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곤 상무, “‘불멸의이순신’과 ‘명량‘ 고증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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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곤 상무, “‘불멸의이순신’과 ‘명량‘ 고증 틀렸다!”
  •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18.07.2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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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역사 게임 어때?" 한국사게임 신작 2종 깜짝 발표

"이런 것을 게임으로 만들면 어떨까?"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떠올랐을 생각이다. 특히 하기 싫은 공부를 게임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한국사를 게임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작은 생각 하나가 수백 명이 참가한 대규모 토크콘서트를 만들어냈다. 게임인재단이 23일 경기도 성남시 경기창조혁신센터에서 관계자 3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게임인 한국사 콘서트'를 개최했다.

게임인재단 정석원 사무국장

인기 강사인 최태성 한국사 강사와 게임 개발자인 김태곤 상무가 토론을 펼쳤다. 역사 전문가와 역사게임 전문가가 만나 한국사와 게임을 어떻게 접목시킬까를 토론하는 자리다. 행사를 주최한 게임인 정석원 사무국장은 "‘암살’, ‘명량’ 등 역사 영화가 인기를 얻고 있고, ‘어쌔신크리드’, ‘문명’과 같은 해외 역사를 소재 게임도 인기다. '그런데 왜 한국사 게임은 없지? 좀 더 대중화할 방법은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이번 콘서트가 시작됐다며 행사 의미를 짚었다.

 

최태성 한국사 강사

최태성 한국사 강사는 "이번 시간은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상상을 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가 꿈꾸는 한국사 게임에 대해 시대별로 나누어 얘기했다. 그가 떠올린 첫 번째 한국사 아이디어는 역사가들에게 인정받지 않는 단군 이전의 역사가 배경인 게임이다. 치우천황이 등장하는 '환단고기'다. 환단고기는 주류 역사가들이 인정하지 않는 역사지만 풍부한 스토리와 '재미'가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두 번째 게임의 제목은 '한강'. 삼국시대 최고 격전지였던 한강을 중심으로 삼국의 문화를 녹여낸 게임을 만들면 재미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세 번째는 조선시대 유행했던 놀이, '승경도'다. 현재 보드게임으로도 나와 있을 정도로 잘 알려진 이 놀이를 게임으로 만들만하다는 의견이다. 마지막은 영화 '암살'이나 '밀정'에서 잘 보여준 의혈단원들의 활동을 게임으로 만든다면 좋을 것이고 얘기하고, "멋진 한국사 게임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태곤 엔드림 상무

다음은 '임진록', '거상', '영웅의군단' 등 역사게임을 많이 개발한 김태곤 엔드림 상무가 강연을 이었다. 김 상무는 1996년 '충무공전(War Diary)'으로 게임계에 첫발을 들였다. 그는 '임진록2+: 조선의 반격'에 그려진 이순신의 일러스트를 보여주며 남해안 지역 도시 곳곳에서 2002년 당시의 이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며 지금껏 우리 것에 대한 준비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1996 '충무공전'과 2002 '임진록2+조선의반격'
2002년 '거상'

김 상무의 작품에는 신라 백제 고구려의 역사를 다룬 '천년의신화'도 있다. 여기까지의 작품에서 '전쟁'이라는 것에 한계를 느낌 김 상무는 다양한 소재를 다루려는 욕심이 생겼다. 이후 2002년 '거상'이라는 제품이 탄생했고, 2004년에는 ‘군주’가 나왔다. 특히 '군주'는 정치체계가 중요한 시스템으로, 6조판서 등을 실제 유저 중에서 뽑아 내각을 임명하고 권한을 행사하도록 한 실험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2004년 '군주'

한국시장만 바라보고 개발하기에는 위험해졌다고 판단한 김 상무는 해외 진출 의도가 다분히 담긴 '타임앤테일즈'를 내놓는다. 현대의 인물들이 역사 속으로 들어가 역사를 체험하는 내용으로, 한/중/일/미의 스토리를 옴니버스 식으로 엮어냈다. 2008년 출시된 '아틀란티카'는 범위가 더 넓어졌다. 전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유명한 유적들을 다 모아놓았다. 석굴암, 앙코르와트 등 전 세계 유저가 즐기는 히트 게임이 됐다.

2006년 '타임앤테일즈'
2008 '아틀란티카'

2015년 출시된 '광개토태왕'은 모바일게임이다. 지속적이고 연속적인 생명을 얻기 위해 e스포츠로서의 가능성도 타진했다. 7년 만에, 그것도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으로 나온 이유는 높은 개발비 부담 때문이다. 김 상무는 "역사 게임을 규모감 있게, 대세게임으로 개발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2015 모바일게임 '광개토태왕'

 

그래서 그가 준비중인 것은 '전통적인 방법'과 '새로운 방법'이 적용된 두 가지 역사 게임이다. 첫 번째는 '달라진 안목'이 적용된 전통적인 방법의 신작 '프로젝트 임진왜란'이다. 영화 '명량'이 1,700만 명의 관객을 끌어들인 것은 조진웅 등 적진에 명품 주연급 배우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적들도 정상적이고 멋있게 그리는, 적들에 대한 관대한 시선이 20년 전에 비해 역사를 보는 달라진 안목을 느끼게 해 준다는 주장이다.

 

드라마, 영화, 피규어 이순신 복장 비교

고증도 달라졌다. 김 상무는 3명의 이순신 사진을 보여주며, 영화나 드라마에 나타난 고증이 잘 못 됐다고 지적한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이 입고 있는 두석린 갑주는 조선후기의 것이므로 임진왜란 당시의 고증에 맞지 않고, 영화 '명량'에서는 찰갑은 맞으나 허리 부분의 요대가 중국식으로 고증 오류라는 것. 두 매체에 나타난 조선 수군의 복장도 많은 차이가 난다. 김 상무는 이런 철저한 고증에 픽션이 잘 접목된 임진왜란 게임을 출시할 계획이다.

프로젝트 '임진왜란'

지도를 기반으로 다양한 역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역사 모바일게임도 공개했다. 경북궁 등 유저가 직접 역사의 현장을 방문, AR 기능을 활용해 과거를 체험하고, 그곳에서 콘텐츠를 만들어내어, 다른 유저와 현장감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다.

유저가 콘텐츠를 생산하는 AR게임

김태곤 상무는 "역사를 게임에 녹여내어 해외에 진출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학계와 업계가 함께 하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또 토론 후 인사말에서는 "역사는 단순한 연표를 외우는 것이 아닌, 사람이 살았던 인생 이야기다. 최근 젊은 층도 역사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산업적인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좌로부터 인헌영 소장, 김태곤 상무, 최태성 강사

토크 콘서트 좌장을 맡은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은 "선진국일수록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다. 역사가 게임의 주류가 되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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