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선택, 평택공장 ‘영광의 시대’ 마감...국내 창원ㆍ해외 하이퐁 주력 생산기지로 '우뚝'
상태바
LG전자의 선택, 평택공장 ‘영광의 시대’ 마감...국내 창원ㆍ해외 하이퐁 주력 생산기지로 '우뚝'
  • 정두용 기자
  • 승인 2019.04.26 07: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택 생산 인력 750여명 창원 사업장으로 자리 옮겨...창원 공장 '신가전 수요 대응', 하이퐁 공장 '글로벌 생산거점'

LG전자가 평택의 스마트폰 생산 라인을 베트남의 하이퐁으로 전격 이전을 결정하면서, 향후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5일 LG전자는 참고자료를 통해 경기도 평택의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LG 하이퐁 캠퍼스’로 통합 이전하고, 평택 스마트폰 생산인력은 창원 생활가전 생산 공장으로 재배치한다고 공식화했다.

LG전자 평택공장 전경. <LG전자 제공>

LG전자 평택 공장은 한때 LG의 심장처럼 여겨지던 곳이다. 1984년, 금성사 시절 문을 열고 핵심 전자제품 생산기지의 역할을 도맡아왔다. 

국내 최초의 음성다중 TV도 여기서 나왔다. 1994년 김영삼 대통령이 금성사를 노사화합 모범업체로 꼽을 때도 평택 공장을 방문했다.

LG전자 디지털파크. 현재 하이퐁으로 통합이 결정된 스마트폰 생산 라인이 위치한 곳이다. 이곳의 도로명 주소는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엘지로’. 대내외로 평택 공장은 LG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인정받고 있던 셈이다.

과거의 평택 공장은 LG의 호황을 책임졌다. TV, 오디오, VTR(녹화장치)를 생산하며 당시의 첨단 전자 장비를 생산해 냈다. 콤팩트 디스크(CD) 룸과 DVD(디지털화 영상 저장매체)도 만들며 시대의 변화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엘지전자의 모든 생산라인 셋업을 담당하는 ‘생산기술원’도 평택에 있다.

2000년대 LG전자의 휴대폰도 당연히 평택 공장에서 만들어졌다. LG의 휴대폰은 삼성전자·노키아와 함께 '글로벌 빅3'를 이룰 정도로 호시절을 구가했다.

평택 공장은 최근까지도 한국, 중국, 브라질,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LG 스마트폰 중 주로 프리미엄 라인을 주로 생산해왔다. 연간 50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LG전자 스마트폰 생산량의 약 15% 수준을 담당했다.

그러나 LG 스마트폰이 시장에서 외면 받으며 평택의 ‘좋은 시절’은 이제 막을 내렸다. 평택 라인을 철수하며 '메이드 인 코리아' 스마트폰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다만 평택 사업장에 일부 인원은 스마트폰 생산 전 양산성 검증 등 테스트에 집중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이번 통합 이전이 스마트폰 사업의 비용 절감을 위해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반응이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까지 1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누적 적자만 3조원을 넘겼다. 올해 1분기에도 2000억원 적자를 봤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력도 꾸준히 감축해왔다. 8000여명에서 4000여명으로 줄었다. 이번 작업이 끝나면 3000여명만 남는다. 올해 상반기 신입 공채에서도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 채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

국내 시장에서조차 애플에 2위 자리를 내줬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프리미엄폰은 삼성전자·애플에, 중저가 폰은 화웨이·샤오미 등에 밀려났다. 2009년까지만 해도 10%가 넘었던 LG전자 휴대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9%로 급감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스마트폰 포기...가전 사업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LG전자는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철수하는 대신 창원과 베트남의 하이퐁 공장에 역량을 집중하는 선택을 내렸다. 

국내 창원공장과 해외 하이퐁공장이 LG전자의 주력 생산기지로 변모하는 셈이다.

LG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되어 있는 가운데,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퐁 스마트폰 공장은 연간 600만 대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베트남 내수 및 수출용 중저가 제품을 주로 생산해 왔다. 이번 재배치에 따라 연간 생산 능력이 1100만 대로 증가된다. 하이퐁 스마트폰 공장의 증설 라인은 올 하반기에 본격 가동한다.

특히 LG전자는 베트남 내수 공급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흥이옌(TV,휴대폰)과 하이퐁(세탁기, 청소기, 에어컨) 생산공장을 2014년 LG 하이퐁 캠퍼스로 통합 이전해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육성해왔다. LG전자는 하이퐁에서 생활가전, IVI(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스마트폰 등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글로벌 종합 전자제품 생산기자가 되는 것. 

LG전자 베트남 하이퐁 캠퍼스. <LG전자 제공>

LG전자의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엔 ‘인건비’가 주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베트남 임금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최저임금 기준 베트남 노동자의 월급은 418만동(약 20만6000원) 수준이다. 하이퐁에는 스마트폰 외에 LG전자의 TV, 생활가전 공장도 밀접해 있어 인력 배치나 유통·관리 등에서도 효율적이다.

평택 생산 인력 750여명은 창원 사업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창원 공장은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다.

LG전자는 이번 인력 투입으로 공기청정기, 건조기 등 신가전 수요의 증가함를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LG전자는 해외에서 생산해 미국에서 판매해오던 프렌치 도어, 양문형 등 프리미엄 냉장고 일부 물량을 올해부터 창원에서 생산하고 있다”며 “글로벌 생산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창원사업장의 생산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평택 사업장에서 창원 사업장으로 이동하는 직원들에게 LG전자는 △특별 융자 △전임비 △근무지 이동 휴가 △주말 교통편 제공 등을 제공한다. 주택 마련과 거주에 대한 금융 및 편의 특별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세부 지원 계획은 노조와 협의해 정한다.

그러나 평택과 창원은 출퇴근이 불가능한 거리다. 거주지 이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에 대한 지원이 있다고는 하지만, 일부 인원의 이탈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도 이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반발과 같은 후유증 발생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적자를 극복하려는 카드는 대부분 나왔다. 제품군을 축소하고, 인력 구조조정도 감행했다. 이번엔 생산기지를 이동하며 추후 남은 선택지는 ‘사업 포기’밖에 없다.

5G시대에 스마트폰을 포기하는 것은 사실상 ‘경쟁 포기’ 선언과 다름이 없기에 그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LG전자는 그동안 ▲반도체 ▲통신장비 등을 포기했다. 그 과정에서 기반기술 확보 기회 상실, 제품 개발 시너지 감소 등 유무형의 손해를 입었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