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 '조용한' 배터리업계... "플레이어 많아 충분히 대응, 외려 일본이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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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전쟁] '조용한' 배터리업계... "플레이어 많아 충분히 대응, 외려 일본이 불안"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8.0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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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국내 배터리업계 어려울 거라는 보도 잇따라
하지만 국내 배터리업계 관계자들 "대응 가능하다" 이구동성
실제 배터리 소재 생산하는 국내(외) 기업 다양할 뿐 아니라
국내 업체에 납품하는 일본 업체들도 CP기업... 수급 문제 없어 
충남 서산에 있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 라인. [사진=연합뉴스]
충남 서산에 있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 라인.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일본 사이에 포화가 자욱한 가운데, 국내 배터리업계는 '의외로' 조용한 분위기다. 

지난달 1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對韓) 수출 규제를 시작하고, 지난 7일 한국을 백색국가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했지만, 국내 배터리업계는 차분하다.

8일 국내 배터리A사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바깥에서 시끄러운 것에 비해 안은 조용하다"며 "많은 분들이 어떠냐고 물으시지만 기본적으로 '수급처 다변화'를 해놓은 상태라 큰 문제 없다"고 말했다. 

A사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여러 업체로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듯이, 우리도 수급 안전성을 위해 2개 이상의 업체로부터 소재나 부품 등을 공급받는 체계를 만들어놨다"며 "국내 다른 업체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급처 다변화'가 가능한 건,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많은 플레이어가 뛰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B사 관계자도 이 점을 강조했다. 

B사 관계자는 "지난주에 일본이 백색국가서 한국을 제외하겠다고 발표한 뒤 좀 바빴을 뿐, 이번주는 조용하다"며 "기본적으로 이 산업은 소재·부품서부터 배터리 팩까지 많은 '플레이어'가 뛰고 있어 수급처를 다변화하기 용이하다"고 말했다. 

또, "특히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모두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고 있고, 과거와 달리 기술력도 수준급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시간이 좀만 흐르면 국내 배터리 소재업체들의 '몸값'이 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일본이 백색국가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국내 배터리업계에 대한 다양한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수급처 다변화로 대응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료=연합뉴스]
일본이 백색국가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국내 배터리업계에 대한 다양한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수급처 다변화로 대응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료=연합뉴스]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특히 주목하는 업체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포스코케미칼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최근 광양에 양극재 생산시설을 증설하면서, "고객사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 포스코케미칼의 전기차 배터리 소재 매출은 2019년보다 170%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분리막 역시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특허와 생산을 할 수 있다. 

또, 국내 배터리업계는 국내뿐 아니라 완성차 업체들의 공장이 있는 유럽과 미국·중국 등에 배터리 공장을 갖고 있어, 일본이 한국으로 수출을 규제해도 그 영향이 다른 국가의 생산시설에까지 미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배터리 C사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많은 양의 배터리를 생산하지만,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모두 해외에 생산시설을 둔 글로벌 기업"이라며 "고객사(완성차업체)의 요구로 해외서 생산하는 배터리양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일본 제재를 예의주시하고 있긴 하지만 바깥에서 말하는 것만큼  아니다"라고 말했다.

8일 일본 정부가 중국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지난달 1일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에칭가스'의 수출을 허가한 걸 감안하면, 일본 정부가 앞으로 한국 외 지역에 있는 한국 기업들의 공장에까지 수출을 막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 파우치 셀이 문제라고? "파우치 셀 공급 일본업체 'CP'기업... 수급 문제 없어"

이 같은 답변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배터리 소재 중 하나인 '파우치 셀'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의 DNP와 쇼와덴코는 파우치 셀 분야의 글로벌 선두 기업. 세계 시장 점유율이 70%다. 국내 배터리업체들도 DNP와 쇼와덴코 등으로부터 파우치 셀을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되는데, 바로 DNP와 쇼와덴코가 CP기업이기 때문. 

CP기업은 일본 정부의 내부자율준수규정을 통과(인증받은)한 업체다. 

이 업체들은 현재 한국처럼 일본 정부가 백색국가서 제외한 나라에 물품을 수출할 경우, 백색국가로 수출할 때와 마찬가지로 까다로운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 

이 기업들에게 특별일반포괄허가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 

[자료=현대차증권]
국내 업체에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공급하는 일본 업체들은 대부분 CP기업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 과정이 복잡하지 않다. 한국으로 수출하는 절차가 백색국가에 수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료=일본 경제산업성, 현대차증권]

더군다나 일본 정부가 7일 한국을 백색국가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구체적으로 '파우치 셀'을 특별일반포괄허가 제외 품목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모호한 구석이 있지만, 일단 파우치 셀은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에 포함됐다고 확정짓기도 어렵다.

현대차증권의 강동진 애널리스트는 "일본의 주요 배터리 소재업체들은 대부분 CP리스트에 들어 있어 당장 수출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며 "그간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이 안 좋아서 일본 업체들의 소재를 쓴 것도 아니라서, 바꾸는 게 좀 번거롭겠지만 대체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현재 가장 많이 이슈가 되는 게 파우치 셀이지만, 이 소재는 배터리에서 매우 중요한 품목은 아니다"라며 "그 얘기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국내 업체가 개발해 공급이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강 애널리스트는 "오히려 한국에 수출길을 막히면 일본 업체들에게 손해"라고 지적했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한·중·일 업체들이 삼분하고 있는 상황. 세 시장 가운데 한 곳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 

한편, 강동진 애널리스트는 일본 정부가 이번에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추가 규제 품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우리 정부와 기업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내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도 "어느 품목으로 추가로 규제할지 모르기 때문에, 한편으론 답답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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