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나를 보면 해충 떴다고 하네요”
상태바
“사람들이 나를 보면 해충 떴다고 하네요”
  • 정우택
  • 승인 2011.03.24 22: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명버그제로 강경종 사장 인터뷰

“사람들이 나를 보면 ‘해충 떴다’고 말해요. 어떤 사람은 ‘해충 왔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이런 소리를 들으면 창피하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벌레 잡는데 일조한다는 자부심이 들어요.”

벌레 잡는 걸 인생의 낙으로 살아가는 세명버그제로 (www.smbug.co.kr) 강 경종 사장. 그는 저녁만 되면 VJ 카메라를 메고 거리로, 들판으로 나간다. 명색이 사장이라는 사람이 VJ 카메라를 메고 밤에 돌아다니는 이유는 벌레를 촬영하기 위해서다. 벌레의 생태를 알아야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강 사장이 지금까지 찍은 벌레 사진만 6m 테이프 50개가 넘는다.

 
"퇴근하면 가족과 집에 있어야 하는데 VJ 카메라를 메고 밖에서 헤매는 게 제가 생각해도 한심할 때가 있어요. 남들은 살에 닿기만 해도 펄쩍 펄쩍 뛰고, 소리를 지르는 데 난 이런 벌레를 잡아야 사업을 한다니 참 재미있지요.”

강 사장이 조명업체 직원에서 벌레 잡는 남자로 직업을 바꾼 것은 야간에 불을 끄고 일하는 주유소가 계기가 됐다. 밤에 시골의 한 주유소에 갔는데 주유소 직원들이 등을 끄고 영업을 하고 있었던 것. 벌레가 하도 모여들어 아예 불을 끈 것이다. 주유소 측은 강 사장에게 벌레를 잡아 달라고 부탁 했다.

강 사장은 처음에는 주파수를 이용해 벌레를 퇴치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주유소에 주파수를 이용한 벌레 퇴치기를 설치했는데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 생겼다. 잡아야 할 벌레는 오지 않고 오히려 직원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됐다. 벌레를 잡는 게 아니라 사람을 잡는 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강 사장은 벌레 잡는 비법을 찾아 나섰다. 공원이나 거리에 설치된 벌레잡이 등도 살펴보고, 오랫동안 서서 벌레의 움직임을 살피기도 했다. “벌레를 퇴치할 확실한 방법은 없나?” 강 사장은 고민했다. 공원이나 길거리, 아파트 단지 등에 설치된 포충등이 벌레가 덕지덕지 붙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됐다.

“바로 이거야!” 기존의 벌레잡이 등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원리는 간단했다. 대부분의 가로등에는 벌레잡이 등이 같이 설치돼 있는데 문제는 가로등은 밝고 벌레잡이 등은 그렇지 못했다. 벌레는 같은 불이 있을 때 속성상 밝은 불로 가는 데 이런 검을 고려하지 않고 등을 달아 놓은 것이다.

이렇다 보니 불빛이 밝은 가로등에는 벌레가 계속 몰려들고, 나중에는 가로등이 다 희미할 정도가 된다. 그런데 가로등보다 훨씬 어두운 벌레잡이 등에는 벌레가 거의 모여들지 않았다. 100마리의 벌레가 있다면 90마리 정도가 밝은 데로 몰리고, 나머지 10마리 정도가 벌레잡이 등으로 와서 죽었다.

강 사장은 이점에 착안해 전혀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다. 가로등보다 벌레잡이 등을 더 밝게 만든 것이다. 공원에 세울 등을 만들며 가로등보다 아래에 있는 벌레잡이 등을 더 밝게 했더니 벌레가 무서울 정도로 많이 잡혔다.

이 등을 달고 부터는 밤에 공원의 벤치에 앉아도 몰려드는 벌레가 전보다 훨씬 적었다. 가로등 주위를 뱅뱅돌다가 사람에게 떨어지던 벌레가 벌레잡이 등 속으로 다 빨려 들어가 죽었기 때문이다. 놀라운 일이었다.

 
이 사실을 안 강 사장은 서울과 경기도 지역의 여러 곳에 설치된 가로등을 둘러봤다. 아니나 다를까? 거의 모두가 가로등과 벌레잡이 등이 아래 위에 설치되어 있는데 가로등은 아주 밝고 벌레잡이 등은 어두웠다. 당연히 벌레가 가로등에 모이고, 가로등이 엉망이었다. 죽은 벌레들이 달라붙어 정말 보기 흉했다.

강 사장을 더 놀라게 한 것은 벌레잡이 등으로 잡은 벌레를 갈아서 공기 중으로 날려 보내다는 점이었다. 포충등 속으로 빨려 들어온 벌레를 모터를 돌려 가루로 만들고 이를 공기 중으로 날리는 것은 비 위생적이고, 반 환경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알았다. 물론 사람의 손이 가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주민의 건강을 생각하면 이건 큰 문제였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나방 같은 벌레를 잡아서 이를 갈아 공기 중으로 가루를 날린다면 그게 어디로 가겠습니까?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이런 일을 한다면 나방이나 벌레 가루는 사람 몸으로 들어가지 않을까요?” 강 사장은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바로 벌레잡이 등으로 잡은 벌레를 한 곳에 모으는 것이다. 세명버그제로가 만든 가로등은 특이하다. 빛을 주변 보다 밝게 해서 벌레를 등 가까이 유인하고, 등 밑에 모터를 달아 벌레를 빨아들인다. 빨아들인 벌레는 갈지 않고 가로등의 맨 아래에 모이도록 한다. 밑에서 모터를 돌려 벌레는 끌어 내린다.

이렇게 잡힌 벌레는 버리지 않고 모두 모아둔다. 사료를 만들기 위해서다. 강 사장은 포충등으로 잡은 벌레를 모아 사료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벌레에는 영양분이 아주 많습니다. 새가 벌레를 먹고 크잖아요. 벌레를 갈고 여기에 밀이나 옥수수 등을 섞으면 최고의 단백질 사료가 됩니다. 이게 앞으로 우리가 할 일입니다. 벌레도 잡고, 사료도 만들고 나쁜 게 없어요.”

“얼마 전의 일이었어요. 밤에 공원에 갔는데 아이들이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벌레가 꼬이지 않았어요. 왜 그런지 아시겠어요? 바로 우리가 개발한 가로등 덕분이었어요. 벌레들이 벌레잡이 등에 놀러왔다가 등 속으로 빨려 들어갔어요. 아이는 이런 줄도 모르고 밤인데 벌레가 없다고 했어요.”

강 사장의 인생은 말 그대로 벌레잡이 인생이다. 그렇다고 벌레를 다 잡는 것은 아니다. 다 잡을 수도 없고, 잡을 필요도 없다. 단지 공원, 산책로, 가로등, 식당, 대형 음식점이나 식품회사처럼 벌레가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있는 벌레만 사정없이 잡는다.

강 사장은 이런 말을 했다. “가끔 보면 식품에 벌레가 들어갔다는 보도가 있지요? 이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보세요. 두부 공장에는 작업등과 벌레잡이 등이 같이 켜져 있어요. 작업등은 작업을 하기 위한 것이고, 벌레잡이 등은 벌레를 잡기 위해서지요. 그런데 어떤 곳은 작업등은 밝고 벌레잡이 등은 어둬요. 벌레가 벌레잡이 등에는 가지 않고, 작업등에 몰려다니다 서로 부딪치거나 등에 데어서 뚝 떨어지면 깜빡할 사이에 두부와 같이 포장되는 것이지요.”

강 사장은 계속했다. “솔직히 식품을 포장하면서 이물질을 넣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바로 이런 문제로 인해 이물질이 들어가고, 이물질을 발견한 사람이 식품회사에 거액을 요구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 제품을 써본 식품회사에서는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우리 제품을 쓰고 나서 이물질이 없어졌으니까요.”

세명버그제로에서 만드는 제품은 해충가로등, 포충가로등, 포충전문등, 일반가로등 등 4종류다. 5종의 특허, 1종의 실용신안, 3종의 디자인등록을 가지고 있다. 이들 제품은 친환경, 우수한 기능, 모터 구동방식, 가격 대비 효능, 외관 디자인 등 여러 면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또 대한민국 신성장동력 미래선도기업인증, 2010년 베스트 이노베이션 기업& 브랜드상, 환경시스템인증, 품질경경시스템인증, 신기술 우수제품 포상, 2009 국제발명품 전시회 금상 등의 화려한 경력도 갖고 있다.

세명버그제로의 제품은 국내는 물론 미국 캐나다 중국 등에서 이미 인정을 받았다. 외국 진출도 준비 중이다. 중국에서는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우리 제품은 단순한 벌레 잡는 가로등인데 독창성이나 경쟁력이 없으면 외국인이 투자하겠어요? 이는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증거입니다.”

벌레잡이 등은 농약을 치지 않고 벌레를 잡는다는 좋은 점이 있다. 농약을 사용할 경우 해충만 죽는 게 아니라 거의 모든 벌레가 다 죽는다. 싱가포르에서는 공원에서 절대로 농약을 치면 안 된다. 해충퇴치 등기구의 설치를 의무화 했다. 농약을 치지 말고 벌레잡이 등을 세워 잡으라는 것이다.

강 사장은 벌레잡이 인생을 언제쯤 끝낼 것이냐는 질문에 “평생 할 겁니다.”라는 말로 답했다. 그는 지금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어렵게 연구 개발한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상용화 또는 상품화 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강 사장은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산을 다 털어 넣어 얻은 특허의 95% 이상이 사장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좋은 특허 기술이 상용화되도록 자금을 지원하고, 영업을 지원해 든든한 회사로 커가도록 돕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강 사장은 지금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벌레잡이 등을 개발해 주유소에 불을 끄고 영업 하는 주유원들에게 큰 힘이 된 것처럼 특허기술의 상용화를 통해 기술개발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번듯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정우택 편집국장
 

정우택  gree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