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한국 자동차 업계 어디로 가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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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한국 자동차 업계 어디로 가야할까
  • 서창완 기자
  • 승인 2019.08.2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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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대응, 전기차 의무판매제 도입이 도움
전기차 충전 인프라·상생 모델 등 질적 향상 신경쓸 때
이인성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와 친환경 미래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그린피스]
이인성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와 친환경 미래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그린피스]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정부·기업이 기존 산업에 미칠 충격을 줄이고,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산업 전환기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받던 하이브리드차는 예상보다 빨리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환경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전기차 시장 성장을 이끌 종합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와 친환경 미래 토론회’에서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가 시장에서 대세라는 건 확실하고, 생각보다 전환 속도도 빠르다”며 “양적 팽창과 질적 향상을 합한 한국형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 시대 확실한 대안 전기차, 의무판매제 도입해야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와 친환경 미래 토론회’ 참석자들. 왼쪽부터 이인성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사진=서창완]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와 친환경 미래 토론회’ 참석자들. 왼쪽부터 이인성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사진=서창완]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로 인한 수송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뉴욕을 비롯한 18개 국가 935개 지방정부에서 기후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전기차의 가치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이 2021년부터 자동차 1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목표치를 1㎞당 95g로 낮추기로 하는 등 세계적 규제도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독일항공우주센터(DLR)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탄소 배출 측면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이인성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자료를 보면 2015 파리기후협약에서 약속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 1.5도 이하 억제 시나리오를 지키려면 2028년 이후 모든 신규 승용차량이 전기차 같은 무공해차여야 한다”며 “가솔린, 경유, 하이브리드차 등 내연기관차가 전면 퇴출돼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내연기관차 퇴출과 전기차 확대 움직임은 세계 곳곳에서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영국·프랑스 등 전 세계 15개 국가에서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목표연도를 2025~2040로 설정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는 독일의 폭스바겐이 2026년까지 내연기관 엔진 개발을 중단하기로 했다. 2040년까지는 내연기관차를 퇴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캠페이너는 전기차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무공해차 의무판매제도를 내연기관차 역인센티브와 연계하는 방안을 추천했다. 자동차 제조사에 무공해 차량 판매 비율을 할당하는 의무판매제도는 미국, 중국, 캐나다 3개 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다. 이런 의무판매제도를 전기차 판매할 때 보조금과 감세 혜택을 주는 인센티브 제도,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많이 하면 벌금을 부과하는 역인센티브제와 연계해 추진하자는 방안이다.

친환경차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도 있다고 꼬집었다. 국내 친환경차 정책은 저공해차를 대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내연기관차인 하이브리드를 비롯해 천연가스, LPG, 휘발유차 모두를 포함하기 때문에 전기차, 수소차 등 무공해차에 맞춰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게 이 캠페이너의 주장이다.

◇전기차 산업, ‘질적 향상’ 생각할 시점

김 교수 역시 친환경차라고 분류되는 차량 가운데 전기차 주도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예측했다. 자동차 산업 과도기에 상당히 길게 역할을 끌고 갈 줄 알았던 하이브리드는 생각보다 시장에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으로 봤다. 그는 시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정부가 시장 변화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와 친환경 미래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와 친환경 미래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김 교수는 “양적 팽창과 질적 향상을 같이 고민할 때가 됐다. 충전 인프라와 부품 산업의 안정적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교육과 전문가 양성 등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충전 방식에 있어서는 완속과 급속 충전을 적절히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저녁에 완속 충전한 뒤 오전에 차로 외출하는 게 차의 안전성과 지속성 등 측면에서도 더 좋다고 설명했다. 급속 충전은 장거리 운전 때의 연계나 비상 상황에 대비한 측면을 고려해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도 했다. 특히, 급속충전은 충전비를 높여 이득이 조금이라도 나오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충전기의 지붕을 마련하는 등 꼼꼼한 정책 집행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충전기의 대부분이 지붕이 없어 비가 오면 젖은 손으로 충전해야 하는 등 위험성이 높고, LCD 계기판이라 햇빛 비추면 보이지도 않는다”며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전기차 충전기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앱을 개발하는 등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관련해서만 환경부, 산업부, 기재부, 국토부 등 얽힌 게 많아 중복 투자되거나 이기주의가 많다”며 “부처끼리 융합형 시스템을 만들어 정권이 바뀌어도 꾸준히 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각국 정부가 전기차 시대를 열어가는 게 환경 측면 때문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내연기관차 부품을 만드는 업체들도 현재 어느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이 자율주행차,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 등 종합적 측면에서 살펴봐야 할 산업적 문제라는 것이다.

이 위원은 “부품 산업 등 고용 문제 걱정을 많이 하는데 (노동 인력이) 감소한다는 말에 근거는 없다”며 “단순한 조달 물량 감소만 볼 게 아니라 필수인력이나 전기차로 변화하는 과정에 필요한 새로운 소재들을 살펴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실질적 협력을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이인성 그린피스 캠페이너와 미니인터뷰.

▲글로벌 13개 업체 가운데 퇴출 선언을 한 곳은 폭스바겐뿐이다. 내연기관 판매금지 목표를 세운 국가 리스트에서도 한국, 독일, 미국, 일본, 이탈리아 등 굵직한 자동차 회사를 보유한 국가는 빠져 있다. 사실상 2028년까지 내연기관차 전면 퇴출 목표는 불가능해 보이는데.

“2028년까지 내연기관차를 전면 퇴출하자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어려운 과제다. 그래서 내연기관차 퇴출 목표를 내세운 많은 국가들도 2030~2050년 초점을 두고 있다. 다만,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억제하려면 그 정도 속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강력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영국을 비롯해 국가들의 내연기관차 퇴출 목표가 앞당겨지고 있다. 지금처럼 기후위기 극복을 촉구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정부에 대한 정책적 요구가 커지면 교통과 전력 부분 탈탄소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올 수 있다고 본다. 이 변화를 위해 정부는 물론 자동차 제조회사의 노력도 중요한 요소다.”

▲앞서 말한 자동차 강국(한국, 미국, 일본 등)에서 내연기관 퇴출 목표를 내세울 만한 징후가 있는지.

“유럽연합(EU)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 강화를 발표한 게 가장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EU는 2021년부터 자동차 1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목표치를 1㎞당 95g으로 낮추고 이를 넘으면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2021년부터 시작하는 규제는 계속 강화되기 때문에 유럽 차 제조업체에서는 내연기관차 생산 유지보다 전기차 투자가 이득이라는 판단을 하기 시작했다. 폭스바겐도 그런 경우다. 중국에서도 전기차 의무 판매 배율을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고, 규제가 계속 강화될 예정이다. 내연차 판매가 기업에 손해가 되는 환경이 돼가는 추세다.”

▲전기차만으로는 상용차 공급을 감당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상용차 시장만큼은 경유차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도 들어봤다. 상용차 시장에 맞는 전기차 전환 전략이 있다면.

중형차나 상용차의 경우는 승용차보다 내연기관차 퇴출 시점을 더 길게 잡아야 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상용차 시장에 경유차가 꼭 필요하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중형·상용차 시장도 빠르게 전기화되고 있다. 그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연료비 측면에서 훨씬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도 인정받고, 친환경차 판매 순위도 꽤 높더라. 제조사가 더 잘해야 한다고 하면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 같은데.

현대차가 잘하고 있다. 전기차 만드는 기술이 좋고. 판매 브랜드 탑텐에도 들고 있다. 아쉬운 건 중장기적 방향 설정이 없다는 점이다. 전기차를 많이 만드는 한편, 내연기관도 많이 만들고 있다. 2030년 기점으로 어떤 전략을 세워 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 밝혀야 후방 산업이 같이 전환을 할 수 있다. 연구 인력 등의 재배치나 재교육도 가능해진다. 좋은 기술력을 가진 현대차가 전기차 전환 전략을 명확히 하고 구체적 목표를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

▲환경부가 친환경차 정책을 하고 있다. 다른 부처와 충돌하는 지점이 있나. 협업 모델을 제시해 준다면.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도 환경부가 제안하고 산업부가 저항하는 모양새로 가고 있다. 양 부처가 줄다리기를 하는 데서 소진되는 에너지가 엄청나다. 서로 다른 이해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자동차 산업이라는 판을 넓고, 크게 보고 관계 부처끼리 협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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