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7만여대 화재 가능성 검사 '매뉴얼' 마땅치 않아..."제작사·학계 도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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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기차 7만여대 화재 가능성 검사 '매뉴얼' 마땅치 않아..."제작사·학계 도움 필요"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8.23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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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서 '제5차 자동차검사 발전 세미나' 열려
"여전히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똑같이 검사해 당황"
"교통안전공단만으로는 전기차 검사 개발 힘들어... 제작사·학계 도움 필요"
충전 중인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코나EV 모습. [사진 연합뉴스]
충전 중인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코나EV 모습. [사진 연합뉴스]

2017년 전기차 보급대수가 가파르게 증가한 지 2년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표준화된 전기차 정기검사 매뉴얼 부재와 전문 검사장비 부족 등으로 전기차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서 열린 '제5차 자동차검사 발전 세미나'에서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대표는 "전기차를 타는 소비자들이 민간 자동차검사소에 전기차 검사를 받으러 가면 일반(내연기관)차와 똑같은 방식으로 검사를 해 당황해 한다"며 "전기차 배터리의 폭발 여부 등을 검사하는 데 흰(면)장갑을 끼고 점검하는 게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폭발·화재에 대해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면 판매를 해선 안 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같은 발언은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등장한 지적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도돌이표'를 그리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일반적으로 높은 전압의 리튬이온배터리와 전기모터로 움직인다. 따라서 검사를 위해서는 검사하는 인력의 안전을 예방하기 위한 특수 작업복과 장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민간자동차 검사소에선 이같은 준비가 돼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검사 매뉴얼도 마련돼 있지 않다. 

최근 전기차 폭발·화재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배터리의 폭발·화재 가능성을 검사하는 표준화된 방법은 전무하다시피한 상황이다. 전기차를 운행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배터리 상태와 성능 등을 판단하는 영상이나 글 등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현재 전기차를 제작해 판매하는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업체들의 전용 검사소에서 배터리 상태와 성능 등을 검사받을 순 있지만,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자동차 검사 매뉴얼과 장비 등을 연구·개발하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류익희 실장은 "지난 5월부터 전기차 감전사고 예방을 위한 검사를 정지상태서 실시할 수 있게 했다"며 "앞으로 배터리 셀 간의 전압 편차와 부품, BMS(배터리관리시스템) 등을 검사해 전기차 화재사고를 예방하는 기술 등을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의 주행상태에서 배터리 성능과 모터 성능 등을 검사하는 기술도 장기적으로 개발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도로 위를 달리는 7만여대 전기차의 화재 가능성을 미리 판단할 수 있는 표준화된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게 우회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전기차의 폭발·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선 1만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또, 추가 폭발·화재를 막기 위해 적어도 배터리를 48시간 감시해야 한다. 전기차 화재 사고 예방을 위한 표준화된 기술 개발이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이뿐만 아니라 배터리 성능 저하로 차가 달리다 중간에 멈추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어, 배터리 화재 가능성과 함께 성능에 대한 검사 기술 개발도 절실하다. 

하지만 이를 자동차검사업계가 모르는 게 아니다. 그럼 검사 매뉴얼과 장비 등의 기술 개발이 지체되는 이유는 뭘까? 류익희 실장은 한구교통안전공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류 실장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새롭게 개발된 차량 등을 검사하는 기술을 저희가 주도로 하고 있지만, 저희 기술력만으로는 안 된다"며 "제작사의 도움이 상당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다음엔 다른 연구기관이나 학계에서 정보 공유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빠른 검사 기술 개발을 위해 인력 공유가 필요하다는 점을 밝힌 셈이다. 또한, 류 실장은 "정부에서 연구개발비를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며 "검사기관에서만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임종성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 '제5차 자동차검사 발전 세미나'가 열렸다.
22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임종성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 '제5차 자동차검사 발전 세미나'가 열렸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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