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을 게임으로 만들면 어떨까?"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떠올랐을 생각이다. 특히 하기 싫은 공부를 게임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한국사를 게임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작은 생각 하나가 수백 명이 참가한 대규모 토크콘서트를 만들어냈다. 게임인재단이 23일 경기도 성남시 경기창조혁신센터에서 관계자 3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게임인 한국사 콘서트'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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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강사인 최태성 한국사 강사와 게임 개발자인 김태곤 상무가 토론을 펼쳤다. 역사 전문가와 역사게임 전문가가 만나 한국사와 게임을 어떻게 접목시킬까를 토론하는 자리다. 행사를 주최한 게임인 정석원 사무국장은 "‘암살’, ‘명량’ 등 역사 영화가 인기를 얻고 있고, ‘어쌔신크리드’, ‘문명’과 같은 해외 역사를 소재 게임도 인기다. '그런데 왜 한국사 게임은 없지? 좀 더 대중화할 방법은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이번 콘서트가 시작됐다며 행사 의미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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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성 한국사 강사는 "이번 시간은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상상을 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가 꿈꾸는 한국사 게임에 대해 시대별로 나누어 얘기했다. 그가 떠올린 첫 번째 한국사 아이디어는 역사가들에게 인정받지 않는 단군 이전의 역사가 배경인 게임이다. 치우천황이 등장하는 '환단고기'다. 환단고기는 주류 역사가들이 인정하지 않는 역사지만 풍부한 스토리와 '재미'가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두 번째 게임의 제목은 '한강'. 삼국시대 최고 격전지였던 한강을 중심으로 삼국의 문화를 녹여낸 게임을 만들면 재미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세 번째는 조선시대 유행했던 놀이, '승경도'다. 현재 보드게임으로도 나와 있을 정도로 잘 알려진 이 놀이를 게임으로 만들만하다는 의견이다. 마지막은 영화 '암살'이나 '밀정'에서 잘 보여준 의혈단원들의 활동을 게임으로 만든다면 좋을 것이고 얘기하고, "멋진 한국사 게임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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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임진록', '거상', '영웅의군단' 등 역사게임을 많이 개발한 김태곤 엔드림 상무가 강연을 이었다. 김 상무는 1996년 '충무공전(War Diary)'으로 게임계에 첫발을 들였다. 그는 '임진록2+: 조선의 반격'에 그려진 이순신의 일러스트를 보여주며 남해안 지역 도시 곳곳에서 2002년 당시의 이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며 지금껏 우리 것에 대한 준비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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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상무의 작품에는 신라 백제 고구려의 역사를 다룬 '천년의신화'도 있다. 여기까지의 작품에서 '전쟁'이라는 것에 한계를 느낌 김 상무는 다양한 소재를 다루려는 욕심이 생겼다. 이후 2002년 '거상'이라는 제품이 탄생했고, 2004년에는 ‘군주’가 나왔다. 특히 '군주'는 정치체계가 중요한 시스템으로, 6조판서 등을 실제 유저 중에서 뽑아 내각을 임명하고 권한을 행사하도록 한 실험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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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장만 바라보고 개발하기에는 위험해졌다고 판단한 김 상무는 해외 진출 의도가 다분히 담긴 '타임앤테일즈'를 내놓는다. 현대의 인물들이 역사 속으로 들어가 역사를 체험하는 내용으로, 한/중/일/미의 스토리를 옴니버스 식으로 엮어냈다. 2008년 출시된 '아틀란티카'는 범위가 더 넓어졌다. 전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유명한 유적들을 다 모아놓았다. 석굴암, 앙코르와트 등 전 세계 유저가 즐기는 히트 게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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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출시된 '광개토태왕'은 모바일게임이다. 지속적이고 연속적인 생명을 얻기 위해 e스포츠로서의 가능성도 타진했다. 7년 만에, 그것도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으로 나온 이유는 높은 개발비 부담 때문이다. 김 상무는 "역사 게임을 규모감 있게, 대세게임으로 개발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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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가 준비중인 것은 '전통적인 방법'과 '새로운 방법'이 적용된 두 가지 역사 게임이다. 첫 번째는 '달라진 안목'이 적용된 전통적인 방법의 신작 '프로젝트 임진왜란'이다. 영화 '명량'이 1,700만 명의 관객을 끌어들인 것은 조진웅 등 적진에 명품 주연급 배우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적들도 정상적이고 멋있게 그리는, 적들에 대한 관대한 시선이 20년 전에 비해 역사를 보는 달라진 안목을 느끼게 해 준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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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도 달라졌다. 김 상무는 3명의 이순신 사진을 보여주며, 영화나 드라마에 나타난 고증이 잘 못 됐다고 지적한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이 입고 있는 두석린 갑주는 조선후기의 것이므로 임진왜란 당시의 고증에 맞지 않고, 영화 '명량'에서는 찰갑은 맞으나 허리 부분의 요대가 중국식으로 고증 오류라는 것. 두 매체에 나타난 조선 수군의 복장도 많은 차이가 난다. 김 상무는 이런 철저한 고증에 픽션이 잘 접목된 임진왜란 게임을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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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기반으로 다양한 역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역사 모바일게임도 공개했다. 경북궁 등 유저가 직접 역사의 현장을 방문, AR 기능을 활용해 과거를 체험하고, 그곳에서 콘텐츠를 만들어내어, 다른 유저와 현장감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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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곤 상무는 "역사를 게임에 녹여내어 해외에 진출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학계와 업계가 함께 하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또 토론 후 인사말에서는 "역사는 단순한 연표를 외우는 것이 아닌, 사람이 살았던 인생 이야기다. 최근 젊은 층도 역사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산업적인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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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 콘서트 좌장을 맡은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은 "선진국일수록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다. 역사가 게임의 주류가 되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