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좌담회] 기업의 '사회적 가치'는 선택 아닌 '생존'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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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좌담회] 기업의 '사회적 가치'는 선택 아닌 '생존'의 문제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9.06.0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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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이 제시한 사회적 가치 경영, 향후 경영계에서 중대한 마일스톤 될 것

녹색경제신문은 지난 5월 창간 9주년을 맞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주제로 한 달 동안 창간기획 시리즈를 게재했다. 본지는 단 하나의 주제로 총 42편의 기사 및 기고를 게재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보여주기식의 일회성 이벤트나 단편적인 캠페인에 치우쳐온 보도를 지양하고, '사회적 가치'라는 큰 틀에서 다양한 시각에서 각 기업 주체들의 활동을 담았다는 점에서 CSR 관련 업계로부터 호평을 이끌어 냈다. 

이번 창간기획 시리즈는 지난 31일 녹색경제신문 본사에서 편집국 데스크들의 좌담회를 마지막으로 진행하며 마무리됐다. 이날 좌담회에는 박근우 산업부장, 황동현 금융부장, 양현석 유통부장이 참석했다. <편집자 주>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황동현 금융부장, 박근우 산업부장, 양현석 유통부장, 이석호 기자

◇ 이번 창간기획은 단순히 기업이나 단체들의 선행을 단순히 뭉뚱그려 다루는 식으로만 접근하다 보면 형식적으로 흐를 수 있는 주제다. 실제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화두가 실질적인 기업 활동에 잘 스며들어 있었나?

▲산업부장=우리나라 대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본다. 강원도 산불 재난 때에도 가장 먼저 현장을 찾은 것은 국내 대기업들이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국내외에서 큰 재난이 발생할 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성금을 쾌척하고, 봉사단이나 의료진을 재빨리 현장에 파견하는 등 과거보다 더 기민해졌고, 조직화됐다.

▲유통부장=산업별 분야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크고 작은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기업이라면 윤리경영, 사회환원 등을 필수적으로 해야한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자리 잡힌 것 같다.

▲금융부장=사회공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진 것도 맞지만, 막상 취재를 진행하다 보니 아직도 기업별 혹은 업종별로 편차가 심했던 것 같다. 금융업에서는 정식으로 제도화해 이사회기구를 설치하면서 잘 챙기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아예 담당 부서나 실무담당자, 집행예산이 없는 기업도 많았다. 그런 면에서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이 과거보다 진일보한 건 사실이나 아직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못 미친다고 본다.

▲산업부장=산업부에서 취재한 결과로는 오히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대기업들은 대개 본사의 눈치를 보느라 사회공헌활동 참여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점에서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사회공헌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한다.

▲금융부장=국내에 진출한 대부분의 외국계 기업들은 기부에 인색하다. 왜 기부를 해야 하는지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 같다. 금융권의 역할 가운데 우리 사회로부터 짊어진 공공성의 가치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대 수준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유통부장=유통업계에서는 특히 소비자 인식에 민감하다. 과거와 달리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기업의 행보가 SNS 등 사회관계망을 통해 순식간에 적나라하게 노출된다. 이러한 환경 변화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더욱 촉진시키는 요소가 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본다. 또 고객과 기업 임직원이 함께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 과거에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오너가의 비행 또는 기업 비리에 대한 면죄부로 활용되기도 했다. 지금은 어떤가?

▲금융부장=금융권에도 여전히 순수성에 의심이 가는 사회공헌활동이 있다고 본다. 당연히 사회공헌활동이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소비자들이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에 진정성을 느끼려면 단순히 성금 전달식이나 연탄 배달 등에 참여해 사진 한 장 남기는 모습보다는 꾸준하고 체계화된 활동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산업부장=사회공헌의 순수성을 의심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예전부터 우리나라 대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과거 비리나 부조리와 엮어 평가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사회공헌활동은 있는 그대로 봐주면서 칭찬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대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그 자체로 바라보되 오너가의 비행이나 기업 비리 등에 면죄부로 활용된다면 그 자체를 별도로 분리해서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공헌활동의 존재 가치가 생긴다.

▲유통부장=최근에 기업들이 실시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보면 순수성을 의심할만한 요소가 과거보다 훨씬 적다. 이번 취재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을 마땅히 해야 하는 기업 활동 중 하나로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문제를 일으킨 일부 기업들은 그 문제를 희석하기 위한 전략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일종의 반성과 보상 차원에서 더 독려해야 한다고 본다.

◇ 최근 사회공헌활동의 트렌드라면?

▲산업부장=최근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넘어 '공유가치 창출(CSV)'로 진화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단순한 기부나 단발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이고 창의적인 시스템을 통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기업이 속한 산업에서의 전문성을 강화해 사회와 연결한다거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하는 형식이다. 그 영역도 환경, 교육, 정보격차 등 다양한 분야로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금융부장=금융권은 친환경 녹색금융, 사회책임투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형태로 글로벌 트렌드와 선진 제도 등과 궤를 같이하며 진행되고 있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약 2년전부터 녹색채권발행 등 ESG 투자가 급증하면서 최근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유통부장='다양성'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나타난다. 전통적 의미의 기부, 임직원 봉사활동뿐 아니라 이색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강물의 수질 개선을 위해 흙공을 만들어 한강에 던진다거나, 소비자 참여형 봉사캠페인을 추진하는 식이다. 또 기업 단독이 아니라 관련 단체 등과 함께 하는 협업 트렌드가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이랜드는 기아대책(NGO), 대한사회복지회, 인제재활병원 등과 협업을 통해 지역 사회공헌활동을 하며, LG생활건강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어린이공연문화재단 ‘행복한 아이’ 등과 협업을 해서 '반짝반짝 페리오' 공연을 해마다 진행하고 있다.

◇ 앞으로 사회공헌활동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과 가치는?

▲산업부장=사회공헌활동이 과거처럼 단순한 일회성 시혜가 아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교육에 집중하는 것도 아버지로서 아이를 생각하면서 미래를 본 것이다. LG그룹 의인상이 사회적 인물로 확대된 것도 같은 개념이다. 현대차가 자동차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잘 펼치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로 갈수록 AI(인공지능) 기술과 접목한 더 다채로운 사회공헌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다.

▲유통부장=어느 이유로든 사회공헌활동 빈도와 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설령 그것이 기업 이미지를 위한 '보여주기식' 활동일지언정 사회 어딘가에 숨은 약자에겐 보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한 구호물품 지원 등도 좋지만, 사회 내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파악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이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금융부장=사회공헌활동은 장기적으로 기업에 득이 되는 사업이다. 지배구조가 좋고, 소비자 반응도 좋고, 환경친화적이면서 노사관계가 원만한 회사들은 기업가치가 몇 단계씩 올라갈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이 분야를 게을리하면 해외투자자 유치도 어려울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비윤리적인 회사는 투자에서 배재하기 때문이다. 재무제표뿐만 아니라 비재무 항목도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판단요소가 될 것이다.

▲산업부장=최근에 최태원 SK 회장이 제시한 사회적 가치 경영은 향후 경영계에서 중대한 마일스톤이 될 정도로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룹 총수가 진두에 서서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기업의 사회적 가치 평가를 재무적 성과 평가와 같은 반열에, 아니 더 높은 반열에 두고 임직원들에게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다른 대기업도 사회적 가치를 기업 경영에서의 중요한 화두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사회공헌활동도 잘 브랜딩하고, 마케팅 차원에서 접근하면 사회와 기업, 소비자가 상생하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

▲금융부장=지속가능경영에 있어 사회공헌활동이 반드시 필요하고, 참여하는 회사들이 많아지도록 제도적인 혜택이나 유인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형식적으로 이행하거나 착한기업으로 포장하기 위한 일시적인 활동이 아니라 제도권 내로 끌어와 공시제도를 통해 사회공헌활동이 투명하게 알려지게 된다면 좀 더 발전적인 형태로 나아갈 것 같다.

◇마지막으로 소감 한 마디?

▲산업부장=이번 창간기획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처음 시작했을 때 예상보다 실제 반응이 더 뜨거워서 놀랐다. 특히, CSR 관련 단체로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는 부탁을 많이 들었다. 그간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이 그저 CSR 부서 주도로 예산을 집행하고 선행을 포장하는 행위로만 이목을 끌어 대중들이 칭찬에 인색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CSR 관련 기업 부서나 사회 단체들은 상당한 자부심과 보람을 갖고 일한다. 이를 기업 활동의 하나로 당연시하거나 불순한 의도가 담긴 듯 색안경을 끼고 보면서 평가절하해선 안 된다.

▲유통부장=주말에 올라간 기사를 보고 모 회사 홍보 책임자는 "주말에 뜻밖에 낭보가 날아왔다"며 "CSR 담당 부서에서 많이 고마워한다"고 전해왔다. 회사 내에서는 이익을 내는 부서가 아니고 오히려 비용을 쓰는 부서이다 보니 다소 인색한 평가로 서운한 점이 많았다고 했다. 풀무원이나 오뚜기를 취재하면서 품이 많이 들었지만 보람도 컸다. 창업주의 기업철학이나 사회사상이 마치 'DNA'처럼 2세, 3세에게 이어지는 유산이 되는 것을 보고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금융부장=이미 세계 시장에서는 CSR이 기업 가치를 올리고 있다. '착한 기업'이 돈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기업 가치의 평가 기준이 바뀐 것이다. 급속한 변화에 도태되지 않으려면 오너나 재무책임자는 이처럼 바뀌는 환경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다.

 

정리=이석호 기자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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