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한글본 오류는 '외교부의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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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한글본 오류는 '외교부의 코미디'다
  • 정우택
  • 승인 2011.04.0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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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같은 일이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에서 일어났다. 영어로 된 한-EU 자유무역협정 (FTA)을 한글로 옮기는 데 무려 207 군데나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영어를 가장 잘 안다는, 실제로 그렇게 행세하는 통상교섭본부에서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을 내고 말았다.

솔직히 영어로 된 FTA 협정문을 영어를 덜 써도 되는 다른 부처에서 번역을 했다든지, 입사 준비를 하는 대학 졸업생들이 번역을 했다면 몰라도 외교부에서 외교 문서를 이렇게 엉터리로 번역하고, 이를 국회에 떡하니 냈다는 것은 코미디 중의 상 코미디다.

 
FTA 협정문 내용을 몰라서 엉터리로 번역을 했는지, 너무 쉬워서 대충 번역을 했는지 외교부 장관과 당사자인 통상교섭본부장에게 물어보고 싶다. 이는 국내에서 보면 실수로 볼 수도 있지만 국제적인 시각으로 보면 한국의 얼굴에 똥칠을 한 것과 다름없다.

똥칠이라고 해서 꼭 똥을 나무에 찍어 얼굴에 발라야 똥칠이 아니다. 외교부에서 외교 문서를 엉터리로 번역해 국회에 내고, 국민들에게 알린 게 바로 똥칠 한 것이다.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마치 운전자가 가속페달 대신 부레이크를 밟고, 차가 안 나간다고 자동차 회사에 전화 걸어 소란을 떠는 것과 뭐가 다른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 따르면 FTA 한글본의 오류도 참 다양하다. 서비스 양허표에서 111건, 품목별 원산지 규정에서 64건, 협정문 본문에서 32건이 엉터리 였다. 유형별로는 번역 오류가 128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번역누락 27건, 맞춤법 오류 16건, 번역첨가 12건, 표기 오류 4건 등이었다.

어떤 사람은 이 기사를 읽고 “더 많이 틀리지 않은 게 다행이야. 만일 207 곳이 아니라 300곳, 500곳에 이런 실수가 있다면 어떻게 할 거야?” 하며 위안을 삼으려고 했다. 외교부 출신인지, 외교부에 가족이 있는지 몰라도 마음이 꽤나 넓은 아저씨였다. 틀린 사람이나 감싸고도는 사람이나 그 인간이 그 인간이다.

신문을 자세히 보면 한글 번역본에 오류가 있는데 몇 가지 문제가 있기는 하다. 첫째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고 한다. 불과 몇 달 사이에 1500여쪽 이상을 한글로 옮기는 게 무리였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외부 전문가의 손을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부터 전문가에게 맡기든지, 외교부에서 번역한 것을 전문가에게 보라고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질 않았다고 한다.

결국 시간에 쫒기고, 외부 인력을 쓸 돈이 없었다고 하는 데 이건 순전히 핑계에 불과할 뿐이다. 시간에 쪼들리면 많은 사람을 쓰면 되고, 돈이 없으면 타내서 쓰면 된다. FTA 문서를 엉터리로 번역하고, 수정 된 내용을 국회에 다시 제출한 일은 우리 헌정사에 없을 것이다. 구한말 영어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모르겠다.

코미디는 여러 사람을 즐겁게 하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외교부의 FTA 코미디는 입맛을 씁쓸하게 한다. 우리 외교를 걱정스럽게 한다. 한글본을 엉터리로 만든 것 같은 태도로 FTA 협상에 임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FTA 협정이 잘 된 것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자녀 특채로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또 얼마 전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미모의 여자를 사이에 두고 여러 외교관들이 애정행각을 벌이는 꼴 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그렇더니 불과 몇 달도 못가 이번에는 FTA 협정문 한글본에 207건의 오류를 만들어 냈다. 굵직한 일을 연달아 3건이나 만들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외교부는 이제 거듭나야 한다. 국내외 관심을 끌 만한, 창피한 일이 연거푸 터지는 것은 혹시 마개가 빠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마개가 빠지면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은 정말 맛이 없어진다. 보기만 해도 싫어진다. 외교부는 이번 기회에 우선 마개를 꼭 막고, 영문 번역도 제대로 못한다는 소리는 듣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우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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