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동박', KCFT 정읍공장 현장 공개 자신감 "세계 1위 기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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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동박', KCFT 정읍공장 현장 공개 자신감 "세계 1위 기술력"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8.16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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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용 동박,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음극집전체'에 사용
전기차 산업 '세계적 트렌드'되면서 전지용 동박도 덩달아 '주목'
이 분야서 '세계 1위 기술력'을 가진 곳이 국내업체인 'KCFT'
14일 KCFT 정읍공장 방문해 신동환 CPO와 인터뷰 
KCFT만의 독자적 '레시피'로 기존 선두업체인 일본 기업들 제쳐
최근엔 중국업체들이 '물량 공세'... 신 CPO, "결국 기술력이 해법"

동박 가운데 전지용 동박(알루미늄 호일과 겉모습은 비슷하나 소재가 다름)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집전체에 쓰인다. 

이 음극집전체에 사용되는 전지용 동박은 얇을수록 배터리 용량을 좌우하는 활물질을 더 많이 바를 수 있어, 최근 가장 주목받는 소재 중 하나다.

그런데 세계서 가장 얇은 전지용 동박을 만드는 곳이 다름 아닌 국내업체 KCFT라는 건 많은 이들이 모른다. B2B업체의 숙명이랄까.

전지용 동박도 다른 소재 분야와 마찬가지로 일본업체들이 선점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KCFT와 캐파(생산능력)와 기술력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 평가다.

지난 14일 KCFT의 전지용 동박 생산시설이 있는 전북 정읍을 찾았다. 연신 찬물에 손이 갈 정도로 '푹푹 찌는' 날씨였지만, KCFT 관계자들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쳤다.  

[편집자주]

KCFT 정읍공장과 공장 내부에 출하를 기다리고 있는 전지용 동박들. [사진 KCFT]
KCFT 정읍공장과 공장 내부에 출하를 기다리고 있는 전지용 동박들. [사진 KCFT]

사실 반신반의했다. 다른 업종도 안 그렇겠냐마는, 소재 분야는 특히나 '보안'이 철두철미하기 때문에, 막상 가도 궁금증이 크게 해소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한 소재업계 관계자에게 "같은 회사 직원이더라도 생산현장을 보고 나오면 핸드폰에 뭘 찍었는지 일일이 확인할 정도"라고 들은 적도 있고.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말 그대로 '기우'였다. 14일 정읍공장서 만난 KCFT 관계자들은 달랐다. 3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KCFT 신동환 CPO(최고생산책임자)는 여러 질문에 막힘없이 척척 답을 해냈다. 

'예민한 소재인 전지용 동박(전지박)의 생산시설을 공개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중들에게 세계 최고의 전지박 업체가 대한민국에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고,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도 자부심을 가질 만하기 때문에 제한적이지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답했을 때는 확신과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LS엠트론의 동박·박막 사업부에서 2018년 분할 신설된 KCFT는 전지박 분야서 세계 1위 기술력을 자랑한다. 

캐파 면에선 현재 대만의 모업체에 비해 부족할지 모르지만, KCFT는 전 세계서 '가장 얇은' 4.5㎛(마이크로미터, 사람 머리카락 평균 80㎛)의 전지박을 양산할 수 있고, 4.0㎛의 전지박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경쟁업체들이 6㎛의 전지박을 만들고 범용 전지박이 8㎛인 점을 감안하면, KCFT가 다른 경쟁업체들에 비해 5년에서 7년 정도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KCFT의 신동환 CPO(최고제품책임자). [사진 KCFT]
KCFT 신동환 CPO(최고생산책임자). [사진 KCFT]

신동환 CPO는 전지박이 만들어지는 생산현장을 일부 보여준 뒤, "전지박 제조 공정 가운데 용해공정과 제박공정이 업체의 기술력을 결정짓는다"며 "우리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레시피(recipe)'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지박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KCFT는 독자 개발한 이 레시피로,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6㎛의 전지박을 경쟁업체들보다 2배가 넘는 1400㎜ 폭으로 3~4배 긴 50㎞의 점보롤을 만든다. 이에 기존 6㎞의 롤을 6~7번 갈아끼우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생산성 혁신이 가능해졌다. 

'이런 제품이 생산되는 현장을 공개해도 괜찮겠냐'는 질문에 신동환 CPO는 "만약, 다른 업체가 우리와 똑같은 설비를 설치해도 우리와 '똑같은 전지박'을 만들지 못한다"며 "그 이유가 이 '레시피'에 있다"고 답했다. 

전지박은 크게 4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원재료 구리를 황산용액에 녹이는 용해공정, ▲이렇게 만들어진 황산구리 용액에서 구리 이온을 대형 티타늄 드럼에 전착시켜 동박을 제조하는 제박공정, ▲고객사의 요청에 맞춰 다양한 폭의 동박 롤을 만드는 슬리팅공정, 마지막으로 ▲품질검사와 포장을 거쳐 출하하는 검사·출하공정.

앞서 용해공정과 제박공정의 중요성을 지적한 신동환 CPO는 "전지박 제조 기술은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다"며 "알고 나면 별 게 아닐 수 있지만, 알기까지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오픈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세계 1위 기술력'을 갖고 있는 KCFT가 경쟁업체들과 달리 해외 공장 설립에 신중한 이유기도 하다. 해외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현지 인력을 고용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서 기술 유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 

전기차 관련 산업이 현재 전 세계서 가장 성장하는 분야라는 점에서도 기술을 개발하고 지키는 것에 철두철미할 수밖에 없다.  

제박공정 모습. 제박공정은 용해공정과 함께 전지용 동박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공정이다. [사진 KCFT]
제박공정 모습. 제박공정은 용해공정과 함께 전지용 동박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공정이다. [사진 KCFT]

◆ "중국의 물량 공세가 가장 걱정스러워... 결국 해법은 '기술력'"

인터뷰 내내 불안한 모습을 내비친 적 없던 신동환 CPO에게 '가장 걱정스러운 게 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신 CPO는 주저없이 '중국'을 꼽았다. 

그는 "가장 걱정거리는 중국업체"라며 "우리 경쟁력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걱정은 없지만, 8㎛ 전지박이 많은 배터리업체가 쓰는 범용 전지박인데, 이 제품에 대해 중국업체들이 물량 고세로 들어오고 '치킨게임'식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라고 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며 "비가 엄청나게 오는데, 비를 한 방울도 안 맞을 순 없지 않나"고 반문했다.  

그럼, 방법은 뭘까. 신동환 CPO는 인터뷰에서 가장 강조한 '기술력'을 다시 언급했다. 이번에는 전보다 구체적이었다. 그만큼 고민이 많았다는 걸까.  

신 CPO는 "범용 전지박 시장에서 중국의 물량공세를 이기려면 '기술력'(을 높이는 것)밖에는 대안이 없다"며 "5㎛, 4.5㎛ 등 더 얇은 전지박을 만들고 양산을 늘리는 게 첫 번째고, 두 번째는 단일 생산라인에서 최고의 생산성을 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제박기(황산구리 용액서 동박을 뽑아내는 기기) 한 대서 뽑아내는 양이 중국업체들의 그것보다 2-3배된다면, 중국이 아무리 투자해도 이길 수 있다는 게 신 CPO와 KCFT의 전략이었다.

이어, 신 CPO는 "마지막으로 원가 경쟁력이다. 1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생산성, 원가 경쟁력 등 이 세 가지를 모두 잘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KCFT 정읍공장 전경. KCFT 정읍공장엔 총 4개 공장(동박 공장 3개·박막 공장 1개)이 있다. KCFT는 현재 정읍공장 부지에 4번째 동박 공장을 짓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 1분기에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 연내에 5번째 동박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KCFT 정읍공장 전경. KCFT 정읍공장엔 총 4개 공장(동박 공장 3개·박막 공장 1개)이 있다. KCFT는 현재 정읍공장 부지에 4번째 동박 공장을 짓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 1분기에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 연내에 5번째 동박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사진 KCFT]

한편, KCFT는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따른 영향은 없다고 완곡하게 말했다. 

정읍공장서 만난 KCFT관계자는 "티타늄 드럼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긴 하지만, 수출규제 대상인 전략물자에 포함돼 있지 않아 수급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6월 발표된 SKC로의 인수합병 절차가 어떻게 되가는지에 대해선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순 없었다. 환경심사와 재무심사가 이상 없이 마무리됐다는 정도만 확인됐을 뿐. 

다만, 재계 서열 3위 그룹에 편입되는 것에 대해 KCFT 내부적으로 크게 기대하는 눈치라는 것 정도는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세계 1위 기술력을 갖고 있음에도 그간 다소 지지부진했던 공장 증설에 대한 투자가 파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배터리 관련 업체 가운데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가장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는 곳이 SK그룹이기 때문. 

현재 KCFT 정읍공장 부지 한 켠에는 4번째 전지박 공장을 짓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전지박 4공장이 예정대로 내년 1분기에 양산을 시작하면, KCFT의 생산능력은 연간 2만톤에서 3만1000톤으로 늘어난다. 

KCFT 관계자는 "이미 전지박 5공장 착공 계획을 갖고 있고, 연내 착공해 2021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환 CPO는 "전지박 4공장은 가장 높은 생산성을 가진 공장"이라며 "저 공장을 시운전해 전지박을 안정적으로 양산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켜 2023년 매출 1조원 달성에 한 몫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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