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전봇대 등장 ... 사람이 받을지 차가 받을지 조마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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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전봇대 등장 ... 사람이 받을지 차가 받을지 조마조마
  • 정우택
  • 승인 2011.05.08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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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LH 등 행정편의로 일해

 

이상한 전봇대 ... 행인과 차량에게 '와서 나를 받아보라'고 버티고 서 있는 것 같다. 안전 불감증의 대명사인 네거리 횡단보도 전봇대가 보행자와 차량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사진 = 정우택cwtgreen@naver.com
이명박 대통령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아주 괴상한 전봇대가 등장했다. 경기도 부천의 범박동 현대홈타운과 범박택지지구 사이에 최근 등장한 전봇대다. 이런 위험한 전봇대가 등장하기는 처음일 것이다.

현장 제보자는  "네거리, 보도에 전봇대가 버티고 서 있어요. 마치 전봇대가 주인 같아요."라고 했다. 제보자의 말대로 보행자도 전봇대를 피해 가야하고, 자동차도 전봇대를 피해서 가야 한다. 전봇대를 사람이 받을지, 차량이 받을지 아슬아슬하다.

새로 길을 내면서 이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아스팔트 포장도 마치고, 차선도 그렸다. 전봇대를 잘라내든지 뽑아내야 하는데 그냥 두고 공사를 마무리 했다.

차량 운전자 최 모씨 (35)는 갑자기 횡당보도에 전봇대가 나타나 당황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다 다녀도 이런 괴상한 전봇대는 처음 본다."며 공사를 한 LH와 전봇대를 방치한 한국전력이 뭐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민 박모씨 (50)는 고개를 숙이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어깨로 전봇대를 받아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얼굴로 받지 않은 게 다행이다. 또 다른 주민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데 차량이 갑자기 차선을 넘어와 깜짝 놀랐다며 어떻게 횡단보도 한 가운데 전봇대가 서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천시 도시기반시설과의 한 관계자는 "이유가 뭐든, 누가 공사를 했든, 횡당보도에 전봇대가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럴리가 없다. "며 "공사를 한 LH가 마땅히 조치를 취해야 했다."고 말했다.

길거리 전봇대 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인수위원회에서 대불산업단지의 전봇대 얘기를 꺼내자 중앙부처의 관리가 뛰어 내려온 가운데 한국전력이 비를 맞아가며 부랴부랴 전봇대를 뽑은 일이 있다.

이게 횡단보도 인가? 보행자보고 전봇대를 피해서 가라는 말인가? 자동차보고 피해 가란 말인가? 아니면 들이 받으란  것인가? 전봇대는 그대로 두고 도로 포장하고, 차선을 그린 게 참으로 어이없다.
전봇대가 산업단지 진출입로를 방해해 5년 동안이나 정부와 지자체, 한전 등에 건의했지만 전봇대를 뽑지 못하다 이 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말 한 마디에 전봇대가 뽑혔다. 탁상행정으로 서로 책임을 미루다 서슬이 시퍼런 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든 것이다.

이번에 등장한 부천의 전봇대는 대불공단의 전봇대보다 더 위험하다. 대불공단은 큰 차량이 짐을 싣고 우회전 하는 데만 짐이 걸려 어움이 있었으나 부천은 아예 횡단보도 가운데에 전봇대가 버티고 있다. 차량이 중앙선을 넘지 않고는 우회전을 할 수 없다.

특히 트럭 등 폭이 넓은 차량은 이 횡당보도를 통과하려면 반드시 중앙선을 넘어야 한다. 그것도 횡단보도의 반대편까지 침범해야 한다. 만일 이곳에서 교통법규를 단속하면 모두 걸리게 되어 있다. 이런 위험을 알고도 공사를 강행한 사람들의 배짱이 보통이 아니다.

이 전봇대는 밤에 특히 위험하다. 아직 가로등도 어두운 데다 전봇대의 색과 도로의 색이 비슷해 특히 위험하다. 구름이 잔뜩 낀 어두운 날에는 더 위험하다. 밤에 갑자기 전봇대가 나타나 놀란 운전자가 아주 많다.

만에 하나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람이 전봇대를 받든지, 차가 전봇대를 받아 큰 사고가 생기면 누가 책임진다는 말인가? 이곳을 지나는 주민들과 차량 운전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언제 인사사고가 날지, 차량 사고가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차량 한 대가 좌회전 하고 있다. 차량이 만나면 사고 나기 딱 알맞다. 폭이 넓은 차량은 반드시 횡단보도에서 중앙선을 침범해야 한다.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을 수 없다. 운전자도 놀라고 보행자도 놀란다. 밤에는 더 위험하다.

전봇대를 뽑지 않은 한국전력, 전봇대를 그냥 두고 도로를 개설한 LH, 이런 걸 보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행정당국,  날마다 이곳을 오고가는 경찰 순찰차도 무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모두가 안전 불감증에 걸린 것 같다. 이 대통령이 또 한 마디 해야 순식간에 뽑힐까?

사람이 다치고, 자동차 사고가 날 것을 뻔히 알면서 그냥 있으니 벌써 정권 후반기의 징조가 나타나는 것인가? 아니면  안전 불감증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인가? 우리는 꼭 사고가 난 후에 책임 소재를 따지고, 인재 운운하는 데 이제 이런 구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관계당국은 물론 공사기관은 하루라도 빨리 괴상한 전봇대를 뽑아내 주민들이 안전하고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차량도 물론 안전하게 다닐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데 방치해서 큰 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 전봇대를 빨리 뽑아 주민과 차량이 불편 없이, 걱정 없이, 안전하게 다니면 정말 좋겠다.

<정우택 기자>
 

정우택  cwtgre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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