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의 손' 산업은행, 구조조정 했다하면 실패하는 세가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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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의 손' 산업은행, 구조조정 했다하면 실패하는 세가지 이유는?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9.04.1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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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항공 매각 계기로 재부각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채권단 압박에 따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핵심 자회사 매각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마이너스의 손' 산업은행이 이번에는 제역할(?)을 할 지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을 했다하면 하나같이 왜 왜 실패하는 지 이유에 대해서도 궁굼증이 증폭되고 있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그동안 산업은행은 잇따른 기업 구조조정에 실패하면서 국민 혈세 낭비를 방불케 하고 있다는 지적을 수없이 받아왔다.

3가지 이유...전문성 결여, 천문학적인 혈세 지원, 지나친 관료주의

16일 재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구조조정하면 실패하는 이유가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계기로 다양한 시각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를 크게 3가지로 요약하면 전문성 결여, 든든한 혈세 지원, 관료주의로 인한 결정 장애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때 산업은행에 파견근무를 해본 금융회사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구조조정해서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를 들자면 이해도가 부족한 낙하산 인사다. 이들이 요직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경영이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두번째 이유로 아무리 경영을 못해도 혈세로 막으면 된다는 안이한 의식, 무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구조조정에 수없이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가 책임지는 경우가 있었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저리가라 할 정도로 관료주의가 팽배해있어 의사결정단계가 일반기업의 2배이상이라고 보면되고 그 각 단계마다 시간도 배로 걸린다. 심지어 의사결정과정에서 하나하나 기초적인 부분까지 가르켜줘야한다"고 말했다.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적기에 자금이 투입되고 회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결정이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기회손실이 매우 크다는 것.

중간 구조조정 자회사 만들려는 노력은 가상하지만... 또다른 책임회피 및 자리만들기 우려도

구조조정 자회사를 만들어 변화를 모색하는 방법도 좋겠지만 본질적인 구조조정 DNA가 바뀌지 않는다면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커 기업들이 수십년 간 축적한 경쟁력과 역량을 한순간에 날려버리게 될 가능이 높다. 구조조정 체질개선이 시급하다.

앞서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을 채권단에 내놓고 재계 서열이 60위권 밖으로 밀려난 바 있다.

당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증권(현 KB증권),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을 연달아 매각하면서 현대상선 파산 만은 막으려 했지만 허사였다.

이번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에 내놓고 자산 규모가 5조원 미만으로 줄어 재계 서열 60위권 밖 중견기업이 되는 과정과 유사하다. 

DB그룹(옛 동부그룹)은 산업은행이 주도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섰다. 그룹 모태인 동부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동부건설·동부제철·동부팜한농·동부발전당진·동부익스프레스·동부택배·동부대우전자 등 주요 계열사들이 매각됐다.

동부그룹은 재계 서열이 2005년 13위에서 지난해 43위로 밀렷고 사명도 DB그룹으로 바꿨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규모가 큰 만큼 매각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문제는 산업은행이 관리하는 동안 회사가 망가질 수 있어 속도를 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이 대표적 사례다. 산업은행은 2000년 출자전환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가 된 이후 19년 동안 관리를 맡았다. 하지만 그간 크게 추락했다.

현대상선은 2011년 이후 8년 연속 연간 적자를 내고 있는데, 산은이 관리를 시작한 2016년 9월 이후 분기 기준으로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스포츠 브랜드 ‘르까프’로 유명한 중견 패션기업 화승도 산업은행 인수 이후 경영난을 겪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대우건설을 매각하려 했으나 모로코 등 해외 사업장에서 3000억원이 넘는 추가 부실이 드러나 매각이 무산됐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과 KDB생명 등 산은이 손댄 기업 구조조정마다 실패로 돌아가면서 지난 10년간 낭비한 혈세만 15조원이라는 지적이 무성하다.

이와 같은 지적을 극복하기 위해 산업은행은 자회사로 구조조정 AMC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작년 말부터 KDB AMC 설립을 추진해 왔다. 기업금융부문에서 설립 작업을 맡고 있으며 오는 9월 설립을 완료할 예정이다.

그러나, KDB AMC는 산업은행과 별도 법인이지만 얼마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완전 자회사고 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수장으로 내정돼 있다. 기존 기업을 관리하던 산업은행 인력들의 참여도 불가피하다. 산업은행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구조다.

산업은행은 그렇지 않아도 전문성 부족으로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 국책은행으로서 손을 대는 기업마다 더 망가지고, 부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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