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랜드마크' 남산 케이블카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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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랜드마크' 남산 케이블카 사라지나?
  • 녹색경제
  • 승인 2011.03.2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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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타워와 함께 반세기 동안 서울을 대표하던 명물 남산케이블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는 노후화와 수송능력 부족을 명분으로 남산케이블카를 철거하고 인근 제2의 장소에 곤돌라 리프트를 세우겠다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남산케이블카는 처음부터 민간기업인 한국삭도공업이 운영해온 개인자산이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철거방침이 강제성을 띤 것처럼 세간에 알려지자 부랴부랴 '자진철거'를 협상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같은 사정 탓이다.

◇50년 동안 터줏대감 노릇한 서울 명물

 
남산케이블카는 1962년부터 운행됐다. 또 다른 명물 남산타워(현 N서울타워)가 1975년 전망대가 완성돼 비로소 준공된 것을 감안하면 20세기 서울의 명물 중에서도 터줏대감 격이다.

현재 남산케이블카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한국삭도공업이다. 회사명에서 '삭도(索道·ropeway)'란 단어가 낯선데, 이는 '공중에 매달린 밧줄에 운반기를 설치해 여객 또는 화물을 운송하는 교통 수단'을 일컫는 말이다. 운행 초기에 이름도 '삭도차'였단다.

남산케이블카의 선로길이는 605m에 달한다. 고도차는 138m이다. 초속 3.2m의 속도로 정상까지 오르는데 3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초창기 왕복 400환의 요금은 현재 7500원이 됐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지방에서 상경한 이들은 남산케이블카를 서울구경의 통과의례처럼 여겼다.

◇서울시 '더 많은 시민들이 이용해야…'

앞서 서울시는 21일 케이블카 대신 곤돌라 리프트를 새로 설치하는 것을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케이블카가 시설이 낡은데다 접근성, 수송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주차장,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 등의 문제도 제기했다.

서울시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설을 교통방송 인근 예장공원으로 옮기고, 케이블카 대신 곤돌라 리프트를 사용해 이용객들을 현재보다 배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의 방침이 일방적 '철거'의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시설은 개인에 있지만 케이블카가 오고가는 남산땅의 소유권은 엄연히 관이 갖고 있다. 법적다툼은 있을 수 있겠지만 서울시로서도 남산케이블카에 일정부분 지분을 갖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남산케이블카가 시대적 상황 탓에 명확한 근거 없이 시작돼 오늘날에 이른 것도 이같은 애매한 상황을 만드는데 한몫 했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면 정부 당시 케이블카가 시작됐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잘못 알려진 것이다. 남산케이블카는 장면 정부 때가 아닌 5.16군사정부 2년차에 운행을 시작했다.

◇운영업체측 "잘 운영되고 있는데 왜?"

"잘 운영되고 있는 케이블카를 왜 곤돌라 리프트로 바꾸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재길 한국삭도공업 전무는 서울시의 남산 케이블카 이전 방침과 관련 "어떠한 경우가 와도 이전에 동의할 생각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무는 케이블카는 사유재산인데 서울시가 소유주와 논의 없이 이전을 고려하는 것이 황당하다고 했다. '떡줄 이는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반응이다.

시설이 노후하다는 서울시의 주장에 대해 이 전무는 기가 막힌다는 반응이다.

그는 "2008년에 24년 동안 운행하던 케이블카를 교체하는 등 꾸준히 보수작업을 벌였다"고 반박했다. 수송능력도 2008년 38인승이던 것을 48인승으로 늘려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공교롭게도 서울시는 이달 펴낸 서울시 안내책자에서 '남산케이블카를 가벼운 알루미늄을 소재로 사용하고 전면과 측면을 대형유리로 마감해 쾌적하게 남산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업그레이드됐다'고도 명시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쾌적한 시설로 대내외에 선전하다 순식간에 노후시설로 낙인찍은 셈이다.

수송능력도 크게 문제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용객들이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은 평일기준으로 평균 10분. 주말에도 20분 안팎에 불과하다. 이는 대형 테마파크에서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전무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부분도 반박했다. 명동역 3번 출구를 기준으로 케이블카까지 588m인 반면, 서울시 이전 예정부지인 예장공원은 675m로 거리상으로는 현재 위치가 오히려 더 가깝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기어코 수송능력을 더 늘려야겠다면 현재의 노선을 그대로 두고 케이블카를 곤돌라로 교체하면 될 일이라고 한다.

한국삭도공업측의 입장과는 별개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남산도우미'의 역할이 애매해지는 것도 논란거리다.

서울시는 2009년 6월 남산3호터널 준공기념탑 광장에서 남산케이블카 주차장까지 연결하는 국내 최초의 경사형 엘리베이터 '남산오르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당시 "남산 오르미는 장애인·노약자 및 관광객이 남산케이블카 주차장까지 가기 위해 급경사 계단을 오르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했다.

남산케이블카가 이전되면 불과 3년 만에 남산오르미의 설치목적은 모호해져 '근시안적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딴 생각 품었다?

이 전무는 "서울시가 과거 곤돌라 리프트 제안서를 내라고 한 적이 있다"며 "나중에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겠다고 입장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곤돌라 리프트 운영권을 주겠다고 했지만 자신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기간을 제시해 거부했다는 얘기도 털어놓았다. 요컨대 서울시가 '딴 생각'을 품고 있다는 심증을 갖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같은 의혹을 일축하고 오직 시민들의 '편의'를 강조하고 있다.

정중곤 서울시 남산르네상스 추진반장은 "위치를 바꾸려는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 부족"이라며 "또 현재 위치에서 곤돌라 리프트로 교체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셈법이지만 한국삭도공업의 주장과 달리 현재의 위치가 예장공원보다 더 멀다고 서울시는 반박했다. 4번 출구 기준으로 현재 위치까지 687m, 예장공원까지 343m라는 것이다.

논란의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케이블카 위치를 이전하는 것은 서울시의 궁극적 목표다. 다만 올해 관련 예산이 반영이 안 돼 남산케이블카가 당장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현재 케이블카 운영업체가 갱신 기한이 없는 운영권을 가지고 있어 문제가 되나 학술용역 등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해 자진 철거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삭도공업측에는 곤돌라 리프트 운영에 참여할 수는 있는 기회를 열어놓겠다고 했다. 다만 특혜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삭도공업측은 서울시가 학술용역 참가를 요청하면 참여는 하겠지만 이전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남산 케이블카 운영을 둘러싼 서울시와 업체간 갈등은 관련 예산이 반영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에야 본격화될 전망이다.

서울시가 거의 매해 21세기형 랜드마크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지난 세기의 랜드마크가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삭도공업측에 따르면 남산케이블카는 한창때는 연간 수십만명의 시민이 이용해 현재까지 누적인원은 3000여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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