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다] 신(新) 나노현미경 개발…새로운 디스플레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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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다] 신(新) 나노현미경 개발…새로운 디스플레이 나올까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07.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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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 ‘빛-물질 사이 상호작용’ 실시간으로 제어 관측
지난 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나노코리아 2019'에서 참가자들이 OLED 초고화질 TV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현대를 디스플레이 시대라고 표현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TV, 컴퓨터, 휴대폰 등 모든 것은 디스플레이가 기본이다. 다양한 디스플레이가 있는데 그 기본은 사실 빛이다. 빛이 물질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느냐에 따라 디스플레이는 달라진다. 발광다이오드(LED)나 태양전지와 같은 반도체 소자는 ‘빛과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물리적 이해를 기반으로 개발된다.

이를 위해서는 물체 표면에 머무는 빛을 활용해 파장보다 작은 세계를 관찰하는 ‘근접장 나노광학현미경’이 큰 역할을 한다. 이런 가운데 국제 연구팀이 빛과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며 관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새로운 디스플레이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제 연구팀이 ‘플렉시톤(plexciton)’을 만들고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빛과 물질 사이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며 관찰하는 신개념 나노 현미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플렉시톤은 반도체 내에서 만들어지는 준입자인 ‘엑시톤(exiton)’과 금속 내에서 진동하는 자유전자 덩어리인 ‘플라즈몬(plasmon)’이 강하게 결합한 상태를 말한다. 이번 연구에서 플렉시톤 상태에서 방출되는 다양한 빛의 파장을 상온에서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엑시톤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같은 발광소자에 쓰이는 전입자이다. 빛이 반도체 내부로 들어가면서 만들어진다. 빛이 반도체로 들어가면 광자(빛의 입자)를 만난 반도체 물질 속 전자가 움직이고 이때 전자가 빠져나온 구멍(정공)이 생긴다. 이 정공이 전자와 결합을 이루는 준입자가 엑시톤이다. 엑시톤이 방출하는 빛을 이용해 소자를 만든다.

플렉시톤이 방출하는 빛은 엑시톤과 다른 특성을 가진다. 새로운 차원의 소자를 만들 후보로 꼽히고 있다. 플렉시톤의 정확한 성질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플렉시톤의 성질을 알 수 있다면 새로운 소자를 만들 가능성이 열리는 셈이다. 연구팀은 엑시톤 준입자를 만드는 ‘단일 양자 광원’과 플라즈몬을 발생시키는 ‘금속 탐침’을 이용해 플렉시톤 상태를 만들고 정확히 분석했다. 상온에서 동적인 플렉시톤 상태를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자체 제작한 원자힘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y)를 변형한 ‘플라즈모닉 나노 광학 공진기(Plasmonic nano optical resonator)’로 플렉시톤을 생성했다. 이 장치는 기판이 금(Au)으로 이뤄져 있다. 나노 광학 안테나 역할을 하는 금(Au) 탐침이 장착돼 있다. 이 탐침은 나노미터(nm, 10억 분의 1m) 단위로 간격 제어가 가능하다.

연구팀은 플라즈모닉 나노 광학 공진기를 이용해 상온에서 엑시톤과 플라즈몬의 강한 결합을 유도했다. 그 결과 플렉시톤 상태가 나타났으며 실시간으로 발광특성을 관찰할 수 있었다. 플렉시톤 상태가 되자 단일양자점에서 나오는 빛의 파장이 서로 다른 두 에너지 상태로 갈라졌다. 이는 앞으로 새로운 광전자 소자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번 연구는 박경덕 유니스트 자연과학부 교수와 미국 콜로라도대, 메릴랜드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박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분석 장비는 빛과 물질 간 상호작용을 강한 결합 영역으로 유도하고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며 “나노 세계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관찰하는 근접장 광학현미경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플렉시톤을 생성하고 제어하는 플랫폼을 소자로 응용할 경우 양자컴퓨터와 정보 소자는 물론 초고휘도, 초소형, 초고속으로 파장 제어가 가능한 신개념 디스플레이로 폭넓게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에서 발행하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지에 7월 12일 자(논문명: Tip-enhanced strong coupling spectroscopy, imaging, and control of a single quantum emitter)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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