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규연구원, 환경영향평가 제도개선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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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규연구원, 환경영향평가 제도개선필요
  • 정우택
  • 승인 2011.05.29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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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환경영향 평가는 전략환경 영향평가 개념의 전격도입, 대상사업의 확대, 국제영향평가학회(IAIA) 유치 및 인근 개발도상국가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EIA) 제도를 교육 등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환경영향 평가서의 부실, 개발사업의 발목잡기, 면죄부의 제공이라는 비판은 제도를 도입한 이후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최준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한 세미나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환경영향 평가제도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논문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최준규 선임연구원
최 연구위원은 효율적인 환경평가를 위해 5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첫째, 개발사업자 스스로 환경문제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도록 유도하여 스스로 계획 초기단계부터 환경문제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환경부처에 집중되어 있는 환경 전문가들이 각계각층에 활약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도록 한다.

다음은 환경성만을 고려한 검토의견을 생산하던 검토기관의 역할을 사업성 및 공공 의견까지를 종합한 의견을 생산할 수 있는 기관으로 기관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셋째, 환경영향평가 단계별로 결정된 사항 또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여 환경영향평가 과정자체를 갈등관계를 해소하는 제도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넷째, 검토자 및 협의권자의 업무영역 및 역할을 정확히 숙지할 수 있도록 교육자료의 개발 및 교육이 필요하다.

본지는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최 연구원의 원고를 모두 게재한다.

I. 서론

우리나라에 환경영향평가(EIA)제도가 소개 된지도 30년이 넘었다. 미국의 국민1인당 소득이4000불을 넘었던 1969년도에 개발된 EIA제도를 우리나라에서는 약10년이 지난 후인 1977년도에 국민 1인당소득이 1000불정도 이던 시기에 도입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필자는 경제전문가가 아닌 이유로 경제지표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적어도 국가와 국민들의 경제개발에 대한 기대치, 환경보전에 대한 의식수준, 정부의 통치방식, 사회의 민주성 정도는 매우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IA제도를 논하면서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보이는 경제 및 사회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EIA제도가 이런 주변 상황에 매우 민감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다음 장에서 자세히 살펴볼 것이지만 EIA제도를 간략히 설명한다면 지속가능한개발(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 ESSD)이라는 EIA제도의 궁극적인 목표를 구현하기 위하여 “불확실한 미래상황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자할 때, 현존하는 과학적 지식을 최대한 이용하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민주적 절차를 통해 율하고, 그 시대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을 유도하는 절차법 성격의제도”라 설명할 수 있다. 이 정의에는 상당히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기술해 보면 첫째로 이 제도는 환경보전만을 위해서 설계된 제도가 아니라 경제, 사회, 환경의 조화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제로섬과 같이 어느 한 쪽에 이익이 치우치면 그만큼 다른 쪽에서 그 대가를 치른다는 점이다. 둘째 이제도는 해당 사회의 경제수준과 민주화수준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일정 수준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경권이나, 사회적 형평성에 대한 주장은 그 설득력이 낮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80년대와 같이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발전에 국가의 역량이 총동원되는 상황에서는 EIA제도의 특성이 발휘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셋째 사회의 민주성이다.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내려야하는 결정은 대부분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따라서 매우 많은 이해관계자가 존재하고 이들은 서로 이념적으로 때로는 경제적으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EIA제도는 공공참여라는 부분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어떠한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하여 이를 분석하고, 정리할 것인가?

어떤 방법으로 서로 상충되는 의견을 조정할 것인가? 어떻게 최적의 결정을 내릴 것인가? 등에 대하여 다양한 방법과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 과정 역시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참여하여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고 정해진 규칙과 절차를 존중하는 사회적 민주성이 담보되어야만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반면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현행 EIA제도의 특징을 살펴보면 환경보전정책의 집행수단으로 치우쳐 운영되는 바람에 사회. 경제 부문에 대한 고려가 없고, 국민들 즉 이해 당사자의 참여가 제한되고 있으며 행정부 및 전문가 집단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형태는 과거 엘리트관료들이 국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던 시절에 매우 효율적인 제도 운영방식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상황은 이런 제도운영방식이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를 포함하여 국가에서 시행하는 모든 검토과정을 거쳤으나 이후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장기간 사업이 중단되는 바람에 우리사회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온 사업으로 새만금간척사업,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경부고속철도 등이 있다. 특히 유념해야할 것은 현 제도에서는 앞으로도 동일한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 및 전문가의 주도로 수십 년 동안 계속적으로 유치 실패를 거듭하다 마지막에는 지역 주민들의 극한투쟁과 반목이라는 쓰라린 경험을 딛고 최근 시행되는 경주 방사능 폐기물처리장의 성공사례는 그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해 당사자의 입장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부 및 일부 전문가들에 의해 추진하는 과거의 방식에 대해 더 이상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경제 및 환경적 이해득실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공평한 규칙과 적절한 절차를 제공하면 우리사회도 얼마든지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이는 공공 참여절차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키고 정보의 공개를 통해 최선의 결정을 이끌어내는 EIA제도의 원리와 그 맥이 매우 유사하다.

Ⅱ. 환경영향평가의 원리

우선 환경영향평가의 원래 모습에 대하여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환경영향평가제도는 각종 정책, 프로그램 또는 개발사업 등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예측 분석하여 그 영향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계획기법의 일종” 또는 “사업자가 개발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일반적으로 고려하는 경제성(기술성,안전성) 등과 함께 환경성 및 사회적 형평성을 고려하도록 하여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발전(Environmentally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 ESSD)을 유도하기 위한제도” 등으로 설명되어진다.

이를 몇 가지 특징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면 첫째, 미래 상황을 현재의 가치기준에 따라 평가해야한다는 점 때문에 필연적으로 수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어 시대 상황에 따라 동일한 사안이라 할지라도 상이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실제 환경영향평가서에 기술하고 있는 대부분의 예측결과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극단적으로 모두 틀리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행정관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인.허가 형태인 건축물의 준공검사와 같이 콘크리트벽체에 몇 mm의 철근 몇 개를 넣었는가를 확인하는 것과 같이 변하지 않는 절대기준 가지고 평가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둘째, 개발과 보전에 대한 판단기준이 매우 모호하다. 아래 그림1에 나타난 바와 같이 경제성을 보다 많이 추구한다면 사회적 형평성과 환경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며, 환경보전을 강화하려면 경제성 이 낮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민주사회에서 그 수준의 결정은 특정 집단이 아닌 그 사회구성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세 번째는 복잡성이다. 국내 환경영향 평가서를 한 번이라도 본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방대함과 복잡성에 대하여 혀를 내두를 것이다. 필자도 약 20년간 환경영향평가 관련업무에 몸담고 있지만 최근 작성되는 환경영향평가서의 내용 전부를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다. 환경영향평가서 내용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평가 기준이 다른 여러 항목들이 수십 가지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어떤 항목들은 추구하는 목적이 서로 배치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도로를 새로이 개설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인간의 생활환경을 보다 쾌적하게 유지하고자 하는 항목(대기질, 수질, 소음.진동 등 등)을 전공한 전문가들은 도로의 노선을 가능하면 인간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멀리하고자 하는 취지의 의견을 피력할 것이다. 반면 동.식물, 지형.지질과 같은 자연환경을 전공한 전문가들은 도로의 노선을 자연환경이 우수한 삼림지역을 피해 도시지역과 근접한 지역으로 노선을 조정하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이 뿐만 아니라 사업의 종류, 사업이 시행되는 지역 및 시기에 따라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존재 하는 것이다. 따라서 충분한 식견을 갖추고 이를 중재 할 수 있는 환경영향평가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적인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최선의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EIA제도에서는 다양한 절차를 가지고 있다.

1. 사업자가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순간부터 사업을 시행함에 따라 야기될지도 모르는 환경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이미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결국 경제성과, 환경성 및 사회성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결정권한을 가진 당사자는 사업자뿐이기 때문이다.

2.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환경영향평가의 스크리닝(Screening)이라는 절차를 통해 환경영향평가절차를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를 판단 한다. 이 단계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사업은 FONSI(Finding of no Significant)라는 이름을 붙여 이후의 모든 환경영향평가절차를 생략한다. 이는 환경영향평가제도의 효율적 운영과 불필요하거나 유사한 환경영향평가서의 양산을 막아 평가서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능을 한다.

3.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된 사업은 스코핑(Scoping) 과정을 거친다. 이 절차는 사업계획에 따라 발생이 예상되는 환경문제 중 중요시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이를 해결하고자 하려는 노력이다. 이 또한 불필요하거나, 피해가 적은 일상적인 문제보다는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 해결에 집중하려는 노력으로 EIA제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4. 그 다음 단계는 환경영향평가전문가(EIA Expert)의 역할로 EIA전문가는 해당 사업 및 지역적 특성의 파악, 해당 사업의 시행에 따른 환경문제 예상, 이를 논의하여 해결 할 수 있는 전문가풀(Pool)의 구성, 각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및 조정, 전문가의 의견을 일반인 또는 의사결정권자가 이해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논리성과 합리성을 갖춘 검토의견서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 전문가는 이와 같이 환경영향평가의 진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감당해야하므로 종합 조정능력이 탁월해야만하고, 해당 사업에 정통할 뿐만아니라 오랜 경륜을 통해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잡힌 사고방식을 갖추어야 한다.

5. 결정문서의 기록(ROD, Record of Decision)이다. 이 과정은 그간의 수많은 절차를 거치면서 제기된 의견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조정되어 최종 결론에 이르렀는가를 기록하는 것이다. 이는 최종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합리적이었는가를 가늠하고 향후 발생되는 문제에 대한 원인 파악을 용이하게 하여 제도발전에 기여한다.

6. 마지막으로 공공의 참여(PublicParticipation)이다. 이 절차는 가능한 다양하고 많은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한다. 어떤 결정(스크리닝, 스코핑, RO D 등)이 내려지는 단계에서 결정된 사항에 대한 공개를 통해 다음 단계로의 진행에 대한 당위성을 인정받는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미처 고려하지 못한 유용한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기도하고, 다양한 정보들이 공유되어 불필요한 오해소지를 줄일 뿐만 아니라, 이해 관계자들 간의 이견들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갈등관계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이런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업을 계획하거나 승인하는 자, 또는 사업을 시행하려는 주관자가 환경재는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심각한 환경문제의 발생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무한책임을 져야한다는 인식을 가지도록 압력을 가하는 사회적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사업자의 이런 인식의 변화는 향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사업시행에 따른 환경문제의 정도와 크기를 가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보공개를 통해 불가피하게 예측하지 못한 환경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최소한 도덕적인 측면에서는 그 책임을 덜게 된다.

이는 EIA제도가 결국 사업자 자신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측면을 가진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사업자가 이런 인식을 갖도록 고차원적으로 유도하는 제도가 환경영향평가제도이며 정보의 공개와 공공의견의 수렴 그리고 환경영향평가 전문가의 육성이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다.

Ⅲ. 우리나라 환경영향 평가제도의 과거와 현재

우리나라에는 1977년도에 EIA제도가 소개되고 이어서 1980년도에 환경청이 설립됨에 따라1981년도에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등에 관 한규정을 제정.고시하여 1982년도부터 EIA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했다. 1986년 환경보전법 4차개정(민간사업이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으로 포함됨) 전까지 환경청은 정부가 시행하는 개발사업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개발 부처에서 그 의견을 참작하여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는 EIA제도의 일반적인 형태인 의사결정지원형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운영하였다.

그러나 80년대는 정부나 국민 모두 환경보전에 대한 인식보다는 국가발전을 위한 경제논리가 우세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환경청에서 개진하는 적극적인 의견은 대부분 사업계획에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이는 일정 수준의 경제력 및 국민의 환경보전 의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본래 EIA제도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구현할 수 있는 절차의 이행을 통한제도의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 한다.

-규제형 환경영향평가 제도로의 전환

의사결정형 EIA제도의 한계를 인식한 정부는 강력한 집행력을 갖는 규제형 EIA제도로의 변화를 시도한다. 마침 90년대 초 발생한 낙동강 페놀사건, 팔당호 골재 채취와 같은 대형 환경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환경의식이 급상승하고, 아울러 환경문제에 대한 NGO 들의 활동이 격렬해지면서 90년대 EIA제도는 직접 규제의 성격이 강한 제도(협의 내용의 반영요구,사후관리제도,협의기준초과부담금제도,벌칙조항 등)로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다. 이상과 같이 EIA제도를 규제적인 측면에서 발전시켜온 결과, 현재는 개발 사업이 최종 단계에서 인.허가 절차를 거쳐 사업을 시행하는 것과 같이 환경영향 평가협의를 거치지 않거나 협의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사업을 시행한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EIA제도의 효과를 인식한 정부 내 여러 부처에서 유사한제도(교통영향평가,인구영향평가,재해영향평가)를 만들어 최근까지 운영하다 정부의 규제개혁 작업에 의해 폐지된 바 있다. 2000년도에는 환경영향 평가협의 시기가 늦어 개발 사업이 지연된다는 불만을 해결한다는 사유로 사업계획의 상위 단계에서도 미리 환경성 검토를 거치게 하는 사전환경성 검토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른다.

현재는 동일한 사업에 대하여 사전 환경성 검토 및 환경영향 평가제도를 통해 적어도 5-6번 이상의 환경성 검토를 거쳐야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검토 건수도 엄청나게 증가하여 환경영향 평가서 검토전문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서 30명 내외의 박사급 연구원이 년간 검토하는 환경영향평가서 및 사전환경성검토서는1500여 건에 이르고 있고 현 추세대로 라면 계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 된다.

-현행 제도의 주요 문제점

우선 사업자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불만 사항은 환경측면으로 과도하게 치우쳐진 검토의견과 협의기간의 지연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현행제도 아래서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없다. 환경부는 환경보전을 위해 만들어진 부서이므로 환경성만을 전적으로 고려한 검토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경제성 또는 사회성을 고려할 경우 공무원이 가장 피하고 싶은 감사의 부담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반드시 거쳐야하고 긍정적인 협의의견을 받아내야 사업의 추진이 가능한 현재의 시스템은 가능한 약점을 숨기거나 합리화에 치우쳐 환경영향 평가서의 부실, 협의 기간지연, 이해 관계자들 간의 상호불신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검토자 또는 협의권자가 가지는가장 큰 불만은 과다한 업무량과 부실한 환경영향 평가서이다. 한정된 인원으로 연간 천건이넘는 환경영향 평가관련 보고서를 심도 있게 검토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게다가 노출되지 않은 환경영향 평가서의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는 검토자들은 자기 방어적인의 견을 양산하게 되어 협의기간이 길어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된다.

이 부분도 현재와 같이 사업자가 환경문제에 대한 책임감 없이 환경영향 평가협의절차를 통과 하려는 데에만 총력을 기울이는 현상황에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인력의 증원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NGO 들을 포함한 이해 관계자들은 정보의 부족을 토로한다. 사실 현재의 주민의견 수렴시스템은 매우 초보적인수준에 머물러 있어 유용한 정보의 수집 및 갈등해소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주민들에게 공개되고 있는 환경영향 평가서(초안)와 설명회 자료는 전문가도 해독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작성되어 있다. 최근 공개되고 있는 협의의견 역시 최종 협의의견만을 제공하고 있어 어떤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이 이루어졌는가를 확인 할 수 없어 그효용성이 극히 제한적이다.

Ⅳ. 미래상

인.허가 제도와 유사한 형태인 현 제도는 준공검사를 끝낸 건축물에 대해 그 안전성을 관련 정부가 보증하듯이 환경영향평가협의를 통과한 사업에 대해서 사업자는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했다는 면죄부를 정부가 발행한 것이라 생각하게 된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는 건축물의 준공검사와 다르다는 것을 앞서 환경영향평가의 원리에서 설명한 바 있다. 이런 사유로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협의를 가능한 빠르게 통과하려는 데에만 모든 역량을 동원하게 된다. 가능하면 환경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은 축소.은폐하려는 유혹을 갖게 되고 이를 환경영향평가 대행자에 강요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유들이 모여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서가 작성되는 것이다. 이런 의도를 차단하기 위해서 정부는 많은 검토인력을 투입하게되고 이중,삼중의 검증장치를 계속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환경영향평가관련업무는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관련 인력도 증가하고 있으나 검토업무의 증가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의 결과 환경영향평가점검제도의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까지 그 틀을 유지하고 있는 규제형 환경영향평가제도는 개발욕구가 팽배하던 시절에 소수의 엘리트 관료들이 한국의 환경보전을 위한 수단으로 는매우 효과가 큰 방법이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방법은 소수의 관료와 전문가들이 이끌어가는 형태로 상대방을 불신하고 강제하는 특징이 있다.학생들을 강압적으로 교실에 묶어둘 경우 어느 정도까지 학습효과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학생들의 자발적인 의사없이는 그 효과를 극대화하거나, 장기적으로 유지시키기 곤란한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제도운영시스템 역시 그 효용성이 한계에 이른 것이다.

더 이상의 땜질식 제도보완은 곤란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는 한 차원 높은 제도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현시대에 적응할 수 있고, 국익에 보탬이 되는 그리고 국민들이 신뢰하는 제도로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그동안 과거의 시대상황에 익숙하게 성장해버린 국내 EIA제도를 새로운 시대상황에 맞게 변화시켜야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그동안 우리의 EIA제도가 과거의 시대상황에 너무 익숙해져있고 비대해져버렸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시행되는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대부분의 사업은 수차례 걸쳐 환경영향평가협의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행정력과 막대한 경비가 투입되고 있다. 과연 이 과정에 투입되는 인력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또한 이 과정에 투입되는 경비가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는가? 또한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국내 EIA제도의 효용성이 정도인가를 냉철하게 판단해보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지금의 우리사회수준이라면 환경영향평가제도의 본래 모습인 의사결정 지원형을 근간으로 하는 형태로 환경영향평가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그 기본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성 등과 마찬가지로 환경문제에 대한 책임도 사업자(승인권자)가 전적으로 지도록 하여 사업자 스스로 계획 초기단계부터 환경문제를 고려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둘째, 환경관련 부서에 집중되어 있는 환경전문가들이 개발사업부서 등 각계각층에 활약 할 수 있도록하여 개발부서의 자체 환경계획 수립능력을 증가시켜야 한다. 셋째, 단순히 환경성만이 고려한 환경영향평가 검토가 아니라 경제성, 사회성 등이 어우러진 환경영향평가결과를 생산하여야 한다. 넷째, 환경영향평가 단계별로 결정된 사항 또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여 환경영향평가 과정자체를 갈등관계를 해소하는 제도로 활용 한다. 다섯째, 환경영향평가제도를 전문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여야 한다.

V. 결론

지금까지 환경영향평가라는 제도의 원리와 국내에서 시행되는 EIA제도의 현황에 대하여 고찰해 보았다. 이미 30년이라는 세월을 통해 익숙해진 제도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시대 상황에 맞도록 개혁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어느 순간 국민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쇠퇴한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이 글에서 제안하고 있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개발사업자 스스로 환경문제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도록 유도하여 스스로 계획 초기단계부터 환경문제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환경부처에 집중되어 있는 환경 전문가들이 각계각층에 활약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도록 한다. 둘째, 환경성만을 고려한 검토의견을 생산하던 검토기관의 역할을 사업성 및 공공 의견까지를 종합한 의견을 생산할 수 있는 기관으로 기관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셋째, 환경영향평가 단계별로 결정된 사항 또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여 환경영향평가 과정자체를 갈등관계를 해소하는 제도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넷째, 검토자 및 협의권자의 업무영역 및 역할을 정확히 숙지할 수 있도록 교육자료의 개발 및 교육이 필요하다.

※ (이 글은 최준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환경포럼 제12권 제1호(통권 제128호)의 내용을 발췌·수정한 것이다)

정우택 기자

정우택  cwtgre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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