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시대 소프트웨어 기술과 산업
상태바
융합시대 소프트웨어 기술과 산업
  • 편집부
  • 승인 2014.04.01 15: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교수

21세기 경영인클럽(회장 김동욱 전 국회 재경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서울 시청앞 플라자 호텔에서 「융합시대 소프트웨어 기술과 산업」을 주제로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교수 초청 조찬회를 개최했다. 강연 내용을 요약한다.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를 관리하고 제어한다」고 생각하시면 쉬울 것 같다. 그런데 소프트웨어가 점점 똑똑해지면서 두뇌 형식의 일을 많이 하게 되었다. 전화기 예를 들면, 예전에는 단순히 음성 통화만 하다가 이제는 게임도 할 수 있고, 심지어 지금 연구되는 것 중에는 블랙 박스를 다 없애고 스마트폰으로 이동식 블랙 박스를 만들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다양한 소프트웨어로 바뀌고 있다.

요즘 해킹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해킹 사고는 똑똑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여러 가지 정보를 갖고 있고 똑똑하니까 그것들이 자꾸 돈이 된다. 소프트웨어가 발전할 수록, IT가 발전하면 할 수록 해킹은 더 많아질 것이다.

사람들의 생활 주변 곳곳에 소프트웨어가 있다. 지금 조그마한 마트들도 뭘 사게 되면 바로 찍어 줄 수 있게돼 있다. 그리고 학습기나 mp3, 내비게이션 등 모두 소프트웨어로 이루어지는 것들인데, 소프트웨어 단독으로 있는 것보다 하드웨어로 엮어져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 그만큼 이런 하드웨어나 또 다른 것들과 엮어서 소프트웨어를 이야기해야 한다. 그것을 우리는 「융합시대」라고 이야기한다.

전통 개념의 소프트웨어로 「애니팡」이라는 게임이 있다. 하루에 3억씩 거둬 들이던 소프트웨어다. 1년이면 천억 원이다. 6명이 개발한 열몇 평짜리 회사가 천억 정도의 돈을 벌었는데, 이젠 또 다른 놈이 치고 들어 와 현재 「캔디 크러시」 같은 것은 그 이상의 돈을 벌어 들이고 있다.

그 외에 비즈니스를 하는 ERP, 운용체제 안드로이드,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기계들, 아래아 한글, 정보 보호를 위한 소프트웨어들, 그리고 카카오톡과 같은 SNS 등이 우리가 전통적으로 말하는 소프트웨어다.

융합 쪽으로 가면 앞서 말씀드린 바처럼 하드웨어와 연결되어 현재 각광받고 있고 앞으로 전망이 좋은 것이 스마트 헬스 케어다. 스마트 헬스 케어는 지금 의료정보법 때문에 의료계가 난리를 피우고, 원격진료를 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대세는 어쩔 수 없다. 원격진료나 자동으로 맥박, 심장을 체크해 주는 기기들, 이런 것들이 통신과 연결되어 이미 선진국에선 많이 사용되고 있다.

                                                           무인 자동차까지 등장

또한 스마트 카가 의료와 함께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 와 있다. 남양에 있는 현대자동차 연구소장 얘기에 의하면, 앞으로 수년 안에 전장 제품이 전체 자동차 가격의 60%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는 42% 정도다. 「프리우스」자동차는 48% 정도의 가격을 전장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자동차 IT 서비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특히 프랑스 등 유럽 나라들을 중심으로 자동차끼리 달리면서 서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구글의 무인 자동차가 있다. 텍서스에서 무인 자동차가 실제로 쓰이고 있는데 사고율이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낮다고 한다. 그만큼 안전하다. 재미 있는 것은 구글 자동차는 스탠포드 교수가 학교를 그만두고 구글에 가서 만든 것이다. 학교와 기업이 잘 연계되어 상당히 우수한 제품들을 현재 만들어 내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와 의료 쪽, 홈 쪽으로, 그리고 개인이 갖고 있는 소장품 쪽으로 융합이 빨리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 보면, 예전 하드웨어 중심 산업에서 서비스 중심 산업으로 바뀌다가 그게 다시 융합시대로 오게 되었다. 이전엔 냉장고, 전화기, 이렇게 기기별로 경쟁이 됐다. 메이커는 하나를 잘 만들어 세계적으로 뿌리면 된다. 그런데 이제 서비스 중심으로 가면 소프트웨어를 통해 하드웨어가 움직이는 생태계 경쟁이 일어난다.

이런 때는 정부 조직이 유연해져야 하고, 기업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민간이 모여 규제 혁신 얘기들을 했는데, 정부에서 자기들이 고치면 될 것이지, 그걸 못 고치고 국민들과 앉아 TV를 켜 놓고 하루 종일 입씨름한다는 것은 좀 우스운 일이다.

규제위원회가 우리나라에 있기 시작한 지가 벌써 몇10년 되지 않았나? 이제 융합산업으로 가면 아이디어 경쟁이 된다. 이 때 제일 필요한 것이 협력이다. 그런데 부처 간에 칸막이는 다 만들어 놓고, 기업들도 부서끼리 서로 안 도와 주는 환경에선 융합 산업이 힘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람 융합이 먼저 되어야 한다.

                                                                융합산업의 열쇠

2년 전 조선일보 헤들라인에 「삼성전자 3년 안에 결판 난다」라고 크게 보도된 일이 있다. 기자와 얘기하는 자리에서 『삼성전자가 변하지 않으면 3년 안에 망한다』고 했더니 그렇게 썼다.

그 당시 모토롤러를 구글이 인수했다. 모토롤러는 거대한 80년 된 기업이고 구글은 20년밖에 안 된 기업인데 인수를 했다. 기자가 2만5천 건의 특허 때문에 모토롤러를 샀다고 해서 본인은 『그건 아닌 것같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여 구글이 소프트웨어만 하다가 하드웨어 하는 곳을 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IMF 사태를 맞는 순간 반도체가 10달러에서 1달러로 떨어져 한 해 230억 달러 적자를 냈다. 반도체는 널뛰기 가격이라서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품목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더욱 그렇다. 논 메모리 반도체인 CPU 같은 것들은 거의 떨어지지 않는데 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80%이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20%다.

그 20% 시장에서 절반을 삼성이 차지하고 있다. 메모리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하면 큰 타격이다.
이런 것들을 소프트웨어로 해결해야 한다. 하드웨어 중심 산업이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갈 때 전통 제조 업체 사람들이 따라가지 못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쪽으로 생각을 못 바꾸면 사람을 바꿔야 한다.

IBM은 1980년대 전체 컴퓨터 시장의 80%를 차지했다. 이같은 회사가 90년대 말에 들어 오면서 거꾸러지기 시작했다. 하드웨어 의존도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이 때 루 거스너가 새 CEO로 취임해서 『서비스로 전환하자』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됐다. IBM은 머릿속에 IBM 370, 431 같은 메인 프레임이 굳어져 있었다. 그걸 약 10년에 걸쳐 소프트웨어 회사로 전환하여 지금의 IBM은 서비스 매출이 훨씬 많다. 결국 IBM은 살아났다.

                                                                   변신에 성공한 IBM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 정부가 소프트웨어 중요성을 2~3년 전부터 인식하고 있다. 나름대로 집중 투자도 하고 있는데 아직 멀었다고 본다. 조선소나 자동차 공장을 하나 짓는 데 5조 원 정도 투자해서 몇 년씩 걸렸다. 2,000억 정도 투자하고 많이 했다고 홍보를 한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산업도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 전문기업 중심으로 재편하고 5조 원 정도를 컨텐트에 풀어 3,000~4,000개 회사들에게 나눠 주면 곳곳에서 개발 성과가 나올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육성하려면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는 기술력이다. 크리스 앤더슨이라고 하는 「롱테일 법칙」을 이야기 한 사람이 이번에 한국에 와서 『한국 스마트 폰에 한국 소프트웨어가 없다』고 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하루 아침에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교육을 거쳐 나오는 것이 엔지니어고, 그 기술 속에서 태어난 것이 기업인데 우리에겐 그런 것이 매우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가 「소프트웨어 강국」이 된다고 막 떠들어 대는 게 잘못하면 사상누각처럼 될 수도 있다.

우리에겐 오라클의 데이터 베이스 관리체제, SAP의 ERP같은 핵심 소프트웨어가 없다. 그 이유는 70․80년대에 소프트웨어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운용체제를 만들었었다. 그러나 장사가 안 되니까 버렸다. 데이터 베이스도 만들었다. 「바다」라고 ETRI에서 만들었는데 역시 사업이 잘 안 된다고 포기했다. 다 버리니까 현재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런 원천 기술의 소프트웨어를 따라가야 한다.

1년 안으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세계 시장 점유율이 현재의 2%에서 10% 로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10%가 되려면 5년 후로 생각하고, 또 10년 후 15%를 생각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소프트웨어의 기초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에서 나오는 정책은 모두 6개월에서 1년 후 뭔가 결과물을 가지고 오라는 것이다. 그러니 될 가능성이 없다. 약 5년 후 우리가 2%에서 10%로 점프해서 3개 정도 소프트웨어로 대박을 쳐야 하는데 아쉽다.

두 번째가 시장이다. 시장에서 보면 컨설팅이나 소프트웨어 같은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짙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고 컨텐트도 우리나라는 불법 복제 피해액이 제일 많다. 그걸 정부가 단속한다고 해도 소용 없는 일이다. 문화적 소프트웨어와 함께 성장하자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굉장히 중요하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이런 일을 해 주어야 한다.

세 번째가 사람이다.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나 컨텐트는 사람이 중심이다. 사람이 없으면 못 한다. 그런데 산업이 요구하는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못 키우고 있다. 그래서 본인이 고민 끝에 4년 전 안식년 휴가를 학교에 반납하고 소프트웨어 학과를 만들었다.

                                                                사이버 ROTC 제도 필요

국내 대학에서 소프트웨어 관련 분야 졸업생 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2010년 당시 지식경제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주요 4개 대학의 관련 졸업생 수가 2007년 297명에서 2010년 159명으로 줄었다. 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 학과는 50명 전원을 장학생으로 뽑는다.

그리고 한 달에 30만 원씩 용돈을 준다. 입학하기 전 삼성에서 데려다 교육을 시키고 또 중국에도 데리고 가서 「중국을 먹자」는 결의 대회를 하며 상해 교통대학과 함께 하루 세미나를 진행한다.

여름에는 1학년생들을 모두 데리고 유럽으로 나간다. 이들 경비는 전부 학교에서 지원하고 있다. 유럽에 가서 현지 학생들을 직접 만나 미션을 수행한다.

그리고 2학년이 되면 미국으로 가서 미국 학교와 함께 행사도 하고 또 현지 기업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시만텍 등 회사들을 방문해서 그들이 하는 것을 배우는 등 「현장에서 배우자」를 슬로건으로 소프트웨어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본인은 정보보호를 위해 추진하는 게 하나 있다. 사이버 ROTC를 만드는 일이다. 학생들을 키우다 보니 제일 고민이 군대다. 딱 중간에 2년 동안 군대를 다녀 오는 건 좋다. 그런데 컴퓨터 하는 사람들은 군대 가서도 컴퓨터를 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 취지에서 대학교에 들어 오면 1학년이나 2학년 때부터 사이버 ROTC 훈련을 받게 하는 것이다. 돈 안 줘도 되고 장교로 안 뽑아도 된다. 학생들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군대 가서 컴퓨터로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관제도 하고 이런 쪽 일들을 하고 돌아 왔으면 좋겠다.

사이버 ROTC를 하게 되면 젊은이들만 득을 보는 게 아니라 군대도 득을 본다. 컴퓨터 하는 전문가들이 가서 전산 부대 일을 할 수 있다. 앞으로 전쟁은 사이버 전쟁이다. 100% 사이버전이 될 것이다.

다음은 글로벌화다. 한국은 너무 좁다. 본인은 7년 동안 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인터넷의 모체가 된 ARPANET을 만드는 회사 연구소에 다니다 귀국했는데, 생각 자체를 글로벌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 학생들을 데리고 해외 대학들과 교류에 힘쓰고 있다.

편집부  jwycp@hanmail.net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