20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탈탄소 전략’을 최근 발표했다. 굵직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선택은 단순한 선언에 불과할까.

27일 서울 우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미 친환경차 시대로 차 산업이 스며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22년 전인 1997년 도요타에서 프리우스라는 양산형 하이브리드차를 내놓은 시점부터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가 27일 서울 우면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가 27일 서울 우면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전기차가 상용화된 지도 벌써 10년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가 느끼기에 전기차의 발전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김 교수는 앞으로 20~30년 안에 친환경차가 완전히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28일로 예정된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와 관련해서는 우려를 표시했다. 현재 자동차 산업이 입을 피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은데, 그 피해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덧붙였다. 김 교수는 현재 일본과의 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매듭지어지지 않으면 한국 자동차 업계가 아래서부터 입을 타격이 상당히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필수 교수와의 일문일답.

▲친환경차 시대가 오는 시점은 언제일까. 그 시점에 대세가 될 차량은 또 무엇인가.

“130년 넘는 내연기관차의 역사처럼 친환경차 시대도 갑자기 오는 게 아니다. 이미 서서히 스며들고 있는 단계다. 현재 시장에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가 공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기차의 보급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지고 있다. 배터리 한계성 등 기존 단점이 사라지면서 빠르게 기존 시장을 대체하는 것이다. 친환경차 중에 앞으로 대세가 될 차는 단연 전기차다. 20~30년 동안에 내연기관차는 확 줄어들 거다.

전기차는 배터리 비용이 줄어들면서 부담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특히 전기차 자체를 이동성 에너지저장시스템(ESS)으로도 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재난 지역이나 오지 등에서도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충전 역시 RFID(무선주파수식별) 태그를 통해 일반 콘센트로 할 수 있는 충전기가 전국에 18만대나 등록돼 있는 등 갈수록 쉬워지고 있는 추세다. 수소차와 비교하면 월등히 편리함이 앞서 미래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연기관차가 함께 머물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 한국의 정책이 포지티브 규제(허용되는 것들을 나열하고 이외의 것들은 모두 허용하지 않는 규제) 방식을 택하기 때문에 내연기관 산업에서 전기차 산업으로 천천히 넘어가는 게 아니라 경착륙될 확률이 높다고 본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정에 부품이 1만300개 정도 없어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피해를 어떻게 줄일지도 관건이다.

▲하이브리드는 사실상 내연기관차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이브리드의 역할을 평가한다면.

하이브리드 차량이 적어도 20년 정도는 자신의 역할을 할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전기차는 아직 얼리어답터의 느낌이고, 수소차는 멀었다. 가솔린은 왠지 찝찝하다. 보다 더 전기차에 가까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홍보가 덜 돼 잘 모른다. 현 시점에서는 하이브리드가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다. 일본 차가 20% 더 잘 팔리는 이유도 세계적으로 하이브리드 특허를 다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시장은 가장 만족시킬 수 잇는 건 하이브리드임이 분명하다. 업그레이드하면서 전기차와 같이 갈 수밖에 없다. 다만, 현재 자동차 시장의 변화가 엄청 빠르고, 국제 환경 규제도 많아지는 추세라서 기존의 기대보다는 하이브리드가 인기를 끄는 기간이 짧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 앞에서 박계일 현대차 공정기술과장으로부터 대통령 전용차로 도입된 수소차인 넥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 앞에서 박계일 현대차 공정기술과장으로부터 대통령 전용차로 도입된 수소차인 넥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청와대]

▲정부와 현대·기아차가 수소차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전기차와 수소차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가.

20~30년 후에는 자동차 산업에 전기차와 수소차가 함께 존재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현시점에서는 우리 정부의 수소차 투자가 좀 과한 측면이 있다. 수소의 생산, 이동, 저장 중 현실적으로 해결된 게 아무것도 없다. 궁극의 차라고 하면서 석유화학이나 제철공장의 공정 중 부산물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수전해나 열전해로 가야 하는데 아직 멀었다.

미국과 유럽은 수소차를 못 만드는 게 아니라 안 만든다.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서다. 지금 만들어도 사는 사람이 없고, 안전 문제도 더 보완해야 한다. 해결해야 할 상당히 많은 고민거리들이 있다.

수소차는 20~30년 뒤에야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기 시작할 거라고 본다. 예산이 한정돼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전기차에 집중 투자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수소 기술은 원천기술, 주도권 확보 등 적당한 투자로 시너지를 내는 정도로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가솔린과 디젤로 내연기관차가 양분화된 것처럼 결국 전기차와 수소차가 시장을 양분할 것이다. 전기와 수소차는 부품의 60~70%를 공유할 만큼 경쟁 관계라기보다는 서로 보완 관계다. 전기차는 중단거리용, 수소차는 버스나 건설기계 등 장거리용을 맡는 등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전기차의 단점인 비싼 가격, 충전의 어려움, 안전성 문제 등은 어떻게 보완해야 할까.

한국형 선진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전기 생산 자체를 재생에너지로 많이 하는 독일 같은 나라 사례를 단순 벤치마칭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도심 지역에서 인구의 70%가 아파트에 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공용주차장에 충전시설을 따로 개인으로 두는 게 불가능하다. 아파트 주차 공간이 좁은 걸 고려해 집단 거주지 충전이 가능한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을 참조해 충전기 관리 예산을 별도로 관리할 필요도 있다. 전국 충전기 10%가 고장나 있는데, 이를 민관 구분 없이 고쳐주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전국 97% 충전기가 지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태양이 비치면 LCD 계기판이 안 보이고 비가 오면 젖은 손으로 충전기를 잡아 꽂아야 한다. 캐노피 지붕을 세우면 고장도 덜 나는 장점이 있다.

충전기 전용 내비게이션 어플을 만들어 차에 타면 충전기 어디에 있는지 다 뜨도록 하는 것도 생각할 만 하다. 실시간으로 보면 중장년층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 30%가 살고 있는 빌라나 연립주은 주차 면적이 적어 공공용 설치 조건이 안 되는데 이런 점도 해결해야 한다. 질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앞으로 전기차를 휴대폰처럼 생각하는 생각의 전환도 있어야 한다. 심야형 완속 충전 때 전기료가 싸고 잉여 전력이라 공급도 안정적이다. 급속 충전을 비싸게 만들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심야형 완속 충전기를 집 근처나 아래 주차장에 만들어줘야 한다. 급속 충전기는 연계용·비상용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결정이 있을 전망이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 미칠 영향을 예상해 본다면.

현재 자동차 산업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자동차는 3만개 부품이 수직구조다. 1차부터 4차까지 협력사들이 쭉 연결돼 있다. 현재 정부에서는 1, 2차만 파악이 됐고, 3, 4차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1차 협력사 실태를 파악해봤는데, 부품이나 센서를 생산하는 공작기계를 전부 일본 제품으로 쓰고 있다. 한국 제품은 20년 전 일본 기계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3차 아래쪽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얘기다. 자동차는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제품이라 3만개 제품 중 피스톤링 하나만 다른 회사 부품으로 바꾸는 데도 검사 등으로 1년 가까이 시간이 걸린다.

현장에서 보면 상상 이상으로 일본 부품을 많이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수십 년 동안 니몸 내몸 서로 구분 없이 공유하다가 일본이 이제 와서 내 몸을 내놓으라고 한 상황이다. 어디까지 내줘야 할지 구분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절대 소홀히 생각해서는 안 될 문제다.

▲일본에 대한 정부 대응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정치·외교적으로 강 대 강 국면을 빨리 끝내야 한다. 길게 끌면 국민이 힘들다. 장기적으로 가면 일본보다 경제적 규모가 작은 우리가 맞게 될 악영향이 더 클 거라고 보고 있다. 국산화와 수출 다변화도 필요하지만, 오래 걸리는 일이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부품은 글로벌소싱이 가능하다면 굳이 개발할 필요가 없다. 정치인들이 선동성 발언은 좀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

강소기업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을 꾸려 온 정부 책임도 크다. 독일은 완성차 4사도 중요하지만, 히든챔피언이 많다. 대기업이 이윤을 나누는 게 기업 윤리다. 현대차는 문어발식으로 이윤을 다 차지해 버린다.

부품사가 경쟁력이 없으니 당장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도 부품 1만3000개가 빠졌을 때를 대비한 정부 대책도 미흡하다. 업종 전환 교육, 펀드 지원 등이 필요하다. 1~2년 만에 단답형으로 해결과제를 만들 수 없는 일인 만큼 시스템을 바꾸려는 노력을 점차 해나가야 한다.

▲한국 국민이 자발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도요타 등 일본차 회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불매운동은 자생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오래 갈 것으로 예상한다. 가장 효과가 큰 건 일본 여행을 가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다. 지자체 불만을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일본 내에 우리를 지지할 수 있는 세력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현재 우리 시민운동이 ‘노 재팬’ 아닌 ‘노 아베’로 나타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 차 구입을 안 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만으로는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불매운동이 너무 장기적으로 지속돼 서로 아예 등을 돌리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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