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 "일본 정부, '동북아 번영 삼각형' 뒤흔들어... 가장 큰 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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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 "일본 정부, '동북아 번영 삼각형' 뒤흔들어... 가장 큰 패착"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8.26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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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인 김현철 서울대 일본연구소장, 
26일 제1회 관정일본연구학술회의서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입장 밝혀
"일본 정부, 동북아의 무역 균형 구조를 뒤흔들었다"
"신남방정책으로 한국과 아세안, 중국 분업구조로 대체해야" 
2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주최 제1회 학술회의 '한일관계, 반일과 혐한을 넘어서'에서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인 김현철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주최 제1회 학술회의 '한일관계, 반일과 혐한을 넘어서'에서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인 김현철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前 청와대 경제보좌관인 김현철 서울대 일본연구소 소장이 한일 경제전쟁 국면에서 일본 정부의 가장 큰 패착 중 하나가 '동북아 번영의 삼각형을 흔든 점'이라고 지적했다.  

26일 서울대 일본연구소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제1회 관정일본연구 학술회의에서 김현철 소장은 '한국 경제의 전화위복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며 "일본이 근본적으로 잘못한 것 중 하나가 동북아의 무역 균형 구조를 뒤흔들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작년 한·중·일 무역 구조를 보면, 일본은 한국에, 한국은 중국에, 중국은 일본에 무역 흑자를 내는 '윈-윈 구조'가 동북아 3국 사이에 그대로 구현됐다"며 "하지만 이 동북아 번영의 삼각형을 뒤흔든 게 일본의 '보복 조치'"라고 꼬집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는 일본과 교역에서 240억7516만 달러(29조2272억원) 적자를 본 반면, 중국과 교역에선 556억3646만 달러(67조5426억원) 흑자를 봤다. 

이같은 흐름은 올해에도 그대로 이어지는데, 올해 8월20일까지 우리나라는 일본과 교역에서 116억7821만 달러 적자를 봤고, 중국과 교역에선 136억3420만 달러 흑자를 봤다. 

반면, 일본은 올해 7월 기준 16개월째 중국과 교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김현철 소장의 분석대로, 동북아 3국은 자국 외 다른 2개국 중 한 국가엔 무역수지 흑자를, 다른 국가엔 무역수지 적자를 보며 균형잡힌 경제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일본이 지난달 1일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하면서 이같은 구조에 금이 간 것이다. 

김 소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한·중 분업구조와 중·일 분업구조 모두 연쇄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며 "이를 복원하기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겠지만, 일본이 동참하지 않으면 신남방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남방정책은 김 소장이 청와대 경제보좌관에 있을 때부터 우리나라의 새로운 경세 성장 동력으로 꾸준히 제시한 정책이자, 문재인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특히, 신남방정책 지역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을 포함한 아세안은 자국의 여러 산업에서 독점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일본(기업)을 견제할 국가(기업)가 전략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우리와 이해가 맞아 떨어진다. 

김현철 서울대 일본연구소 소장은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가 잘못된 이유로 '동북아의 무역 균형'을 뒤흔든 점을 꼽았다. 일본은 한국에, 한국은 중국에, 중국은 일본에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자료 관세청]
김현철 서울대 일본연구소 소장은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가 잘못된 이유로 '동북아의 무역 균형'을 뒤흔든 점을 꼽았다. 일본은 한국에, 한국은 중국에, 중국은 일본에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자료 관세청]

가령, 아세안에서 가장 강한 경제력을 보유한 인도네시아의 자동차 시장은 약 90% 이상 일본 차량이 점유하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우리 정부와 현대차를 방문해 협력과 투자를 요청한 것도 일본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를 유입시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 산업 육성에 호응해 시장 점유율 1위인 토요타는 약 20억 달러를, 현대차는 약 8억8000만 달러를 투자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현철 소장은 "아세안 국가들은 일본에 대한 과다 의존을 피하려는 자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신남방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면, 일본에 의해 붕괴된 분업구조를 한국과 아세안, 중국의 분업구조로 대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도 내달 1일부터 6일까지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 등 신남방정책의 국가들을 국빈 방문한다. 고현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태국, 미얀마, 라오스는 우리 외교와 경제 지평 확대를 위해 문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신남방정책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국가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현철 소장은 이와 함께 주요 부품·소재 국산화와 수입처 다변화를 또 다른 대응 방법으로 제안했다. 이 두 가지는 지난달 1일부터 우리 언론을 계속해서 장식하고 있는 방법들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품·소재를 국산화하는 게 과연 우리 기업들에게 이로운가'라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학술회의에 토론자로 참석한 길윤형 한겨레신문 기자 또한 이같은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후발주자로서 '효율성'을 위해 부품과 소재를 국산화해 조달하기보다는 기존 글로벌 업체들로부터 부품·소재를 공급받아 중간재나 완제품을 생산하는 게 이익이었지만,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효율성'뿐 아니라 '안정성'도 중요해졌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주요 부품·소재 국산화에도 신경을 쓸 것이라는 게 김 소장의 답변이었다. 

그는 "앞으로는 흔들리지 않는 체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우리 기업들이 '효율성'뿐 아니라 '안정성'도 중요하다는 걸 인식하게 됐다는 분석은 여러 측면에서 '압축 성장'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토론자로 참석한 예영준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단기 대책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김 소장은 "일본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3종에 대한 수출규제로) 단기간에 이 싸움이 끝날 것이라고 봤지만, 의외로 크게 확전됐다"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개혁 과제를 제시한 것"이라고 답했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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