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분석-하림①] 간판은 ‘닭고기’로 알리고 돈은 ‘해운·홈쇼핑’에서 챙기는 하림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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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분석-하림①] 간판은 ‘닭고기’로 알리고 돈은 ‘해운·홈쇼핑’에서 챙기는 하림 그룹
  • 한익재 기자
  • 승인 2019.08.19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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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하림 그룹 계열사 53곳 경영 실적 분석 조사
-하림 그룹 계열사 전체 영업이익 중 팬오션과 NS쇼핑 비중만 74%…순이익은 80% 육박
-팬오션과 NS쇼핑 빠지면 그룹 순위도 26위에서 50위 밖으로 밀려나

하림 그룹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먼저 ‘닭고기’를 떠오른다. 마치 ‘하림=닭고기’ 등식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다. 그렇다면 실제 하림 그룹은 닭고기를 팔아 많은 이익을 거두고 있을까.

녹색경제가 하림 그룹 전체 계열사 경영 실적으로 분석해보니 닭고기 등을 팔아 얻는 수익보다는 해운과 홈쇼핑을 운영해 벌어들이는 돈이 압도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의하면 하림 그룹의 지난 해 국내 계열사는 모두 53곳으로 파악됐다. 이들 53곳의 작년 한해 총 매출액은 7조 3290억 원이었다. 이들 계열사 중 매출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팬오션으로 지난 해 2조 3375억 원으로 그룹 전체 매출의 31.9%나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팜스코 9331억 원(12.7%), 하림 8280억 원(11.3%), 선진 7464억 원(10.2%), 제일사료 6029억 원(8.2%), NS쇼핑 4684억 원(6.4%) 순으로 매출이 높았다. 앞서 6개 회사에서 올린 매출액만 5조 9164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80.7%나 됐다.

 

 

영업이익 순으로 보면 계열사별 순위는 매출과 다소 달라졌다. 지난 해 하림 그룹 계열사 전체 영업이익 규모는 3804억 원이었다. 그룹 전체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5.2%였다. 이중 팬오션의 영업이익이 절반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기준 팬오션의 영업이익은 2030억 원으로 53.4%나 됐다. 다음으로 NS쇼핑이 789억 원(20.8%)으로 높았다. 팬오션과 NS쇼핑 두 회사에서 올리는 영업이익만 해도 2820억 원이었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74.1%나 되는 높은 비율이다. 팬오션과 NS쇼핑이 하림 그룹의 가장 큰 효자 기업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어 팜스코 292억 원(7.7%), 선진 233억 원(6.1%), 한국인베스트먼트 200억 원(5.3%) 순으로 나타났다. 팬오션과 NS쇼핑을 비롯해 팜스코, 선진, 한국인베스트먼트 다섯 곳의 영업이익을 합친 금액만 3547억 원으로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93.2%나 차지했다.

하림 그룹의 모태에서 출반한 닭고기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하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겨우 9억 원 수준으로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단 0.2%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초라했다. 배합사료와 돼지고기 유통 등을 주 사업으로 하는 ‘팜스코’와 ‘선진’, 동물성의약품 등을 제조하는 ‘한국인베스트먼트’ 보다도 닭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주)하림’의 이익이 더 적을 정도다. 하림이 닭고기로 성장한 그룹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당기순익으로 보면 하림 그룹에서 팬오션과 NS쇼핑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진다. 하림 그룹이 지난해 기록한 계열사 전체 당기순이익은 2391억 원이었다. 그런데 이중 60.3%에 해당하는 순이익이 팬오션 한 회사에서 기록했다. 이 회사의 작년 순이익 금액은 1442억 원이었다. NS쇼핑은 454억 원으로 19% 순이익 비중을 보였다. 팬오션과 NS쇼핑 두 회사의 순이익 비율만 해도 79.3%에 달했다. 하림 그룹 전체 순이익을 100으로 보면 80은 팬오션과 NS쇼핑에서 기록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선진 193억 원(8.1%), 한국인베스트먼트 167억 원(7%)까지 합치면 94.5%나 차지했다. 하림 그룹 53개 그룹 계열사 중 단 4곳에서 남긴 순이익 비중이 95% 정도에 달한 것이다.

이런 한 결과만 놓고 보면 하림 그룹은 모태 기업이 닭고기로 출발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졌을 뿐 실질적으로 회사에서 벌어들이는 대부분의 돈은 해운업체 팬오션과 홈쇼핑업체 NS쇼핑을 통해 그룹을 유지해나가고 있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났다. 닭고기는 그룹 이미지를 알리는 데 활용되는 얼굴 마담에 가깝고, 돈이 되는 것은 해운과 홈쇼핑을 통해 챙기고 있는 셈이다.

이제 팬오션과 NS쇼핑이 빠진 하림 그룹은 바람 빠진 풍선이나 다름없다. 두 회사가 아니면 하림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관리하는 대기업 집단 순위도 26위에서 50위 밖으로 밀려날 정도로 덩치가 작아진다. 하림 그룹의 지난 해 말 기준 자산은 11조 9345억 원 수준이었다. 이중 팬오션과 NS쇼핑 자산만 해도 그룹 전체의 40.9%인 4조 8781억 원 정도였다.

특히 팬오션에 대한 하림 그룹의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이를 뒤집어 해석하면 팬오션에 위기가 찾아오게 되면 하림 그룹 전체에도 먹구름이 낄 수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하림 그룹은 기업의 모태인 닭고기 사업을 쉽게 버릴 수는 없겠지만, 해운업을 통해 돈을 버는 맛을 들인 이상 사업포트폴리오에서 닭고기 사업 비중을 조금씩 줄어나갈 가능성은 다분하다. 김홍국 회장에 이어 장남인 김준영 씨가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에 참여할 시점이 되면 이런 현상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익재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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